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건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인 줄은 몰랐어.'
영화'미술관 옆 동물관' 중에서 춘희 역으로 나온 심은하의 명대사 한 구절이다.
미술관에는 '미술'이 살고 동물원에서는 '동물'이 산다. 미술관 위에 동물원, 그 위에 영화관까지 포갤 줄 아는 게 바로 인간의 상상력이다. 인간들은 너무 빨리 모든 것에 익숙해져버린다. 사랑까지도. 그래서 '파격'과 '파릇한 일탈'을 꿈꾼다. 그걸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낯설게 하기'혹은 '카타르시스'. '잘 생겼다'고 하는 것보다 '인상이 좋다'는 말이 현대인들에게 더 어필한다. 세상이 그만큼 '설정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추억의 영화관.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군것질거리다. 그렇다. 오징어와 땅콩. 나중에는 팝콘이 그 자리를 뺏는다.
패션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어한다. 패션디자이너 최복호는 얼마전 청도에 드림공간을 마련했다.'FUN 樂'이란 다목적문화공간 스타일의 패션커피숍이다. 전시장 옆에 자기 패션라인이 스며든 신작 의류가 있고, 바로 그 옆에 백설공주·신데렐라 믹싱풍의 패브릭이 돋보이는 커피숍이 통유리창과 이마를 맞대고 있다. 남궁옥분 등 추억의 통기타가수를 불러내 7080버전의 '파티록(파티와 콘서트의 합성어)'도 연다. 패션디자이너 박동준도 대백프라자 북쪽에 패션빌딩을 지었다. 작업실을 비롯한 공연장과 전시실,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이 유기적으로 매칭돼 있다. 패션디자이너 변상일도 패션과 음식의 만남을 주도했다. 2003년 오픈해 2004년 유기농 레스토랑으로 모습을 바꾼 중구 대봉1동 신라 레스토랑은 바로 옆에 붙은 신라 갤러리와 한호흡을 하고 있다.
급기야 좀 칙칙했던 한식당도 '파스텔톤'으로 몸부림친다. 일종의 '갤러리 마인드'이고 '식당의 이종교배 전략'이기도 하다.
대구시 중구 대봉1동 주택가에 있는 가 그 주인공이다. 일반 주택가 양옥집을 새롭게 덧칠했는데, 뭐랄까, 골목에 고인 빗물에서 만난 '파란 하늘의 흰 구름' 같다고나 할까.
무한경쟁중인 식당.
급기야 '갤러리형 한식당'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여느 식당 벽 그림은 아직 '이발관 그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갤러리형 한식당에 나들이한 그림은 일반 갤러리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혀는 좋은 음식을 만나고, 눈은 좋은 그림을 만나 마냥 즐겁기만 하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 벽돌집이야기는 컬렉터 전문 갤러리 형 한식당이고 이곳을 둘러봤다.
◇ 대봉동 벽돌집이야기
30년경력 전문 컬렉터가 오픈한 '갤러리형 한식당'
수백만∼수천만원대 高價미술품 60여점이 식당벽에
"식사하러 왔다 작품에 더 만족하는 손님보면 피로 싹∼"
80~90년대, 대구 도심 곳곳에 참 많은 붉은벽돌집이 생겼다.
그런데 '아파트 전성시대'로 진입하니 그 집들이 하나둘 철거되고 있다.
최근 중구 대봉1동 주택가에 이색 '갤러리형 한식당'이 생겨 화제다. 바로 '벽돌집 이야기'.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는데 30여년 경력의 미술품류 컬렉터인 주인 서동수씨(51)의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곳곳에 걸린 그림과 도자기류에 스며들어있다. 손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인에게 던지는 말이 있다.
"도대체 일반 식당에 이렇게 고가의 미술품을 걸어두는 이유가 뭐냐. 이런 개념의 식당은 처음이고 이색적이다."
현재 24점의 그림과 도자기류 등을 합쳐 모두 60여점이 전시중이다. 최소 500만원 이상 고가다. 여느 갤러리에 가더라도 이런 고가 작품은 별도로 관리하는데 서씨는 좋은 작품을 많은 이들과 향유하자는 취지로 밥집에 작품을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집은 서울의 전쟁기념관을 설계한 김모씨가 지은 모 병원장의 저택이었다. 지하를 포함 모두 3개층이 있는데 방마다 메이저급 작품들로 장식해 놓았다.
테이블은 모두 26개, 룸은 6개, 지하는 6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연회장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에 큰 방이 보이는데 입구에 곽동효의 누드화가 고찰 대웅전 앞 수국처럼 걸려있다. 이밖에 강우문, 박무웅의 유화작품도 보인다. 특이한 건 박물관처럼 벽 한쪽에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신라가야토기 전시장도 직접 만들어놨다. 1천만원대의 고려청자(딸기문 대접과 잔)는 방금 가마에서 끄집어 낸 것처럼 흠집이 없어 그가 애지중지 한다. 시간이 나면 좋은 작품을 구하러 밖으로 나간다. 최근 곽동효의 '숲과 여인'이란 작품을 구입했다. 2개월에 한번씩 4점 정도를 새것으로 교체한다.
서씨가 갖고 있는 작품은 원로화가 강우문, 최학노, 황유엽, 강운섭, 작고한 박무웅, 이밖에 곽동효, 박병구, 윤장렬, 동양화의 경우 청전 이상범, 석재 서병오, 죽농 서동균, 남농 허건, 소림 조석진 등.
특히 청전의 '설경'은 4천만원대다. 나머지 화가의 작품도 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다. 현재 수집품목은 서양화, 동양화, 도자기, 조각품, 서예, 고화폐, 민속품 등 모두 200점.
창턱 등에는 100여점의 야생화가 놓여 있고 난초와 수석도 군데군데 들어차 있다.
▶ 컬렉터 서동수 이야기
드물게 문무를 겸한 사람이다.
아침마다 팔달시장에 장보러 나가는 서 사장. 한창시절에는 영화배우 최민수처럼 터프가이였고 만능스포츠맨이었다. 한때 800m 경북도 육상대표였고, 20년전부터 검도를 익혀 현재 공인 6단이고 태권도 유단자다. 그러면서도 그는 영남대에서 일어일문학과를 나왔다. 한때 일어 경력 때문에 경주 신라관광호텔에서 가이드 활동을 했고, 나중에 사업전선에 뛰어든다. 예술적 유전자도 있어 취미로 정물화도 그렸고 80년대초에는 고미술 수집에 푹 빠진다.
"80년대초 10개월간의 월급을 갖고 한 작가의 작품을 사려고 하니 그 작가가 나더러 누구한테 선물할 거냐고 묻더라. 그때는 흥정할 줄도 모르고 달라는대로 다 주고 샀다. 도자기 세계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중앙일보사에서 펴낸 30권짜리 '한국의 미'를 탐독했다. 남구 이천동 골동품가게에 살다시피 하면서 전문수집가로서의 필요한 소양을 축적했다."
한때 정치에도 관심이 있었던 그는 경산 JC회장, 경산육상연맹회장 등을 역임했다가 이런저런 '그늘진 인연의 강'을 거쳐오면서'인생무상'을 느끼고 자기만의 갤러리를 꿈꾸며 최근 벽돌집을 오픈하게 된 것이다. "행복하냐?"고 물으니 행복하단다.
매일 오전 7시 시장에 가서 장 봐오고, 이어 홀 청소가 끝나면 화초에 물주고, 주차관리까지 한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보고 표정이 밝아지는 손님을 보면 피곤함이 몸에 앉을 틈이 없단다. 뒤늦게 천직(天職)을 만난 것 같다.
<> Tip
이집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메뉴는 돌솥 곤드레밥 정식이다. 2인 이상이고, 1인분 1만원이다. 이밖에 영양돌솥밥(2인 이상 1만원)과 갈비찜 정식도 나온다. 특히 밤 주당들의 안주로 흑태찜(2인은 3만원, 3인은 4만원, 4인은 5만원)이 사랑을 받고 있다. 이밖에 돌문어(시세)와 돔배기(2만5천원), 육회(2만5천원) 등도 상시대기중이다.(053)421-6800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벽돌집’은 대구에서는 보기드문 갤러리형 전문 음식점이다. 찜 전문집으로 문을 열었다.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반긴다.
1, 2층 곳곳에 동`서양화와 조각, 고미술품들이 손님들을 맞아 마치 갤러리에 온듯한 착각이 든다. 작품들은 미술에 문외한 기자가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작품임을 눈치챌 수 있다. 문학을 전공한 벽돌집의 서동식(52)대표가 20대 초반부터 수집한 고미술들의 일부다. 눈이 즐거우면 입맛도 즐겁운 법. 음식을 기다리며 그림 구경을 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이 화백은 “나도 음식에는 일가견이 있는데, 일주일에 외부 출강나가는 이틀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내집처럼 드나드는 곳”이라고 자랑한다.
주 메뉴는 돌솥 곤드레밥과 영양 돌솥밥이다. 찜요리는 코다리와 흑태(메로)찜 전문이다. 이 화백의 10년지기인 노정숙(53`매일서예작가회 이사) 씨는 “눈과 마음이 즐거운 상태에서 먹는 음식은 기분을 업 시켜준다”고 단골손님다운 설명이다. 밑반찬은 정갈하다. 된장과 콩비지가 입맛을 당긴다. 곤드레나물은 강원도 정선에서 왔다. 돌솥 뚜껑을 열면 향긋한 향이 퍼진다.
점심 특선으로 코다리찜 정식도 인기다. 찬바람이 불기시작한 요즘, 코다리찜이 대세다. 지방 함량이 적고 쫄깃쫄깃한 식감으로 인해 맛과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 커다란 도자기에 담겨 나오는 코다리찜은 푸짐해서 기분이 좋다. 코다리는 밀가루로 옷을 살짝 입힌것이 특징. 코다리는 양념과 어울려서도 결코 짜지않고 구수하다. 권은미(52`2009 매일서예대전우수상 수상) 씨는 “약간 매콤한 양념맛에다 밀가루로 옷을 입힌 이집만의 요리비결 탓에 비린내가 전혀없이 담백하다”고 평가한다. 양념소스는 꽃게, 왕새우, 다시마 등 해물수육에다 잣, 땅콩, 참깨를 더해 감칠맛을 더 해준다.
벽돌집의 자부심은 항상 최고의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 이름을 건 영업 소신이다. 서 대표는 매일 아침 직접 시장을 보며 신선한 재료를 엄선한다. “2층에는 하늘이 보이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며 “귀중한 손님 접대나 친구들끼리 어울려 음식을 즐기기엔 너무 분위기가 좋은 곳”이라고 귀띔한다.
저녁에는 대부분 찜 주문이 많다. 흑태는 특급 부위인 턱살을 사용해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최고다. 해산물 육수로 만든 양념 소스로 인해 담백한 맛이 입속에 가득 퍼진다. 열무 물김치는 찜요리와 천생연분이다. 입안이 깔끔해진다. 양념소스가 자근자근 배어있는 새송이 버섯과 감자, 새우, 떡을 골라 먹는 재미도 좋다. 남은 양념은 밥 비빔용이다. 늘 밥도둑 소리를 듣는 주범임에 틀림없다.
음식가격은 다른 한식집과 비교해서 비싸지 않다. 돌솥 곤드레밥과 돌솥 영양밥 정식, 코다리찜 점심특선(2인 이상) 모두 1만원이다. 코다리찜은 3만~4만원, 흑태찜은 3만5천~4만5천원으로 다른 찜 전문집보다 양은 더 푸짐하고 가격은 5천원 정도 더 싼 편이다. 제대로 대접을 받으려면 예약은 필수. 053)421-6800
첫댓글 재밌네요.
재미보다는 그냥 담백한 맛이 입속에 가득 퍼지고 친구들끼리 어울려 음식을 즐기기엔 너무 분위기가 좋은 곳 같아서 한번 들러봤습니다.
대단한 주인에 대단한 식당입니다
만 원짜리 정식을 먹으면서 4000만 원짜리 그림을 감상할 수
있으니 밥 맛도 4000만 원짜리가 기분에 따라 될 수도
있겠습니다.
돌솥 곤드레밥/돌 문어/코다리 찜
생소한 음식 이름만큼 맛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
장사가 잘되어 갤러리의 기능도 더욱 발전되어서
음식과 예술의 한마당 퓨전 갤러리-식당이
대구의 명물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좋은 자료, 아름다운 노래 감사...
하도 글을 잘 써서...전화번호를 입력하여 내비로 찾아가보니 골목안에 있더군요...주차는 주인양반께 부탁하고...차돌박이 한접시 시켜 맥주한잔 하니 잘 넘어가더군요...
서울 지역 인근에는 여러 작가들이 그린 그림들을 일정기간 지나면 교체하는 갤러리형 식당들이 있던것 같은데 대구에는 개인 작품위주지만 음식도 깔끔한 갤러리형 식당이 있다고 하니 기회 보아서 한번 들러 보아야겠네요.자세한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