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두 루카 순교성인 안장기념일 현양미사
2018. 5. 29. 윤종관 신부 인사말
오늘의 이 은총 충만한 자리를 함께 이루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인사 올립니다. 저는 하부내포성지를 지키는 입장에서 [보령시 미산면 서짓골-부여군 내산 도앙골-홍산 삽티] 등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곳을 관리하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봄철 산자락의 진달래꽃이나 산벚꽃 핀 것을 보게 될 때는 문득 옛적의 박해시대에 숨어 살던 교우들께서도 저 진달래 저 산벚을 보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 삽티에 작업하러 와서는 그런 진달래와 산벚과 이어서 아그배 꽃을 보면서 옛적 이곳에 숨어 몰래 신앙생활을 하던 교우들의 마음을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이 5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여기저기 삽티 산자락에 피고 있는 찔레꽃을 보면서는 5월 달에 황석두 성인의 시신을 갈매못에서 여기까지 모셔다가 안장해드리던 152년 전의 황천일과 황기원 등 그 교우들의 심정을 상상했습니다. 저 흐드러지게 피는 찔레꽃들을 보면서, 그 찔레나무 가시에 찔려가면서 성인의 시신을 짊어지고 와서 묻어드릴 때 울었을까 기도했을까 상상해보았습니다.
저는 오늘 이곳 삽티의 황석두 성인의 빈 무덤에 안치한 제대에서 주교님께서 현양미사를 봉헌해주시니 더 여한이 없습니다. 150년 동안이나 잊히어졌던 이곳 삽티를 2년 전 2016년에 교구장 주교님께서 교회의 공식적 순례지로 선포하시고 이 땅을 순교자들의 임금이신 주님께 봉헌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오늘 황석두 성인의 빈 무덤 위에 안치한 이 제대를 중심으로 하여 여기 찾아오는 순례자들의 기도소리가 이 삽티 계곡에 가득 차게 됨으로써 옛 순교자들의 신앙이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옛적에 이곳에서 숨어 살던 사람들이 몰래 기도하며 숨소리만 내던 그 모습을 이 삽티 계곡의 산천초목이 지켜보았었지요. 그러나 오늘부터는 마음대로 소리를 내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음성을 이곳 산천초목이 들으면서 “아, 기도하는 소리가 이제는 들리는구나!”하고 기뻐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주교님께서 미사를 봉헌하신 여기 황석두 성인의 빈 무덤 위의 제대 또한 이곳 산천초목들과 함께 기뻐하면서 속삭이고 있습니다. 이 제대는 1960년대 중반부터 25년간 대전 대흥동 주교좌 대성전의 중앙제대였습니다. 역대 주교님들께서 착좌하시고 신품성사를 거행하시고 수많은 교우들의 견진성사를 집전하시고 대전교구의 공식 전례가 거행되던 제대입니다. 그 25년 다음으로 대전 시내 모 성당으로 이전되어 10여 년간 미사성제봉헌과 신자들에게 은총을 베풀던 제대였습니다. 그러다가 한 성당의 화단에 18년간 조경석처럼 박혀 있다가 오늘 여기 황석두 성인의 빈 무덤 자리에 거룩한 은총의 도구로 부활했습니다. 그래서 이 제대가 지금 속삭이고 있습니다. “아, 내 몸 위에서 다시 주님의 성체성혈을 주교님께서 봉헌하시는구나!”
이렇게 속삭이는 제대와 더불어 이곳 삽티 성지에서 또 속삭이는 돌이 있습니다. 대전 시내 모 성당에서 30여 년간 세례성사를 집전하던 ‘세례대’가 골동품 가게에 넘겨져서 구경거리가 되길 십 수 년 만에, 오늘 미사 직전 주교님의 축복으로 여기 삽티 성지의 싱싱한 생수를 뿜어 올리는 ‘돌샘’으로 부활하였습니다. 그 세례대는 여기 찾아오는 순례자들의 영혼을 적시고 닦아주며 갈증을 풀어주는 구실을 할 것입니다. 하여, 그 세례대는 다음과 같이 속삭이고 있습니다. “아, 내 몸이 다시 은총 도구로 되살아났네!” (여러분께서 돌아가시면서 그 세례대의 물로 주교님께서 축복하신 성수를 한 병씩 가지고 가세요!)
그래서 저는 믿습니다. 이제부터 여기 삽티의 옛 교우들 숨어 살다가 붙잡히어 목숨 바치러 갔던 그 신앙을 오늘의 우리 교우들도 이어갈 수 있는 용기를 여기서 더욱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살아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소리로 이 삽티 계곡을 채울 것이라 믿습니다. 그 기도소리를 가득가득 채우는 성지로 가꾸어져 우리 후대의 신앙인들에게도 이곳이 믿음을 다져주는 징표가 되어갈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하여, 잊히어졌던 이곳의 역사성을 어느 한 사람만이 주장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정성을 바쳐 이곳을 지키리라 저는 믿습니다.
오늘 여기 찾아와주신 모든 분들, 특별히 멀리서 찾아오신 교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행사를 위해 의자를 마련해주신 대전 대사동 본당의 순례단원들과 최재덕 회장님, 그리고 기념품을 마련해주신 대전 대동 본당의 김희철 회장님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도와 흔쾌히 노력봉사를 해주신 홍산 교우님들과 이 행사를 진행해주신 홍산 본당주임 윤여옥 신부님께 감사의 인사로 엎드려 절하고 싶습니다. 또한 거룩한 현양미사를 집전해주신 주교님께 백배 감사를 올립니다. 이어서 특별히 이 삽티 성지의 오늘이 있도록 지원하시고 어려운 공사를 시행해주신 부여 군수님께 감사의 절을 올리고 싶습니다. 공사시행에 있어서 실무자로서 늘 저와 함께 고민하고 땀을 흘린 부여군 문화관광과 김태형 감독관님과 세림건설 서병수 사장님께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또한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승인하고 지원해주신 충청남도지사님께 감사를 올리며, 오늘 참석해주신 부여군의회 이경영 의장님과 조희철 홍산면장님과 이곳 마을 이창규 이장님과 내빈들께서 이곳의 역사기록에 증인이 되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더욱 황석두 성인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신앙의 열정을 어떻게 불살라가며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시다가 치명하신 황석두 성인을 기릴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가장 큰 감사를 올립니다. 더욱 오늘 이 좋은 날씨를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찬미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