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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생태도시'하면 떠오르는 독일 도시가 있다. ''독일의 환경수도'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프라이브르크'다. 프라이부르크는 우리에게도 낮익은 도시다. 몇년전 철강기업 포스코가 이 도시를 배경으로 TV광고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건물과 도심 곳곳을 가로지르는 실개천 '베히레'의 아름다움이 인상에 남는다.
인구 20만의 이 도시가 환경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도로에 차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도로를 질주하는 것은 포스코 CF에 등장하는 것처럼 수많은 자전거와 도시철도(트램)이다. 내 뇌리에 아직도 이 CF의 이미지가 잔상처럼 남은 것은 프라이부르크같은 도시가 부러웠기 때문이다.
청주시가 무심천을 생태하천으로 되살리기 위해 오는 28일부터 무심천 하상도로 가운데 2중 중복구간(청주대교∼청남교 1.2km)의 하천 쪽 도로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프라이부르크가 떠올랐다. 무심천 하상도로는 1990년대이후 자동차가 급격히 늘면서 청주 남북구간의 교통편의를 위해 개설됐지만 비산먼지ㆍ소음ㆍ매연 등을 유발, 수생 생태계에 해를 끼친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을 받아왔다. 불필요한 중복구간이 있다면 한쪽 도로는 폐쇄해 복원하는 것이 옳다.
유럽의 환경선진국에선 하천에 조성한 인공구조물을 원상태로 복원하는것이 트랜드다. 인공구조물은 도로 뿐만 아니라 주차장, 각종 체육시설을 포함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인공구조물을 과감하게 뜯어내고 원시적인 하천 형태로 되살려 놓고 있다. 이런점에서 원칙적으로 지역 환경단체의 주장에 공감한다. 생태하천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하상도로 전체(6.5km)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 이전에 대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안없이 무조건 철거하면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장마때 하상도로는 폐쇄된다. 이럴때 출근길에 나서는 직장인들은 보통 고역이 아니다. 청주시내 절반은 교통지옥으로 변한다. 퇴근길에도 마찬가지다.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쪽이 불거져 나오는 '풍선효과'처럼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럴때 발생하는 문제가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출퇴근길 정체와 지체가 지속되면서 수많은 시민들이 길에서 시간을 잡아먹는다. 에너지 낭비는 말할것도 없다.
도심이 특히 러시아워엔 거대한 움직이는 주차장이 되면서 그 매연은 어떻게 할것인가. 선한 의도가 선의결과는 낳는것은 아니다. 무심천 생태하천을 만드는 것은 선한 의도지만 사회적 비용을 날리고 공해 유발이라는 나쁜결과는 가져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름철 폭우로 드물게 하상도로가 잠기는 것은 한해 삼사일 밖에 안된다. 하지만 아예 하상도로를 없애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통합청주시 도심은 연중으로 교통지옥을 겪을 수도 있다.
다시 프라이부르크 애기로 돌아가자. 그 도시는 차가 안다니는게 아니라 차를 못다니게 한다. 대신 5분마다 한대씩 정확시 시간을 지키며 달리는 트램이 시민들의 발 노롯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트램은 도심은 물론 주택가까지 이러저리 돌아다니도록 시스템화 되있다고 한다. 그래도 바쁜사람은 자전거를 이용하면 된다. 중소도시지만 자전거 도로 총연장 길이가 무려 500km나 된다.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 될 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프라이부르크의 교통분담률은 도보와 자전거, 트램을 합쳐 70%가 넘는다고 한다.
결론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심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려면 청주시내 교통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아예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도로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적어도 프라이부르크 처럼 도저히 될 수 없다면 무심천 하상도로의 교통량을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는 얘기다. 생태가 살아숨쉬는 환경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바쁜 일상속에서 교통지옥으로 불편을 겪는 상황이 매일 매일 지속된다면 시민들의 불만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뻔하다. / 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