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4. 27. 선고 2017다239014 판결
[손해배상(기)][공2023상,890]
【판시사항】
책임보험계약 피보험자의 과실로 발생한 화재에 의하여 다수 피해자가 손해를 입었으나 책임보험 한도액이 다수 피해자의 손해 합계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들이 책임보험자에 대하여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여 책임보험 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각자 전보받지 못하고 남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피해자와 체결한 화재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으로 그 피해자의 손해를 전부 보상한 화재보험자가 책임보험자에게 보험자대위로 직접청구를 하는 경우, 화재보험자는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보험금 지급이 이루어진 다음 책임보험 한도액에 남은 금액에 한하여 지급받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책임보험계약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할 책임을 진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보상을 목적으로 한다. 책임보험제도는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전보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하여 실질적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주된 취지가 있다.
상법 제724조가 규정하고 있는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은 책임보험의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 피해자가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 책임보험자에 대해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특별히 인정된 권리로서, 피해자에게 신속·확실한 구제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상법 제682조 제1항은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 다만 보험자가 보상할 보험금의 일부를 지급한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위 규정의 취지는 피보험자가 보험자로부터 보험금액을 지급받은 후에도 제3자에 대한 청구권을 보유·행사하게 하는 것은 피보험자에게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가 되어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하게 되고 또 배상의무자인 제3자가 피보험자의 보험금 수령으로 인하여 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도 불합리하므로 이를 제거하여 보험자에게 이익을 귀속시키려는 데 있다. 따라서 피해자인 피보험자의 이중이득이나 가해자인 제3자의 부당한 면책의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보험자의 보험자대위는 제한될 수 있다. 피보험자가 보험자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고도 보상받지 못한 손해액이 남아 있는 경우 보험자가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제3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범위는 상법 제682조 제1항에 따라 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전체 손해배상청구권 중 미보상손해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에 한한다고 보는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이다.
위와 같은 상법상 보험자대위 제도와 책임보험에서의 피해자의 직접청구권 제도의 취지는 화재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다음 보험자대위로 가해자의 책임보험자에게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즉 책임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의 과실로 발생한 화재에 의하여 다수 피해자가 손해를 입었으나 책임보험 한도액이 다수 피해자의 손해 합계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들은 책임보험자에 대하여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여 책임보험 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각자 전보받지 못하고 남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와 체결한 화재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으로 그 피해자의 손해를 전부 보상한 화재보험자가 책임보험자에게 보험자대위로 직접청구를 하는 경우, 화재보험자는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다른 피해자들보다 우선하여 책임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보험금 지급이 이루어진 다음 책임보험 한도액에 남은 금액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상법 제682조 제1항, 제683조, 제719조, 제724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다27643 판결,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다216589 판결(공2020상, 22)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성협)
【피고, 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원심판결】 대구고법 2017. 5. 25. 선고 2016나2608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원고 1은 이 사건 건물 1층에서 식품물류회사를 운영하였고, 원고 2는 원고 1의 남편으로 이 사건 건물 지하 1층, 지상 3층 및 4층 일부, 옥상 층에서 종이컵 생산 업체를 운영하였다.
나. 이 사건 건물 4층을 임차하여 안경도금공장을 운영하던 원심 공동피고 소외 1(이하 ‘소외 1’이라 한다)은 2014. 10. 29. 피고와 피보험자를 소외 1, 보험목적물을 이 사건 건물 4층 일부, 담보 내용을 건물화재손해 1억 원으로 하되 화재로 인한 대물배상책임을 3억 원의 한도 내에서 보장하는 특약을 추가하는 내용의 책임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기간 중인 2015. 5. 23. 소외 1의 피고용인이 집진기 용접을 하던 중 부주의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여 이 사건 건물이 전소되었다.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원고 1은 이 사건 건물 및 재고자산에 관하여 합계 1,167,371,911원의, 원고 2는 기계 및 재고자산에 관하여 합계 126,211,432원의 손해를 입었다.
라. 이 사건 건물 3층 임차인인 소외 2 및 원고들이 각 체결한 별도의 손해보험계약에 따라 각 손해보험자로부터 원고 1은 합계 628,562,871원, 원고 2는 108,461,522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또한 원고 1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이 사건 건물 4층 부분에 대한 보험금으로 77,940,849원을 받았다.
마. 이 사건 건물 2층을 임차하여 안경코팅업 등을 하던 소외 3은 2012. 6. 1. 피고와 피보험자를 소외 3으로 하여 위 임차 부분에 존재하는 기계, 시설, 집기비품 및 동산에 관하여 화재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는 보험계약(이하 ‘제1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바. 소외 3은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기계, 시설, 집기, 동산 등에 관하여 합계 541,266,121원의 손해를 입었고, 제1 보험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515,973,960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사. 원고들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자인 피고를 상대로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른 직접청구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하며, 피고는 보험가입 한도액 3억 원을 원고들의 잔여 손해액 비율로 안분하여 원고 1에게 288,874,275원, 원고 2에게 11,125,724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 사건 청구를 하였다.
2.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화재의 피해자인 소외 3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여 소외 3의 피고에 대한 직접청구권 또는 가해자인 소외 1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취득하였더라도,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책임보험금 지급 의무가 혼동이나 피고의 상계의 의사표시에 따라 소멸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가) 책임보험계약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할 책임을 진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보상을 목적으로 한다. 책임보험제도는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전보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하여 실질적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그 주된 취지가 있다.
상법 제724조가 규정하고 있는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은 책임보험의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 피해자가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 책임보험자에 대해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특별히 인정된 권리로서, 피해자에게 신속·확실한 구제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상법 제682조 제1항은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 다만 보험자가 보상할 보험금의 일부를 지급한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위 규정의 취지는 피보험자가 보험자로부터 보험금액을 지급받은 후에도 제3자에 대한 청구권을 보유·행사하게 하는 것은 피보험자에게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가 되어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하게 되고 또 배상의무자인 제3자가 피보험자의 보험금 수령으로 인하여 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도 불합리하므로 이를 제거하여 보험자에게 이익을 귀속시키려는 데 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다21658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해자인 피보험자의 이중이득이나 가해자인 제3자의 부당한 면책의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보험자의 보험자대위는 제한될 수 있다. 피보험자가 보험자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고도 보상받지 못한 손해액이 남아 있는 경우 보험자가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제3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범위는 상법 제682조 제1항에 따라 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전체 손해배상청구권 중 미보상손해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에 한한다고 보는 것(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다27643 판결 등 참조)도 이러한 취지에서이다.
나) 위와 같은 상법상 보험자대위 제도와 책임보험에서의 피해자의 직접청구권 제도의 취지는 화재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다음 보험자대위로 가해자의 책임보험자에게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즉 책임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의 과실로 발생한 화재에 의하여 다수 피해자가 손해를 입었으나 책임보험 한도액이 다수 피해자의 손해 합계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들은 책임보험자에 대하여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여 책임보험 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각자 전보받지 못하고 남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와 체결한 화재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으로 그 피해자의 손해를 전부 보상한 화재보험자가 책임보험자에게 보험자대위로 직접청구를 하는 경우, 화재보험자는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다른 피해자들보다 우선하여 책임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보험금 지급이 이루어진 다음 책임보험 한도액에 남은 금액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2)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피고는 피해자들 중 1인인 소외 3에게 제1 보험계약에 따라 화재보험금을 지급하였고 보험자대위로 소외 3의 권리를 취득하였으나, 다른 피해자들인 원고들이 잔존 손해에 대하여 직접청구권을 행사하고 있고 그 손해 합계액이 피고의 책임보험 한도액을 이미 초과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의 혼동 또는 상계의 주장은 피고가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취득한 소외 3의 피고에 대한 직접청구권 또는 소외 1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나, 원고들의 직접청구권 행사로 피고의 보험자대위로 인한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이상 혼동이나 상계의 법률효과가 발생할 수 없다.
나)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해 보이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피고가 원고들에게 혼동이나 상계를 주장할 수 없다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혼동이나 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건물의 전소가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실화책임법’이라 한다)의 적용 대상인 연소로 인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연소로 인한 부분에 해당하더라도 위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경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실화책임법의 적용요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하나의 보험사고로 발생한 여러 피해자들의 손해액 합계가 책임보험자의 보험금 한도액을 초과하는 경우 일부 피해자만이 책임보험자를 상대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였더라도 책임보험자가 지급할 의무가 있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다른 피해자들의 손해액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책임보험자의 보험금 지급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