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하면서 제 기억에 남는 주일의 성도님들의 모습은 이랬습니다.
주일 아침 예배당으로 오는 분들은 성경과 찬송을 손에 들고 옵니다.
성도님들 중에는 헌금을 드리기 위해 전날 은행에서 새 지폐로 바꿔
오시기도 했고, 다리미로 구겨진 돈을 다려서 펴기도 했다고 합니다.
주일이면 교회 오려고 옷도 깨끗하고 단정하게 입고 집을 나섭니다.
예배 전, 미리나와서 함께 기쁨으로 찬양하는 환한 얼굴들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기억하는 성도의 모습은 기도하는 모습입니다.
특별히 복잡한 식당의 좌석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온 후 음식을 앞에 놓고
두 손을 모으고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것도 소박한 식사에 진지한 기도, 저는 그런 장면이 잊히지 않습니다.
기도하는 모습에서 뿜어져 나온 경건함은 주변을 압도하기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모습을 본 뒤면, 저의 기도도 더욱더 진지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기도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집에서든 식당에서든 단촐한 음식이지만
식사를 공급해주신 하나님께 마음과 정성을 모아서 진지하게 기도합니다.
어디 식사뿐이겠습니까. 살아가면서 내가 마주하게 되는 삶의 현실 앞에
그곳이 어디든, 그렇게 두 손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역시 이렇게 기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시는 네덜란드가 동인도회사를 설립돼 해외 무역이 활발했었습니다.
그렇게 서민들은 번영을 구하면서도, 칼뱅주의 신앙을 추구했습니다.
렘브란트 가정 역시 엄격한 칼뱅주의 신앙을 따르면서도 축를 즐겼습니다.
‘렘브란트, 빛과 혼의 화가’ 란 책의 저자 파스칼 보나푸는,
렘브란트 가정의 신앙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성서를 읽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고, 기도를 하지 않고 식사를 하는 일도 없었다.
삶은 고기와 야채를 일주일에 한 번 조리해 그때그때 데워 먹는
가장 검소한 식사인 ‘호세포트’를 먹을 때에도 그들은 먼저 기도를 올렸다.”
그래서 나는 항상 가장 검소하면서도 경건한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인 나의 모습에서 매일 성경을 읽는 모습이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나에게서 기도하는 모습이 항상 있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