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7. 공감5시
제목: 춘천의 공지천2
1. 오늘은 먼저 시간에 이어서 춘천의 공지천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해 주신다고요. 지난 시간에 들었던 도사들의 대결이나 퇴계 선생과 관련된 공지천에 얽힌 설화들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도술과 용궁여행이라는 환상의 세계를 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공지천 전설이 새로운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거듭난 사례를 가지고 왔습니다. 사람들은 공지천에 얽힌 전설을 들으면서 공지천과 의암호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상상은 생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실적인 작품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아주 바람직한 일입니다. 춘천의 경우는 공지천과 의암호를 잘 활용하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주변의 산과 호수가 어울려 정말 멋들어진 도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2. 그렇지요. 참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원장님은 춘천을 곳곳마다 다녔으니, 더 잘 아시겠어요?
참 많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닙니다. 저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현지답사를 나가니까요. 그런 발품으로 춘천 관련 책도 몇 권 내고, 논문도 꽤나 여러 편 썼습니다.
그 중 2011년 1월에 사랑과 낭만의 도시 춘천이란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춘천에 있는 네 개의 설화를 가지고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만들 수 있는 컨설팅을 했습니다. 네 개의 설화는 <밭치리아기장수>설화, <신숭겸>설화, <공지천>설화, <전계심>설화였습니다. 물론 다른 좋은 설화자원도 있습니다. 그 중 제가 책에서 다룬 설화는 춘천에서 가장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이 중에 <공지천>설화를 대상으로 만든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3. 있는 자원을 발굴해서 새롭게 가꾸어 간다는 것은 정말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환상적인 공지천과 <공지천>설화는 어떻게 가꾸어졌나요?
일단 공지천과 의암호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여러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 가운데 아무래도 우리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것은 춘천의 마임입니다.
4. 마임요? 마임이 공지천설화와 관련이 있다고요?
춘천 마임의 시나리오가 <공지천>설화를 대상으로 만들어집니다. 공지천과 의암호로 뒤덮은 물과 연계됩니다. 물에는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이 산다고 가정하고 물과 상대를 이루는 불의 신인 화신(火神)과 대결을 벌이며 난장을 이어갑니다. 물과 불의 싸움이지요.
5. 물과 불의 대결이 그렇게 주어지는 군요? 물과 불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대결로 흥미를 일으키는 군요?
바로 그 대결의 이야기 실마리에 깨비라는 우리 고유의 도깨비를 등장 시킵니다. 이 깨비는 바로 용왕의 아들로부터 나온다고 봐야지요. 설화에서 용왕의 아들은 공부를 게을리 하고 아버지인 용왕의 말씀을 잘 듣지 않아 인간 세상에 개의 탈을 쓰고 내치게 되잖아요. 그리고 퇴계 선생의 문하에서 3년간 퇴계 선생에게서 글공부를 하고 용궁으로 돌아가잖아요. 바로 아버지에게 벌을 받아 내친 용왕의 아들을 깨비로 바꾸어 마임의 줄거리로 만듭니다.
그리고 설화에서 용궁은 인간의 세계가 아닌 별세계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얼마든지, 우주라는 시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춘천마임축제의 이야기 줄거리에서 우주에서 온 깨비가 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이 바로 설화에 내재해 있는 것입니다.
6.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럼 실제 이야기는 어떻게 됩니까?
바로 이 포스터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일주일 간 열리는 춘천마임의 줄거릴 담은 포스터입니다. 그림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공지어와 깨비의 그림도 흥미롭지만 수신과 화신과 우주라는 상징체계도 모두 넣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이렇습니다.
물의 도시 춘천의 수호신은 수신(水神)이다. 그런데 춘천을 넘보는 화신(火神)이 매년 5월에 쳐들어와 일 년에 한 번 씩 커다란 싸움인 아! 水라장이 벌어진다.
우주에서 춘천으로 떨어진 깨비들은 온 힘을 다해 수신을 도와 화신을 중앙로에 있는 화산 속에 가둔다. 중앙로 화산이 터진다!
늘 우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깨비들에게 수신은 공지어 전설을 들려준다.
공지천에 사는 ‘공자어’란 물고기 9999마리를 만들어 불태우면
우주로 돌아갈 수 있는 하늘길이 열린다는 것, 공지어 9999 프로젝트
깨비들은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공지어를 만들기 시작하고 시민들도 한껏 도와준다. 우주로 돌아가기를 기원하는 실험적이고 광적인 굿판 미친금요일 19금이 열린다.
공지어 9999마리를 거의 다 만들어가는 깨비들은 내일이면 우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가득 차서 지구에서의 마지막 파티인 도깨비난장으로 밤을 지샌다.
공지어를 태우기 위해 불이 필요했던 깨비들은 화신을 풀어주는 대신 불을 얻는다.
공지어를 다함께 태우는 우리의 깨비들. 활활 타오르는 불과 함께
깨비들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 아! 우다마리
7. 와, 정말 아이들은 신이 나겠어요. 상당히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깨비, 우주, 공지어, 굿, 난장, 물불의 대결 모두 나오네요?
예, 지금 얘기한 그 단어들은 모두 축제에서 꼭 필요한 요소들입니다. 인간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도깨비라는 신비의 우리 전래 이야기부터, 별세계인 우주라는 새로운 꿈의 세계, 부귀를 상징하는 물고기인 공지어, 신바람을 뜻하는 굿거리, 축제를 상징하는 먹고 마시며 일탈을 뜻하는 난장, 그리고 역시 풍요를 나타내는 물과 불이 등장합니다. 특히 물고기는 등용문이라는 고사에서 보듯 한 단계만 뛰어오르면 바로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를 수 있잖아요. 물고기는 부귀를 뜻하는 것이라, 옛날 잉어그림을 병풍에 그려 집안에 걸었습니다.
8. 이야기를 듣고 나니, 춘천마임축제가 달리 보입니다. 그리고 왜 공지천에 공지어라는 물고기가 등장하고, 용궁이 등장했는지도 확실해졌습니다. 퇴계 선생님이 지푸라기를 던져 수많은 물고기를 만든 것도 말이에요?
그렇지요. 일단 공지천 설화에서 등장하는 화소가 모두 연결이 되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지천 설화는 춘천을 용궁과 같은 이상향으로 가꾸고 싶은 설화 화자의 바람이 개입했습니다. 고달픈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이런 설화를 이야기 하게 한 것입니다.
아울러 춘천마임축제를 기획하면서 이야기를 구성한 사람도 춘천의 특성을 잘 읽었고요. 공지천 설화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참 잘했습니다. 마임이라는 매체에다가, 영원한 인간의 소망인 이상향 트랜드를 접목했습니다. 우주 아니 용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깨비의 바람은 곧 모든 사람들이 이상향으로 가고 싶은 욕망을 담아낸 것이니까요. 거기에다가 굿이나 난장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의 문화코드를 적절하게 잘
활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