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스톤], 미국, 2014.
[쉰들러리스트](1993)에서 배우 리암 니슨을 만난 것도 어느덧 11년이나 지났다. 나만 나이 먹는 것이 아니라, 배우도 그만큼 늙어(1952년 생으로, 우리 나이로 63세)간다는 걸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데 이건 순전히 배우 탓이다. 억지 부리고 싶다.
[쉰들러리스트]에서 중후한 사업가이자, 평화주의자이며, 인도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가 이후 출연한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더 그레이]에서는 고립된 설원과 계곡을 뛰어다니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는 상남자의 매력을, [논스톱]과 [테이큰] 시리즈에서는 몸을 날리며 총질을 일 삼는 역할을 맡았기에 '얼굴과는 다르게 아직 젊구나' 라는 착각을 들게 했으니 말이다.
세상 그 무엇도 세월을 비켜가지 못한다.
'죽기 힘든' [아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도 이제는 아들이 대신 주먹질을 해주고, 람보도 그 무거운 기관총을 내려놓은지 오래다. 터미네이터 또한 편하게 차를 타고 다니며, 슈퍼맨도 배트맨도 스파이더맨도 젊은 배우들이 가면을 바꿔 쓰고 있다.
이번 영화 [툼스톤]에서 리안 니슨의 액션씬을 찾기 힘든 것도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배우가 힘들어 할테니.
전직 형사이자 지금은 사설탐정으로 살아가던 맷에게 사건 의뢰가 들어온다. 맷은 거절하지만 범인의 잔혹한 범죄 사실을 듣고는 복수심에 불탄다. 납치된 아내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무참히 살해한다는 것과 몸값의 40%를 지급하니 아내의 몸도 40%만 돌려준다는 것이다.
경찰에 신고해야 할 일을 왜 사설탐정에게 의뢰하는가? 그건 바로 납치된 아내의 남편이 마약밀매상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연유로 사건을 맡게된 맷은 특유의 추리력과 실행력으로 범인을 잡는다는 아주 정석적인 내용의 영화다. 깔끔하다. 관객의 상상력도 별달리 필요없다. 스크린에 눈만 고정시켜 놓으면 된다. 그래서인지 다들 킬링타임용이라 말한다.
그래. 인정하자.
우리들의 액션 히어로들도 나이가 먹었음을.
예전의 모습은 추억으로만 간직해야지,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이제는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