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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노적봉 & 사선크랙 등반후기
일시 : 2004년 9월 3 ~ 5일 (금~일요일)
장소 : 설악산 노적봉 (9월 4일) 및 울산바위 사선(斜線) 크랙 (9월 5일)
참석자: 윤재학 선생님, 송영석 회장, 이내응 대장, 정명숙 총무,
한만호, 길현자, 정문수, 조순애, 이지훈,
정규 40기 참석예정자 원유정과 이경숙 (이상 11명)
9월 3일 (금요일) 스위스 레저에서 텐트와 가스램프 등 캠핑장비와 부식거리 등을 챙긴 후 오후 8시경에 이내응 대장∙ 조순애와 함께 설악을 향해 출발하였다. 출발 전에 영동고속도로 여주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약속 한 송영석 회장님과 정다운 총무, 길현자가 합류하였다. 고속도로는 시원스레 뚫려있어 밤 11시 반경에 설악산 C-캠핑지구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휴가 시즌이 지난 야영장은 2~3개 정도의 야영 텐트가 있을 뿐 썰렁한 분위기였다. 커다란 나무 밑을 골라 두 동의 텐트를 친 후 서둘러 저녁을 준비하였다.
정문수 누님이 준비하였다는 불고기를 구어 안주 삼아 한잔씩 나누며 들뜬 마음으로 내일의 산행일정 등을 상의하며 정문수 일행을 기다렸다. 특히 지난 8월초에 부산 해운대에서 우연히 이규수씨를 만났다는 소식을 전하자 모두들 반색이다. 바쁘신 일이 빨리 정리되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정 문수와 함께 두 분의 정규 40기 참석예정자 원유정과 이경숙이 밤 2시 반경 도착하였다. 정문수 드라이브하고 오는 도중 경찰 백차가 따라와 속도위반으로 딱지를 떼었다나. 쯔쯔쯔… 예의 그 성능 좋은 우퍼 사운드의 음악 소리에 경찰차 사이렌 소리도 듣지 못하고 한참동안 경찰차를 달고 왔단다. 새벽 3시경에 내일의 장군봉 등반을 상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노적봉 (한편의 시를 위한 길) 등반 9월 4일 (토요일)
9월 4일 (토요일) 아침 6시경 후드득 후드둑 텐트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잠을 깨웠다. 정명숙과 길현자는 벌써 일어나 아침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정에 없던 비에 어리둥절해 하며 비를 피해 출입구 옆의 고정 그늘 막을 찾아 아침 식사를 하고, 막간을 이용해 일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하였다. 맛나게 식사를 끝내고 나니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친다. 우째기나, 비에 젖은 장군봉은 포기하고 행락객을 할까 생각도 하였으나 하계 캠프 때 여러 이유로해서 고생하였던 노적봉 (일명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내응 대장, 조순애, 원유정, 이경숙 (정규 40기 참석예정자)과 이지훈 5명이 준비하고 나섰다. 회장님은 베이스 캠프 지킴이로, 정명숙과 길현자는 낙산사 행락객을 하기로 하였다. 정문수는 깨워도 못 일어난다.
매표소를 지나 소공원 앞에서 노적봉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소토왕폭 길로 접어들어 땡칠이가 되어 헐떡이며 올라간 후 계곡물에 시원하게 땀을 식히며 장비를 착용한다. 이내응 대장 선등, 조순애, 원유정, 이경숙, 이지훈 순으로 결정하고 등반을 시작하였다. 로프 두 동을 가져 갔으나 이내응 대장이 가지고 간 로프 한 동만을 사용하여 확보를 하거나 안자이렌으로 오르며 여유 있는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하계캠프 때 이용대 교장님이 쫓아오고 행여나 교육에 방해가 될까 노심초사하며 쫓기듯이 달아나고, 정일균 부대장의 철마 같은 달음질을 따라 가느라 복중의 뜨거운 햇빛 아래 혓바닥 늘어뜨린 땡칠이 되어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던 때에 비하면 진정 여유 있었던 등반이었다. 원유정과 이경숙도 별 무리 없이 따라 올랐다. 이경숙은 처음 두세 피치까지는 다소 두려워하였으나 이후 대부분의 루트를 침착하게 등반하였다.
여러 피치를 오르니 앞에 가는 팀의 기척이 들린다. 이내 우리 팀의 코 앞에 ‘서울에서 새벽에 내려왔다’는 한 팀이 로프 매듭이 크랙에 끼어 쩔쩔매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간단히 행동 식을 먹고는 이들을 추월하고, 이대장이 후등자 확보를 보며 내게 먼저 후리로 오를 수 있는 곳까지 오르라 한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 세 피치는 확보 없이 후리로 오르고 나니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다. 두 새내기들도 별 어려움 없이 따라왔다. 이후 ‘서울에서 새벽에 내려왔다’는 다른 팀은 하산할 때까지 뒤에 처져 기척도 들을 수가 없었다.
정상에서는 지난번에 넋을 잃고 바라다 보던 장엄한 토왕폭이나 천화대, 그리고 웃고 즐기던 일명 ‘음기탱천골’은 불행하게도 산 안개가 짙어 보이지 않았다. 준비해간 김밥 등을 먹고 난 후 이대장이 가져온 줌 렌즈가 달린 멋진 카메라로 증명사진을 여러 장 박았다. (이대장이 웹하드에 올려 놓은 사진들 근사하게 나왔다. 우찌끼나 베이스 캠프 지킴이들 샘이 좀 났을꺼이구만).
로프 두 동중 한 동만을 사용하여 확보를 하거나 안자이렌으로 올랐으니 내가 등짐지고 올라간 로프 한 동과 기어 랙에 후렌드 4개, 대 여섯 개의 퀵드로우, 리버소, 후렌드 회수기 등등 ‘선등자 수준’의 장비들은 한두 개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써 볼 기회도 없이 헛 힘만 쓴 격이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아주 여유 있는 정상에서의 휴식 후 하산을 시작하였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노적봉의 하산은 여러 번의 힘들고 위태로운 다운 크라이밍의 연속과 하강 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지는 낙석 위험이 있는 너덜지대가 있어 산행 후에 갖는 깔끔한 맛이 덜하였다.
너덜지대에서 미끄러지고 뒤로 벌렁 넘어지기를 두어 차례 반복하며 내려오면서, 지난번 하산 때 한만호 회원이 아래 샘물 터에서 - 그것도 두 번씩이나 - 시원한 물을 날라오던 눈물겨울 정도의 봉사에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감사하고 미소 지으니 힘들었던 하산도 거의 끝나 지난번 선녀들이 땀을 식히며 시원한 물을 끼얹던 선녀 탕에 이르렀다.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 호흡을 고르고 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하산하여 매표소에 이르니 정명숙이 차를 가지고 와서 마중을 나왔다.
이번 노적봉 리찌등반을 하며 느꼈던 개인적인 생각은…
첫째, 선등자를 제외한 후등자들은 기본적인 등반장비만을 갖추고 가볍게 오를 수 있으며. 둘째, 로프는 최소한으로 한다. 전번에는 신민수가 쓰지 않는 로프 두 동을 메고 오르느라 고생했다. 셋째, 정상까지의 마지막 2~3개 피치는 비교적 경사가 적거나 홀드가 좋으므로 안자이렌 확보로 진행하기 보다는 후리로 등반하는 것이 힘도 덜 들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넷째, 크라이밍 다운으로 하산하는 거리와 하강 후 미끄럽고 낙석 위험이 있는 긴 너덜지대 (한편으로는 이것 자체의 감칠 맛이 있기는 하지만)가 좀 거시기하였다.
한편, 지난 하계캠프 때 경험한 유선대 리찌는 정상까지 약 11피치의 암벽등반에 가까운 감칠 맛나는 난이도와 하산 시 단 한번의 30미터 하강으로 잘 정비되어있는 마등령 길로 내려서고 곧이어 우리에게 익숙한 꼬르데 길에 이르게 되므로 이와 비교가 된다. 다음 기회에는 우리 회원들께 유선대 리찌를 꼭 한번 권하고 싶다.
베이스 캠프에는 오후에 합류한 윤재학 선생님과 한만호가 베이스 캠프 지킴이들과 함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잔디 밭에 앉아 준비된 저녁식사와 소주를 나누고 담소하며 윤재학 선생님의 하모니카 연주를 듣기도 하고 많은 경험담과 꼬르데의 발전을 위한 좋은 가르침을 받기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 늦도록 개스 랜턴의 불빛을 밝히며 환담하였다.
이대장은 윤선생님과 사전에 상의가 되있는 듯, 해머 드릴, 와이어, 볼트 및 새로 마련한 해머와 하강용 링 (공들여 스텐으로 만든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을 따로 챙기고 우리 새내기들은 신기한 듯 지켜본다. 내일의 등반은 윤재학 선생님의 리딩으로 “아주 쉽고 (???) 재미있는” - 울산암 코스라 한다. 오늘 경험하고 느낀바 도 있어 ‘선등자 수준’의 장비를 최대한 줄여 ‘행락객 수준 프러스 알파’ 정도로 간단하게 장비를 챙겨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울산암 사선(斜線)크랙 등반 9월 5일 (일요일)
오늘은 “아주 쉽고(???) 재미있는” - 울산암 사선크랙 코스라 하여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준비를 하였다. 쌀쌀한 바람 속에 초가을 냄새를 느끼게 한다. 식사 후 세면장에서 양치질을 하고 나오니 이대장이 “출발 5분전”하고 외친다. 둘러보니 모두들 준비완료 상태.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제는 가끔 ‘고문관’이 되는 느낌을 갖게 되어 어쩐지 씁쓸할 때가있다.
정총무와 길현자만 행락객으로 남아 베이스 캠프 지킴이가 되기로 하고 회장님을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나선다. 7시 반에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다소 지체되어 8시가 조금 지나 차 두대로 출발하였다. 매표소 앞에서 한대를 내려 보내고 소공원에 이르니 한만호 부부가 기지를 발휘하여 신흥사 훨씬 위에까지 배낭들을 모두 차에 실어 날라다 주어 땀과 수고를 덜게 해 주었다.
이윽고 배낭을 메고 오르기 시작한다. 모두들 발걸음이 가볍다. 윤선생님과 이대장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앞서 오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벌어진다. 어프러치할 때면 항상 그러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헐떡이는 호흡에 앞선 동료들을 좇아가기 바쁘다. 흔들바위에 가까워지니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잘 쫓아온 편이다.
흔들바위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를 마시고 수통에 물을 담았다. 쉬는 동안 윤재학 선생님이 “작년에 미국인 여럿이 흔들바위를 굴려 떨어뜨렸는데 그 소리가 하도 커서 “뻥이요” 소리가 나더라는 윤재학 선생님의 ‘뻥’을 들으며 오늘 등반할 비너스길 왼편에 있는 ‘사선크랙’의 위치를 손으로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이 ‘뻥이요’를 하루 종일 우스개 소리로 하게 될 줄을 미리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다시 출발하여 일행을 따라 헐떡이며 쫓아간다. 얼마 후에는 가끔 내 앞에 가는 조순애만 보며 열심히 올라간다. 가벼운 차림에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왁자지껄하며 오르는 열댓 명의 행락객들이 오늘따라 거슬린다. 한참을 올라 비너스 길 앞에 다다르니 앞서가던 조순애도 보이지 않는다. ‘일행을 잃었구나’하는 생각에 다소 당황이 된다. 혹이나 아래에서 옆길로 접어든 것일까. 아래 위로 오르고 내려가 보기도하고 “꼬르데”를 외쳐도 보았지만 허사다. 핸드폰을 꺼내 송회장과 이대장을 찾았으나 통화가 안 된다. 이쯤되면 황당해지기 마련. 다시 정문수를 찾아 간신히 통화가 되었다. 휴~우~.
알고 보니 사선크랙의 출발점은 문리대길 아래가 아니라 그 위에서 한 50미터는 더 올라가서 길 왼쪽에 있다. 이렇게 일행과 다시 만나게 되어 오늘따라 두 번째 어눌한 짓을 하고 일행에게 심려를 끼치게 되어 민망하였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열심히 워킹산행도 하며 노력하고 있건만… 아마 열심히 피우는 그 놈의 담배 탓이 크리라.. 알기는 하건만. 뜻대로 안되니, 거 참!!!
널찍한 바위에서 장비 착용을 하고 첫 피치 앞에서 가까이 올려다본 사선크랙 – 모두의 표정에 “아주 쉽고 재미있음”에 슬그머니 질문부호 (???)가 여러 개 찍히고 한편으로는 유사시 탈출용으로 쓸 어센더며 후렌드등을 꺼내 놓고 온 것이 후회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윤재학 선생님 선등, 이대장 쎄컨드, 송회장님, 조순애, 이지훈, 원유정, 정문수, 이경숙, 한만호 라스트 순으로 결정하고 다섯 동의 로프로 첫 번째와 두 번째 피치는 모두들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선생님, 줄 좀 당겨 주세요” 하는 새내기의 가냘픈 소리도 한두 번 듣기는 했지만….. 올라와보니 이내응 대장은 벌써 세 번째 피치 시작하는 지점의 바위에 구멍을 뚫어 쌍 볼트를 박고 튼튼한 와이어에 하강 링까지 달아 멋진 하강 포인트를 만들어 놓았다.
세 번째 피치 – 50미터의 직상 크랙이다. 만만치가 않다. 여기가 크럭스란다. 윤선생님의 선등 후에 이대장이 해머드릴, 해머 등 무거운 장비를 배낭에 메고 오른다. 오르기 시작하여 한 5미터쯤 위에 70센티 정도 높이의 둥글고 잘 생긴 ‘남근석’이 위로 솟아있다. 이대장이 이를 밟고 오르며 “여성들은 이걸 한번씩 만지고 오세요”한다.
힘이 넘치는 시원스러운 동작으로 중간부분을 오르던 이대장의 입에서 “어이쿠” 소리가 난다. 바로 요부분이 소위 말하는 ‘크럭스’다. 출발지점에 꼼짝 않고 앉아있던 송회장님 긴장한다. 동료들은 빵과 영양갱등 행동식으로 요기를 하며 농담도 하지만 송회장님 별로 말도 없이 혼자 돌아 앉아 위에 오르는 이대장의 동작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기왕에 어눌한 짓을 했으니, 참고로 한마디 덛 붙인다. 여기서의 사선(斜線)은 수직선이 아닌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선을 말한다. 죽느냐 사느냐는 매우 위태로운 상태의 사선(死線) 또는 총을 쏘는 사선(射線)이 아니다. 누구라고 따로 말은 못해도 실제로 ‘죽느냐 사느냐는 위태로운 상태의 사선’으로 느낀 사람도 있을 거이구만. “아주 쉽고 재미있다”는 수식어는 혹시 현재 우리의 수준이 아닌, 윤선생님의 기준은 아닐는지, 아니면 송회장님 꼬시는 ‘뻥’이었는지? 그 깊은 속을 어찌 혜량하리요!
이대장이 멈추어서 위에서 확보를 보는 윤선생과 상의하여 새로 볼트를 설치하기로 한다. 잠깐 동안 ‘드르르르’하더니 이내 고정 볼트가 완성된다. 이대장이 여기에 스링 테이프 두 개를 연결해 내려 놓고는 올라간다.
드디어 송회장님 차례. 긴장된 목소리에 손이 떨린다. 초크를 묻히고 올라 남근석을 지난 중간지점.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는 회장님. 원유경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청하니 그래도 여유 있게 반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응한다. 으음, 좋았어!!! 스링 테이프를 잡고 거친 호흡을 내 뿜으며 열심히 오른다. 스테밍 자세로 거의 끝 부분에 도달하니, 작년 암벽반때 이 코스를 해보았다는 조순애가 “와! 회장님은 행복하겠다” 한다. 순간 기다리고 있던 모두는 이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랬다. 그 동안 내가 본 바로는 1년 전 암벽반때 울산암 반대편의 붉은 벽길을 함께 등반하고는 회장님과 같이 ‘바위 다운 바위’를 동반 등반하기는 실로 처음이다. 베이스 캠프 지킴이 등…. 헌데 오늘은 놀랍도록 의연하게 잘하셨다. “아~자~”. 이건 결코 립 서비스가 아니다. 허긴, “아주 쉽고(???) 재미있는” 코스라는 달콤한 ‘뻥’에 현혹되어 여기까지 왔으니 안 오르고 달리 방도도 없었겠지만….
조순애가 남근석을 감싸 안고 올라 그 위에 올라선다. 정문수 때를 놓지 지 않고 그 멋진 남근석이 자기 꺼 라며 “내꺼 왜 밟아”하여 모두들 뒤집어졌다. 그래도 순애가 아랑곳하지 않고 다부지게 달라 붙어 오른다. 잘했다. 박수도 보냈다.
내 차례다. 그러고 보니, 한만호, 정문수, 조순애 하고도 이런 멋진 등반은 처음 같이하는 거다. “으음~” 하며 마음을 다지고 “출발!”. 가능한 한 깔끔하게 오르고 싶다. 우회로가 아닌 직상 코스로 붙었다. 남근석까지 잘해냈다. 그 놈 – 정문수꺼 – 잡아보니 굵직한 것이 믿음직스럽다. 그런데 꺼덕거린다. 언젠가는 정문수꺼 뿌리 빠지겠다. 그래도 사뿐히 지려 밟고…. 이내응 대장이 여성들은 한번씩 잡고오라는 것을 손잡이-발걸이로 좋다 보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잡고 땡기고 질겅질겅 밟아가며 요긴하게 쓴다. 문수! 자기꺼 거시기 잘 썼수다!!
또 오른다. 크랙에 재밍하고 등을 비벼대며 스테밍 자세로 오르다가는 숨이 차 오른다. 팔이 뻐근해오고 스태밍한 크랙에는 홀드가 별로 없고 푸석바위에 발이 밀린다. 여기가 크럭스인듯!!!. 이대장이 새로 설치한 볼트에 걸어둔 스링테이프를 슬그머니 잡아 당긴다. 휴우! 한 숨돌리고 낡은 볼트를 밟고 반은 인공등반으로 해치운다. 그래! 처음 가는 길에 위에 가서 힘 빠져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서…마지막 부분의 크랙에서도 계속된 스태밍 자세 오름 짓이 수월치는 않다. 올라서 확보하고 나니 오른쪽 팔꿈치가 따갑다. 피도 제법 나고. 씩 웃어본다.
정문수 가볍게 오른다. 스링테이프도 안 잡고 깔끔하게 올라선다. “문수꺼 가져왔나?” 물었더니 “항상 거기 놔둔다”한다… 마음이 넓은 건지, 끼가 있는 건지, 원???? 뽀족한 암각에 자기확보를 한 이대장이 양발을 벌린 자세로 오랫동안 새내기들의 오름 짓을 확보하며 챙겨주느라 분주하다. 안쓰러울 정도로 힘들었으리라. 만호씨가 라스트로 오르며 꼭꼭 당겨진 스링테이프를 풀고 오르느라 애썼으리라. 가장 힘든 크럭스 부분을 모두 무사히 올랐다. 대단한 꼬르데 전사들이다!!! 이 대목에서는 다시 한번, “아~자!”
4번째 피치 - 왼쪽으로 휘어 오르는 출발점에서 윤선생님 밸런스를 잡으며 두 스텝을 옮기며 오르더니 스윙으로 가볍게 올라 선다. 멋있다. 세컨드 이대장 스윙 대신 피아노를 치며 오른다. 내 차례가 되어 윤선생 처럼 스윙으로 올랐다. 뒤에서 바라보던 원유정 새내기 멋지다고 ‘V’자를 그린다.
바위를 걸 터 타고 넘어 올라가니, 다소 혼선이 생긴듯하다 – 확보지점이 믿음직하지 못했는지 먼저 오른 회장님과 조순애가 크라이밍 다운을 하고 있다. 오후 다섯 시가 지난 시간, 윤선생의 목소리 톤이 좀 강해진다. 늦었으니 서두르자고 재촉하신다. 회장님 불안해진 듯 ‘확보 전문가’로서 확인하느라 바쁘다 – 무슨 뜻인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자기 확보가 미흡한 상태로 엉거주춤 바위에 걸터 앉아 후등자 확보를 하였다. 두 분이 크라이밍 다운을 하는 동안 로프가 완전히 꼬여있어 이를 푸는데 족히 10여분은 허비한 것 같다. 정리가 되고 5미터 정도 오른쪽으로 트래버스하여 마저 올랐다.
그러는 사이에 윤선생과 이대장은 쌍 볼트를 박고 와이어를 매어 새로운 확보 및 하강포인트를 설치하였다. 윤선생이 묶어둔 스링테이프의 끝을 자르기 위해 칼을 찾는다. 새로 산 등반용 ‘Petzl’ 칼을 꺼내준다. 그런데 칼이 들지 안는다. 새 칼에 날이 서있지 않은 것. 톱질하듯 잘라 정리한다. “내 원 참 오늘은 되는 일이 없군”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5번째 피치 – 마지막 20미터 정도가 꽤나 재미있다. 난이도는 낮지만 3번째 피치와 비슷한 방식으로 크랙에서 비비고 오르다 마지막까지 스태밍으로 끙끙거리게 한다. 드디어 정상이다. 태극기가 꽂혀있는 울산바위 정상에서 불과 30미터쯤 아래에 있는 바위다. 산 안개가 거치면서 사방을 돌아보니 서북쪽으로 석양이 걸린 대청봉, 중청, 소청봉이 보인다. 이대장이 쥬마링을 사용하여 계속해서 확보를 본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이대장님이 오늘은 완전 녹초가 됐다.
울산암 정상 쪽으로 10여 미터 오른 후 바로 밑에 있는 뾰족한 암각에 테이프스링을 걸어 확보지점을 만들고 10미터쯤 하강한다. 하강 후 랜딩지점에 깨어진 유리병이 널려져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이제 양쪽으로 벌어져있는 두 개의 바위를 다시 6~7미터를 오르면 오늘의 등반은 완료된다. 고정 로프를 잡고 한 면을 2~3미터 정도 오르다 양발을 쩍 벌리고 바위들 사이에 서서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은 스테밍 자세로 비스듬히 한발 한발씩 짚고 오르면 바위 틈새가 좁아져 편안하게 건너 설수 있다. 이로써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작한 오늘의 “아주 쉽고(???) 재미있는” - 울산암 사선크랙 코스의 등반이 완료된다.
울산암 정상 아래 위치한 넓적한 바위에 올라 장비를 챙기며 준비해온 김밥 한 줄씩으로 요기를 채운다. 어두워진다. 베이스 캠프 지킴이에게 전화로 차를 가져 오라하고 싶었지만 통화가 안 된다.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해드렌턴을 쓰고 철계단을 내려 온다. 내려오는 동안 통화가 되어 정명숙과 길현자가 차를 가져와 암벽반 울산암 졸업등반 때 비박하였던 마지막 식당에서 기다고있는 것을 알았다. 사려 깊은 배려에 다시 한번 꾸벅하며 감사한다.
배낭을 내려놓고 빈대떡 안주에 시원한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한다. 여기서 문리대길 옆 볼트따기 코스를 그러그런 사연이 있어 20년만에 완성하였다는 등반팀을 만나 막걸리에 안주를 같이 나누며 축하해 주었다.
8시 반경 야영지구 베이스 캠프로 내려오니 정명숙과 길현자가 아침에 서둘러 떠나면서 그대로 남겨두었던 텐트등 야영장비와 개인장비까지 모두 정리해 두어서 공동장비 등을 간단히 챙기고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를 읍 조리며 미시령을 향해 출발 할 수 있었다.
우째기나, 3피치에 있던 정문수꺼 거시기를 포함해 사선크랙에는 고만고만한 크기의 위로 불쑥 서있는 남근석이 두 개가 더 있다. 3피치 올라선 확보지점 옆에 불끈 솟은 – 이대장이 스링테이프를 걸어 놓고 이중으로 자기확보하고 연속으로 후등자 확보를 보던 – 것과 하강할 때 스링테이프를 걸고 로프를 걸어 하강한 것 (그러니까, 합이 셋이요!!!). 하나는 정문수꺼이고, 나머지 둘은 아직 임자가 정해지지 안은 듯한데 ??? 정문수가 모두 제꺼라고 우기려는지, 먼저 찜 하는 사람껀지??? 그렇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한번씩은 잡고 매달리는 하강지점에 있는 거 내가 찜하고 싶은데…. 허긴 정문수꺼가 물건은 물건인데… 꺼떡거리기도 하고.
졸음운전을 하며 안간힘을 쓰는 이대장을 위로하기 위해 윤선생님께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이번 등반중 쌍 볼트에 튼튼한 와이어도 걸고 깔끔한 하강 링까지 달아 멋진 확보지점 두서너 개를 설치했고, 3피치 크럭스 부분을 포함해 서너 개의 볼트를 설치했다. 특히 이대장은 그 무거운 해머 드림, 망치하며 볼트에 와이어까지 등짐을 지고 오르는 수고까지 하며 – 개인적으로는 비용도 만만치 안을 텐데. -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 윤선생님의 응답은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의외로 담담했다. “가끔 이 코스를 이용하며 느꼈는데 이 먼 코스에는 보수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안는다. 그래서 이번에 하기로 했다”. 이 순수한 산악인의 짧고 담백한 대답에 한동안 멍해졌다. 오랜 세월 세파에 깎이고 얄팍한 이기주의에 익숙해있는 내게는 오랜만에 만나는 신선한 충격이고 큰 느낌이었다.
오늘의 등반을 이끌어주신 윤재학 선생님과 이내응 대장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하산하면서도 서로 말씀을 나눴지만 오늘의 등반은 송회장님의 완전한 ‘한판 승 아~작’이다. 잘하셨습니다!!!. 어려움을 함께한 조순애, 한만호 사장, 정문수 사장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원유정, 이경숙 새내기들도 훌륭히 해내셨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오늘의 “아주 쉽고(???) 재미있는(!!!)” 울산암 사선크랙 등반으로 우리 꼬르데 회원의 등반력과 우애가 더욱 돈독해지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한편, 새내기에도 등급이 있기는 하지만, 민폐 끼칠 것을 우려해 동참하지 못한 우리 집 새내기도 같이 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서없이 옥석구분 못하고 보고 느낀 대로 또 생각나는 대로 나열하다 보니 너절하고 길게 늘어 놓은 것 같아 좀 거시기하다. (A4 용지로 다섯 장이다). 짧고 맛까롭고 재미있게 쓰는 재주가 없으니 어쩐담…정일균 부대장한테 간단명료하게 쓰는 법을 좀 배워야 쓸거나, 원 내참. 우리집 새내기 한테 첨삭 교정을 청하였으나 거기 수준도 오십보 백보. 그저 “재밋네요”하고 웃어준다. 정명숙 총무님 엄명 (아니 글 솜씨가 좀 있다는 사탕발림)에 현혹되어 끙끙거리며 짜내 본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여기까지 읽어주신 회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지루한 글로 꼬르데 게시판을 어지럽히지 않으려면 다시는 나한테 산행후기 쓰라고 명령하지 않으면 되지요. 총무님께 부탁합니다. 꾸~뻐~억.
첫댓글 선배님 죄송합니다~~다음엔 절대루 후기올리시라고...음 더욱더 걍요해야겠는데요 ㅎㅎㅎ 넘재미있게 읽어습니다 선배님..짱^*^//..
행간에 노적봉 릿지와 울산암이 가슴에 옵니다~ 그중 압권은 정문수 거시기~,,, 감동은 윤선생님 말씀 “이 먼 코스에는 보수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안는다. 그래서 이번에 하기로 했다”. 대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지훈선배님 자주 올려주세요~~
재미난 글 잘 봤습니다. 멋진 산행하신 전대원들에게 박수 짝.짝.짝. 수고 하셨습니다.
정말수고하셨습니다 꼬르데맏형으로 열정을다해주십시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항상 설악산 등반시 제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셔서 감사합니다.사실 이번에도 지난해 장군봉 등반때처럼 고생하시는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번 등반한 곳이라 덕분에 잘햇습니다.
수내씨, 그러고보니 맞네요. 장군봉에서 사선크랙까지 수내씨 좇아다니는 스토커. ㅋㅋㅋ 잘하셨구요 장군봉에서 고생했던거는 잊어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