배의 침몰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어느 위험한 해안에 보잘 것없는 인명구조소가 하나 있었다.
말이 구조소이지 인명구조를 위한 것이래야 다 낡아빠진 소형 보트 한 척 밖에 없는
허름한 오두막집에 불과했다.
그러나 몇 안되는 구조요원들은 헌신적인 봉사를 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구조해냈다.
작고 낡고 허름한 이 구조소는 그래서 점점 유명해져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기서 구조를 받은 몇몇 사람들과 그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재산과 시간을 바쳐 구조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여러 척의 신형보트가 새로 구입되고 새로운 구조대원들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 구조소도 좀 더 크게 확장되었다.
그런데 이 구조소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구조소 건물에 불만을 갖게됐다.
구조도 좋지만 구조받은 사람들이 좀 더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전에는 생각도 안했던 편의성과 안락함에 대해
점점 눈이 띄여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연히 구조소는 리모델링을 해갔고 실내의 모든 시설들도 최고급의 시설들로
아름답고 안락하게 가꾸어져갔다.
당연히 상황이 생기면 구조소로 이용되었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점점 사교클럽화 되어져갔다.
구조소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점점 화려하고 멋있는 옷들로 장식하고 꾸미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안락함과 편안함에 익숙해져간 그들은 이제 구조자체에는 흥미를 잃고 말았다.
그러니 구조를 위해서는 또 다른 구조 전문요원들을 고용해야했다.
하지만 상황이 발생하여 처참한 모습의 구조된 사람들이 실려오면 그들이 애써 깔아놓았던
카펫트와 아름다운 가구들이 더럽혀지는 것에 자기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지곤 했다.
보다못한 그들은 본 건물옆에 새로 자그마한 구조소를 다시 만들었다.
거기엔 조난당한 사람들, 구조당한 사람들만 수용하기로 했다.
그 옆의 본 건물에서는 화려한 의상의 회원들이 번쩍번쩍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에서
잔을 마주치면서 먹고 마시며 춤추고 있었지만 말이다.
세월이 가면서 그 옆의 자그마한 구조소도 점점 크게 확장되어져 갔다.
그 구조소 역시 원래의 구조소와 별 다를 것없는 과정을 거쳐
점점 거대하고 웅장하게 그리고 아름답고 멋있게 바뀌어져갔다.
그리곤, 그 옆에 또 하나의 별채, 아주 허름한 구조용 구조소를 지어놓곤 했다.
하지만, 그 진짜 구조소 역시 똑같은 수순으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자연히 해안가에는 이렇게 화려하고 큰 집과 그 옆의 자그마한 구조소가 딸린
이상한 형태의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만 가고 있었다.
해안에는 여전히 조난당한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고,
그들은 모두 구조소에 실려오긴 했지만, 그들이 정작 들어갈 수 있는 방은
언제나 작고 낡고 냄새나는, 그래서 춥고 무섭고 배고픈 구조용 구조소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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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데오도르 웨델(Theodore Wedel)이 쓴 날카로운 비유이다.
오늘날 교회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한세완 목사님이 그의 책
'무너진 교회의 기초를 세워라'에 인용한 내용이다.
놀랍다.
나에게 주시는 경고,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경고로 받는다.
사람 살리는,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사명을 가진 우리자신조차도,
아차하면 한 순간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형태의 존재가 되고말 수도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버쩍 드는 아침이다.
- 김 양규 장로(부산, 한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