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의 불꽃
끔조차 잠이 들지 못한 채 우두커니
나를 바라보던 그때를 떠올려보다
병실 창문 밖으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새벽을 쓸어 담고 있는 노인을
두 눈 가득 담고 있었지만
치켜뜬 하늘처럼 내 마음을
밑바닥까지 내려놓은 건
남편이 사라지던 그날부터라고
내 기억은 희미하게 말하고 있었다
“여보! 3년만 참아
돈 많이 벌어와 우리 정미 대학도 보내고…. 그러자 “
그렇게
외항선을 타고 나간 남편은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질 않았다
“김철민 씨가 분명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그럼 제 남편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요?”
“그야 저희도….”
함께 배를 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남편의 횡방을 물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작업 도중 왼쪽 다리를 다쳤다는 말에
실종신고를 통해 경찰서에서 찾아낸
CCTV엔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목발에 의지한 채 걸어 나오는 모습이 다였다
그로부터
2개월의 시간이 지난 뒤
걸려온 낯선 전화
**병원입니다
김철민 씨 보호자 되시죠?“
재수술을 위해 부득이 보호자를
찾는다며 온 연락하나 붙들고
달려가 눈물이 얼어서 고드름이 될 때까지
목 놓아 울던 나를 보며
“미안해 여보….면목이 없어“
“지금껏 저는 당신의 잘난 모습만 사랑한 게 아니에요“
그 말에
남편도 굵게 패인 볼 주름 사이로
강물 같은 눈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병원살이는
두 계절이 흘러가고 있었고
그나마 그것만이 나의 하늘이었던
날들을 모아 평생 외발로 살아야 하는
잠든 남편을 내려다보다 쪽잠이 들었다
깼을 때 누워 있어야 할 남편 모습은 보이질 않았고
한참을 더 따뜻하게 보내야 하는
날들을 남겨놓고 사라진 그이를 찾았을 땐 남
편은 바다를 건너려는 달팽이처럼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다
“여보 제발….“
세상을 살면서 이기는 사람보다
지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이길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나만을 생각하지 않는
마음때문 이라며
그 마음속으로
오늘을 걸어가자며
소리쳐 애원하던 나는
“당신이 뛰어내리면
나도 함께 뛰어내릴 거야“
눈물이 무거워 고개를 떨구던
남편에게 묻고 있었다
"여보….
우리가 꿈꾸던 빨간 2층 벽돌집 보이지?“
“…......“
"저기 벽돌 중에서 맨 밑에 있는 벽돌이
제일 튼튼한 벽돌인 거 알아?"
“ .................“
절망으로 생을 마감하려는
남편에게 비록 제일 낮지만,
강한 벽돌이 되어 살아가자며 말을 이어갔다
“ 새벽공기에 몸을 맡기며 어둠을 뚫고
하루를 시작하는 저 사람들을 봐“
“저땐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세상이 날 바꿨네“
“더 나은 일을 해야 하는 데라는 걱정이
오늘의 힘을 뺏어가는 거라는 생각은 안 해?“
“…..........“
“위만 보고 살려니 힘든 건
아니었는지 잘 생각해 봐“
“뛰고 달려봐도 언제나 그 자리였잖아”
“잠자리도 애벌레 때는 올챙이를 먹고 살지만
어른 잠자리가 되면 개구리 먹이가 되는 세상이기도 하잖아“
“사방이 벽인데 그런 날이 올까?“
“세상이 온통 벽이라며 절망하지 말고,
당신이 뚫으면 문이잖아“
죽지 않아 살아간다는 남편이 선택한
자살이라는 또 다른 결과 앞에
내가 바랄 수 없는 것을
희망했던 나를 용서해 달라며
고갤 숙이는 남편과
우린 다시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 여보….
다시 용기를 내 도전할게."
목발 없이 걷지도 뛰지는 못해도
오늘만큼 현명한 나는 없듯이
내 삶에 지나온 날들이 만들어준
아내의 현명함이 다시 한번 세상에 맞설
용기를 주었다는 남편의 귀에 대고
난 속삭이고 있었다
사랑의 온도
36.5 °로 타고 있는
불꽃 하나면 충분하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첫댓글 좋은 글에 다녀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행복한 일상 되십시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애달픈 사연의 글에
잠시 갈길을 멈쳐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