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이상한 날이었다.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고, 공연을 하나 보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포도주를 마셨다. 우리는 조금씩 취했다. 그때 눈이 내렸다. 이윽고 펑펑 쏟아진다. 나는 언젠가 내가 찾아갔던 강연회 이야기를 했다. 그 강연회에서 들은 것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단 하나의 내용을 그에게 말해 주었다.
'한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은 등이 굽어 있었다. 슬픔이 눈물로 흘러 내려 등에 고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슬픔이 눈물로 고여 낙타의 혹처럼 등이 굽었구나라고 상상했다. 그리고 그 여인이 가엾다 여겼다. 우연찮게 그 비유가 내 가슴에 안겨들었다.' 내 이야기를 듣자 내 앞에 앉아 있던 그가 일어나더니 등굽은 여인의 흉내를 내며 몇발자국을 걸었다. '봐라. 등이 굽으면 땅 밖에 볼 수가 없다. 별을 볼 수가 없어. 등을 펴야 하늘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게 등을 펴고 하늘을 볼 것을 권했다.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온 그는 그 순간에 내 마음을 낚았고 포교에 성공했다. 그리하여 술김에 나는 1월 초에 영세를 받기로 했다. 내 안에 술이 있었기에 주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구본형 선생님의 ‘시처럼 산다’라는 칼럼의 일부이다. 나도 선생님처럼 때가 되면 믿고 싶다. 그런데 아직 풋내기 먹물에 불과한 나는 좀 더 기다린다. 믿을 수 없을 때 믿는 것이 진정한 믿음이라 했다. 그런데 아직 나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나는 크리스찬부디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해 나의 믿음을 보인다. 난 교회에 다녔던 사람이지만, 현재는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난 종교의 다원성을 믿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무교에 가까운 종교인이 맞겠다.
내가 선생님의 모습에서 항상 감탄하는 부분은 그 부드러운 삶이다. 선생님은 때로는 단호하셨지만, 이것은 스승으로서 역할을 할 때였다. 기본적으로 선생님은 매우 부드러우며, 상대를 끝까지 믿어주셨고, 따뜻하게 포용해 주셨다. 이것에 나 또한 낚였다.
김신웅 행복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