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주일학교>
충남 당진 동일교회 주일학교
농촌 괴짜교회 어린이들, 세계를 품고 미래를 품다
“노랑머리 학생들은 도대체 뭐 하러 여기까지 온 겨?”
충남 당진 시내 대형마트 앞에 영어를 유창하게 쓰는 26명의 외국 대학생들이 모였다. 외국인이라고 해봤자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지역에서 ‘이방인’의 출현은 금세 뉴스거리가 됐다. “글쎄 교회에서 하는 영어 캠픈지 뭔지를 하기위해 왔다는 겨.” 이들은 당진 동일교회 어린이 영어캠프를 돕기 위해 내한한 자원봉사자였다.
충남 당진 시기리에 위치한 교회는 1차선 농로를 따라 2㎞를 들어가야 겨우 찾을 수 있는 농촌교회다. 동네주민이라고 해봤자 노인 100명도 안 되지만, 15년 전 농촌 흉가에서 시작한 교회는 12년 뒤 출석성도 2000명을 돌파했다. 교회는 다음세대에 포커스를 맞추고 어린이집과 시내학원도 운영한다. 웅변대회와 영어단어암기 캠프 등을 개최해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런 시골 괴짜교회가 또다시 일을 저질렀다. 서울의 대형교회 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영어캠프를 개최한 것이다. 동교회가 영어캠프를 연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영어의 필요성과 함께 도시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이수훈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세대는 영어를 못하면 답답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영어를 못하면 살 수 없는 세대입니다. 영어의 필요성이 절대적입니다. ‘영어’하면 돈과 연결되다보니 경제력이 바탕이 된 사람만 영어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이런 벽을 넘을 수 있도록 교회가 도움을 주기 위해 영어캠프를 열게 되었습니다.”
결국 영어캠프는 영어교육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농촌아이들에게 현장 영어를 제대로 가르쳐보겠다는 생각에서다. 강사도 원어민 9명과 한인2세 17명으로 영국 캠브리지대학과 런던대, 미국 보스턴대 등에 재학 중인 실력 있는 학생들이다. 교회는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왕복 항공편을 제공했다.
지난 (8월) 1일 교회 교육관과 세미나실은 영어로 조잘대는 초·중등학생 204명으로 시끌벅적 했다. 2차캠프에는 250명이 참석했다.
2주 과정의 영어캠프는 5단계 수준에 따라 20개 소그룹이 운영된다.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듣기와 말하기 중심의 교육이 진행되며, 2주차 금요일에는 영성캠프도 열린다. 그룹에 따라 찬양과 기도를 한다.
“처음에는 말도 못 알아듣고 했는데 이제는 선생님들과 대화하기가 편해진 것 같아요. 학원에서는 모르는 낱말은 우리말로 알려주는데 여기에서는 영어로 설명하니 낱말의 뜻을 더 확실히 알 수 있어요.”(이선민. 서울 양재초등학교 6년)
캠프 참가학생들은 주로 주일학생들이지만 외부에서 온 학생들도 있다. 여기에는 비신자 아이들도 있어 전도의 접촉점이 되기도 한다.
이번 영어캠프를 위해 동일교회는 많은 투자를 했다. 교사들의 항공료와 숙식, 어린이들의 식사를 대부분 감당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이번 캠프에 자원봉사로 참가한 교사들을 위해 집을 개방하고 식사도 제공하는 등 캠프를 위해 여러 모양으로 섬겼다. 교사들과 함께 매일 밤 캠프를 위해 기도로 섬기는 성도들도 많았다.
영국 국적의 베미 퍼사냐(21·여) 씨는 10명의 초중학교 학생 앞에서 능청스럽게 수다를 떨며 통화하는 시늉을 냈다. “여보세요? 에이미, 점심 때 영화 보러 가는 게 어때?” 상대역을 맡은 중학생은 수줍은 목소리를 냈다.
“좋아, 영화 시간은 알고 있어?”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권민재(16) 군은 “당진에서 외국인을 만나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직접 대화도 하고 게임으로 배우니 영어가 새롭게 다가온다”고 좋아했다. 김영한(13) 군도 “원어민 선생님과 대화할 기회가 많아 그런지 2주 만에 영어가 조금씩 들리고 있다”면서 “선생님이 잘 모르는 영어단어를 영어로 다시 설명해주니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며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이런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수백만 원의 참가비를 내야 하지만 교회가 경비 대부분을 담당했다. 성도들은 식비 일부를 책임지고 강사들을 위해 자택을 개방했다.
시골교회가 26명의 강사를 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영국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남승일(51) 옥스브리지센터 대표의 도움이 컸다. 남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우연한 기회에 당진 동일교회가 다음세대를 위해 교육과 신앙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사업하는 사람이지만 조금이나마 교회에 도움이 되고자 편안한 마음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교사들을 모집하고 인터뷰해서 훈련하고 데려왔습니다.”
“한국의 많은 교회가 동일교회처럼 자라나는 세대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내가 데리고 온 현지교사들이 한국 기독교인들의 활동을 보고 오히려 도전을 받는다. 교사들이 은혜 받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내가 현지교사들 26명을 데리고 온 목적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영어캠프는 남승일 박사의 지도 아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프로그램이 영어로만 진행되었다. 한인2세 17명을 포함한 교사 26명이 참석해 기존에 비해 영어교육의 전문성을 높였다.
남승일 박사의 말이다.
“이번 캠프에서는 수업시간에 교사들과 학생들이 한국말을 못 쓰게 했습니다. 10일 정도 캠프를 하고나면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집니다. 영어라는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지 영어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생략) (본고는 국민일보 백상현 기자, 기독교보 이국희 기자의 글을 토대로 편집부가 만든 것입니다.) 11월호에서 만나요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