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품 속 어린아이처럼
김형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서울: 샘솟는 기쁨, 2013)
한 사람의 인생기록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부민교회와 서부교회를 발걸음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신앙의 삶을 담담하게 담았다. 확신에 찬 목사님의 복음 설교와 함께 시작된 성경읽기 그리고 회심. 신학교를 들어서면서 시작된 복음전도자가 된 한 사람의 씨름과 변화를 본다. 저자의 표현대로 “아버지의 품속에 있는 어린아이”처럼 삶을 살아온 기록이자, 선교의 기록이다.
인생행전을 문학적인 글체에 담아낸 아름다운 일기. 한 사람의 사역자로 살아가는 평범한 일기 같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선교행전이다. 인생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걸음. 읽어갈수록 마음이 편안하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본다. 온 세상이 “자기를 사랑하라(love yourself)!”고 “자신을 표현하라(speak yourself)” 말하는 시절에 “하나님말씀(God speaks)”에 순복하는 사람을 본다.
하나님은 만남을 통해 삶을 이끌어 가신다. 저자의 삶도 마찬가지. 박손혁 목사와 사역자에 대한 열망. 박윤선 박사와 말씀사랑. 신학교에서 만남 홍반식, 이근삼, 오병세 교수. 한상동, 주남선, 주기철의 한국개혁신앙, 청교도 신학과 존 오웬, 목회시절 만났던 남 집사와 황웅 청년의 순박한 신앙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영혼을 사랑하는 가슴은 선교를 향한 걸음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저자는 목사가 되고 교수가 되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던 어느 날 새벽, 문득 등골에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살기 위해 목사가 되었단 말인가?” 일상이 되어버린 목사와 교수의 삶에서 죽어가는 영혼을 향한 매달리는 긴장이 사라져감에 깊은 위기감을 느낀 저자. 현재의 환경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섰을 즈음. 필리핀에서 가르치는 선교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서 지체 없이 떠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프리카에서의 사역을 순서대로 기록하고 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선교사다. 보내는 자와 보냄 받은 자로 나뉘지 않는다.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에 보냄 받은 자다. 하나님께 부름 받은 사람들이다. 선교와 무관한 성도가 존재할 수 있을까? 아니. 없다. 삶이 곧 선교이기 때문이다. 일상이 곧 주님께 위임받은 자리로 들어가는 일인 까닭이다. 인생의 소명, 일생(一生)이요 필생의 삶.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삶으로의 부름. 나의 자리와 부르심에 대해 묻게 한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생명의 이유를 생각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매우 불편한 책이다. 그저 한 사람의 인생기록 같아 보이지만 편안하게 즐기지 못하게 한다. 마음에 희미해져 가던 소명을 다시 불러 세우는 글이기에. 성도의 삶은 책의 제목처럼,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자신이 무엇을 결정하는 세상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이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 자신을 세우는 일. 부름에 순종하는 역동적 걸음이다.
저자는 이 걸음을 행복하다 말한다. 포근한 아버지의 품속에 머무는 아이와 같은 걸음이라 고백하는 저자의 걸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뜨거워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글이 다정다감하다. 어떤 충격적이고 선동적인 표현도 없다. 아직 열리지 않은 미래를 향한 모험. 아버지께 맡기며 길 가는 한 사람의 걸음에 왜 내 가슴도 뛰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