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상임고문/명도연구소장 이재석입니다.
'경매의 꽃은 명도'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명도집행 제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① 강제집행에 대한 저항이 범죄라는 인식이 희박하고,
② 집행관이 민사집행법에 따라 원조 요청을 하면 경찰은 출동은 하되 채무자의 저항을 제압하지 않으며,
③ 점유자 교체에 의한 집행방해를 막을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없다 는 데에 있습니다.
2019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집행관이었던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명도집행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가 하루빨리 실현되어야 합니다.
2022년 11월 법원공무원교육원에서 120분 동안 일본 최고재판소와 법무성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이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집행을 방해하는 것 자체가 범죄라는 인식이 정립(正立)되어야 합니다. 채무자의 권리와 자유도 마땅히 보호되고 보장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집행에 저항하는 채무자는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서 체포되고 처벌될 수 있습니다.
언론이나 정치권은 더 이상 집행방해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사법당국은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계는 적절한 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법과 원칙의 준수는 바보짓이고 법과 원칙의 무시가 상책이다.'라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야 합니다.
둘째,
경찰이 제대로 일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집행관법 제17조 제2항은, 사법기관인 집행관이 스스로 저항을 제압할 수 없어 경찰원조를 요청한 경우 경찰은 집행관이 집행할 수 있도록 저항을 제압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민사문제 불개입 원칙’이라는 것을 내세워 출동은 하되 저항은 제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행은 즉시 폐기되어야 합니다.
경찰은 서울시나 국방부와 같은 행정기관이 건축물 철거 등의 강제집행(행정대집행)을 하면서 행정응원을 요청하면 행정절차법에 따라 시위자나 농성자들의 집행방해를 적극적으로 진압하고 있습니다.(2006년 평택 대추리 사태, 2009년 용산 참사 등)
사법기관인 집행관이 원조요청을 하는 경우에도 경찰은 적극적으로 저항을 제압해야 합니다.
셋째,
점유자를 바꾸어도 바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집행 현장에서는 치밀하고 연속적으로 점유자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집행을 방해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목적물을 더 오래 사용하거나 이사비 명목의 합의금을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입니다.
점유자를 교체하면 새로운 점유자를 상대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 다시 집행을 신청해야 합니다.
그런데 다시 집행하려고 해도 점유자를 또 교체하는 경우에는 또다시 집행할 수 없게 됩니다.
민사집행법에 다음과 같은 규정을 신설하면 점유자 교체에 의한 집행방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첫째, 점유자 교체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이 집행불능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명도소송을 제기할 채권자(원고)를 위하여 채무자를 특정하지 않고 가처분을 발령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이 신설되면 점유자를 바꾸더라도 집행관이 바로 가처분 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점유자 교체로 명도판결이 집행불능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명도집행을 신청할 채권자를 위하여 채무자를 특정하지 않고 집행문을 부여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이 신설되면 점유자를 바꾸더라도 집행관이 바로 명도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 명도집행을 하기 전에 집행관은 채무자를 방문하여 1주나 2주 이내에 자진하여 명도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명도최고라고 합니다.(명도계고, 명도예고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명도최고를 받은 채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점유를 이전하는 방법으로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명도최고를 한 후에는 점유자를 바꾸더라도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지 않고 바로 명도집행을 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2004년에 위와 같은 규정들을 신설해서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일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점유자 교체에 의한 집행방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일본이 이런 면에서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