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2년 3월 23일 스탕달이 세상을 떠났다. 스탕달의 대표작은 ‘1830년대사年代史’라는 부제가 붙은 장편 〈적과 흑〉이다. 이 소설은 부제대로 1930년에 발표되었다. 제목의 ‘적’은 당대 권력의 표상 군복軍服을 나타내고, ‘흑’은 또 다른 권력의 상징 사제복司祭服을 의미한다.
시골 목재상의 아들 쥘리앙은 권력과 재물에 대한 야욕이 큰 청년이다. 레날 시장 집의 가정교사가 된 그는 귀족 계급에 대한 증오심을 풀기 위해 정숙한 레날 부인을 유혹한다. 그러다가 진심으로 레날 부인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소문이 번져 시장 집을 떠나게 되고, 신학교에 입학한다.
교장 사제는 쥘리앙을 대귀족 라몰 후작의 비서로 만들어준다. 파리로 간 그는 후작의 딸 마틸드를 임신시킨다. 이 역시 귀족 계급에 대한 증오심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딸이 임신하자 후작은 어쩔 수 없이 둘의 결혼에 동의한다.
후작은 딸의 혼사를 앞두고 쥘리앙의 품행을 조회한다. 레날 부인이 진실을 말하고 쥘리앙의 신분상승은 좌절된다. 쥘리앙은 부인을 권총으로 쏜다. 쥘리앙은 투옥되고, 부상을 입은 부인이 그를 면회 간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랑이 진실된 것임을 확인한다. 쥘리앙은 행복한 마음으로 단두대에 오른다.
〈적과 흑〉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한 ‘에고티스트égotiste 흙수저’ 청년이 귀족 ‧ 성직자 ‧ 부자만을 위한 사회에서 파멸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쥘리앙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그것은 ‘나 몰라라’이고 오직 자신의 성취와 욕망에만 관심을 둔다. 자존심도 없다. 그런 점에서, 경우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줄 아는 진정한 의미의 에고이스트egoist도 아니다.
199년 3월 23일 금관가야 시조 김수로가 ‘붕어’했다. 그는 “거북아 거북아龜何龜何 머리를 내놓아라首其現也 내놓지 않으면若不現也 구워서 먹으리燔灼而喫也”라는 〈구지가龜旨歌〉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경남 김해에 출현했다. 스스로 노래를 부르며 즉위한 것이 아니라 민중이 간절히 소망하는 형식을 취해 권력과 부유를 잡았다. 수로왕은 확실히 쥘리앙보다 차원 높은 고수였던 것이다.
하늘의 아들天子이 아닌 범인은 애당초 왕이 될 수 없고, 야망이 크면 쥘리앙처럼 되기 십상이다. 공자는 ‘생활의 지혜’가 뛰어났으므로 제왕을 꿈꾸는 대신 “꿈에조차 주 무왕을 만나고 싶어” 안달했다. 덕분에 장자로부터 ‘무관의 제왕’ 즉 소왕素王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놀아라”를 뜻하는 소요유逍遙遊의 장자도 그것을 보면 사상계에서는 출세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은근슬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