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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정보 스크랩 군산, 도시 한복판에서 호수와 바다를 본다/월명공원
킴스특허 추천 0 조회 34 08.12.18 23:0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군산, 도시 한복판에서 호수와 바다를 본다

 

[여행]내가 거의 날마다 가는 월명 공원의 매력

 

▲ 월명 공원의 봄과 여름.
ⓒ배지영
▲ 월명 공원의 가을과 겨울
ⓒ배지영

처음 월명 공원은 동네 뒷산일 뿐이었다. 공원이라는 이름을 단 것은 개항 무렵, 지금부터 100년 전쯤이다. 항구를 열자 일본 사람들이 들어와 우리나라 땅의 주인이 되었다. 그들은 월명 공원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베어내고 벚나무를 심었다. 일본 사람들은 천황이 다스리는 모든 땅에는 반드시 벚꽃이 피길 바랐다.

월명 공원에 벚꽃이 피면, 김제 쪽에 살던 일본 사람들까지 게다를 신고 와서 정종을 마시고 춤추며 놀았다. 지금도 산에 오른 사람들이 "야호!"를 지나치게 크게 하면 공원 허리춤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시끄러울까 걱정될 때가 있는데 강점기 시대 때 군산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 꼴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다.

공원 이름이 각국 공원이었다가 군산 공원, 그리고 다시 월명 공원으로 바뀐 것처럼 일본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놀았던 월명공원 모습은 지금과는 다르다. 벚꽃의 수명은 60년, 그 때 벚나무는 죽었다. 1970년대에 다시 일본 로터리 클럽이 기증한 벚나무가 지금 월명공원의 벚나무다.

월명 공원에는 계절마다 표정이 있다

▲ 벚꽃과 소나무, 서로 다른 분위기를 준다.
ⓒ배지영

다행인지 청소년 회관 너머에서 흥천사 까지, 휘어지고 굴곡이 있어서 운치 있다고 하는 그 길만 벚꽃 길이다. 한국 전쟁이 끝난 뒤부터 가꿔 온, 청소년 회관에서 은적사로 뻗는 길이나 나운동 금성 교회, 소룡동 극기 훈련장으로 가는 길에는 공원이 그저 뒷산이었을 때처럼 소나무나 참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공원에는 계절마다 표정이 있다.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공원에 핀 벚꽃에 반한다. 그래서 꽃이 필 때에 맞춰 관광버스를 타고 군산에 온다. 그들은 흥천사 어귀에서 내려 수시탑 쪽으로 올라와 월명 공원을 만난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도 역시, 한석규와 심은하가 점심시간에 흥천사 어귀에서 마주쳤다.

수시탑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바다 조각 공원과 채만식 문학비가 있다. 문학비 앞에 서면 군산까지 흘러와 서해 바다와 합쳐지는 금강, 눈물의 강이라고도 했고 슬프다고도 했던 '탁류'가 보인다. 그 너머로 <탁류>의 초봉이 아버지, 정주사의 고향 충청도 땅도 보인다.

채만식은 1902년 군산 임피에서 태어났다. 그가 쓴 <탁류>는 군산이 배경인데 1930년대에 일제 수탈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농민들이 도시 산동네에서 어떻게 살아가다 몰락하는지를 보여준다. 아직도 소설처럼 월명 공원 아래에는 일본식 집들이 있다. 미두장, 째보 선창, 초봉이 남편 고태수가 다녔던 조선은행, 초봉이네가 살았던 콩나물 고개도 있다.

등뼈처럼 군산시내를 아우르고 있는 '월명공원'

▲ 살아있는 꽃으로 둘러싸인 채만식 문학비
ⓒ배지영

원고지 스무 권을 머리맡에 두는 게 소원이었을 만큼 내내 가난했던 채만식은 상여에 생화를 꼽아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상여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문학비 주위에는 살아있는 벚꽃이 핀다. 벚꽃 질 무렵에는 철쭉이 피고, 조금 뜸 들였다가 꽃이 세 번 피고 져야 쌀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쌀밥 나무라고 부르는 배롱나무 꽃도 핀다.

공원에는 월명산, 장계산, 점방산, 설림산, 석치산, 모두 다섯 개의 산이 있다. 특히, 점방산에는 봉수대가 있는데 고려 말에 왜구가 쳐들어와 식량을 약탈해가서 해안 지방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 세워놓은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군산 수탈의 역사는 개항 이후가 아니라 더 오래 전부터라고도 할 수 있다.

군산 사람들이 월명 공원으로 가는 길은 가지가지다. 78만 평쯤 되는 공원이 등뼈처럼 길게 군산시내를 아우르고 있어 자기 집과 가까운 곳에서 공원을 만나면 된다. 공식적으로 흥천사 길, 군산 여상 길, 청소년 회관 길, 관음사 길, 금성 교회길, 은적사 길 등이 있긴 하지만 그 속에 다시 수많은 비공식 길이 있다.

▲ 호수의 맨 얼굴, 쓰레기가 있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줍는다.
ⓒ배지영

공원에 들어서면 소나무 숲이나 벚나무를 옆에 두고 걸을 수도 있고, 호수를 끼고 도는 길도 있다. 호수가 끝난 곳에서 멈추지 않고, 설림산으로 가면 철조망을 둘러놓지 않은 맨 얼굴의 호수를 만날 수 있다. 물이 맑아서 물고기가 다니는 것도 훤히 보인다. 사람들은 이곳을 좋아하고 아껴서 호수에 쓰레기가 있으면 누군가 한 둘은 꼭 건져내고 만다.

비가 오면 호수를 끼고 도는 다리가 물에 잠길 때도 있다. 그래도 빙 에둘러 산으로 가면 여기 저기 작은 폭포가 있어 제법 힘차고 또랑또랑하게 쏟아지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산책로와 등산로 곳곳에는 몇 그루씩 편백나무를 가꾸어놓은 곳이 있고 호수와 바다를 바라보기 좋은 곳에 벤치와 정자가 있다.

월명 공원엔 눈이 오면 '무료눈썰매장'이 생긴다

▲ 전망 좋은 곳에는 벤치나 정자가 있다.
ⓒ배지영
▲ 매력 있는 월명 공원
ⓒ배지영

내가 군산에 오기 전, 예전 월명 공원은 지금처럼 사람들이 친근하게 여기면서 쉽게 드나드는 곳은 아이었나 보다. 남편은 대학 시험 끝나고 첫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이랑 월명 공원에 갔는데 좀 건들거리는 학생들을 만나서 난처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또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해서 한낮에도 공원에 가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 아이들은 보육 시설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월명 공원에 간다. 공원 한 가운데에 도서관이 있어서 젊은이도 많고, 하루 내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있다. 나는 동생 지현에게 월명 공원을 말한 지 3년 만에 '전도'에 성공했는데 자동차를 무서워하는 그 애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서너 시간을 걸어도 차를 만나지 않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나와 같이 달리기도 하고 산에도 다니는 이희복 선생님은 다른 지역에 사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을 벚꽃 핀 월명 공원에 초대한 적 있다. 공원 저 끝에서 수시탑까지 달려와서 잠깐 멈췄을 때에 그네들을 마치 구름 위에 선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꽃을 보며, 저 아래 바다를 보면서 감탄했다. 선생님은 월명 공원이 당신 것도 아니면서, 마치 당신 것을 나눠줄 때처럼 뿌듯하고 행복해 하셨다.

눈이 오면 공원 곳곳에는 '무료 눈썰매장'이 생긴다. 나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스릴 있게 탈 수 있는 몇 곳을 발견해 놓았는데 공공 근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나무 계단을 만들고 말았다. 아이는 '무료 눈썰매장'에서 반나절 정도 놀고 집에 돌아올 때에 땀이 식어 춥고 졸려서 인지, 실컷 놀고도 불평을 한다.

"나는 이 세상에서 월명 공원 '무료 눈썰매장'이 제일 싫어."
"너, 자꾸 그러면 커서 알피니스트 여성을 좋아하게 된다. 그 여성은 철인 3종 경기 세계 기록도 갖고 있을 걸?"

▲ 월명 공원 수시탑에서 보이는 군산 앞바다
ⓒ배지영
▲ 겨울, 얼어붙은 월명 공원의 호수
ⓒ배지영

사진가 김홍희는 가장 아름다운 곳은 사랑에 빠졌던 곳이라고 했다. 나는 그처럼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지만 월명 공원은 매력 있다. 눈 오는 새벽에 산에 올라 어두운 호수와 바다를 실루엣으로만 볼 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벚꽃 잎이 흩날리는 길을 달리면 처음으로 자전거를 혼자 타던 날처럼 살아가는 일이 기쁘다. 덩굴장미가 피는 5월에 얇게 안개 낀 호수를 달리다가 울컥 할 때도 있다.

일상은 어릴 때 엄마가 빗물을 받기 위해 처마 밑에 놓아두었던, 빨간 고무대야 통 속에 띄워놓은 종이배 같다. 잔잔하고 안전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나마 완전히 젖으면 본래의 기능까지 잃고 만다. 나는 거의 날마다 월명 공원에 다니면서, 혼자 산을 오르면서, 그 날이 그 날 같은 일상이 모여서 한 계절이 되고, 곧 공원 전체의 표정이 바뀐다는 것을 안다. 내 삶도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한다.

▲ 호수의 왕버들 나무, 늘 같아 보이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표정이 변한다
ⓒ배지영

 

 

 

<출처;tong.nate.zxcdleog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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