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실크로드를 다시 잇는다
과거 동양과 서양의 문명을 잇던 실크로드!
그러나 해양 교통로의 발달로 서서히 쇠퇴한다.
특히 우리에게는 동서냉전으로 인하여 70년간을 금단의 길 이었던 곳, 이제 그 길이 구소련 붕괴와 냉전시대의 종말과 함께 다시 열리고,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경의선 개통을 바라보며 신 실크로드의 재 부흥의 꿈을 꾸고 있다. 바로 이곳에 음악으로써 실크로드 부흥의 꿈과 그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인이 있어 소개한다. 그는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에서 건축업을 하며, 그곳 최초의 프로합창단인 실크로드 챔버 합창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최병호 단장(49세)이다. 글.아트앤아트 박선경 기자
“저는 음악 전공자는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특히 성가대와 합창활동을
계속해 오면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러시아합창의 깊은 매력을 발견 하게
됩니다. 마침 1991년에 이곳 중앙아시아가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사업차 들어간
그 곳에서 꿈에 그리던 러시아 합창과 음악을 만나게 됩니다.
아울러 전혀 접할 기회가 없었던 중앙아시아로부터 동구유럽, 아랍 권에 이르는 나라들
즉, 실크로드국가들의 독특한 민속곡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독특함과 아름다움이란!“
그는 우즈베키스탄의 사업여건이 좋지 않아 운영하고 있는 회사경영의 어려움에도 불구
하고 그 수익금으로 2001년 3월 31일 창단 연주회와 함께 그 나라 최초의 프로 합창단인 실크로드 챔버 합창단을 창단하게 된다.
실크로드 합창단은 우즈베키스탄 국립합창단원 중 최정예 소수단원과 국립음악원인 콘살바토리아의 유망주 등 최고의 단원으로 구성 되어있다. 단원은 순회연주 시에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합창을 위한 최소인원인 16명으로 구성했다. 따라서 단원 한사람 한사람이 솔로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2002년 9월에는 ‘Soloists in Concert' 공연을 통하여 단원들이 솔로의 기량과 합창을 함께하는 공연으로 호평을 받은바 있다.
지휘자 ‘디마 즈다노프’는 젊은 나이에 우즈베키스탄 국립합창단 지휘자 자리를 이어받은 촉망받는 지휘자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이 실크로드 챔버 합창단이 연주회를 하면 관객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러시아 성가곡과 민속곡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는 유일한 합창단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간 사회주의 국가임으로 해서 연주되지 못하였던 많은 서방세계의 음악과 종교성 짙은 명곡들을 접할 수 있는 통로로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구소련 이후로 이제 한국에도 러시아 합창곡이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잘 아시겠지만,
러시아합창곡은 그들만의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독특함이 있습니다. 무거운 중저음과
현란한 화성 속에 깃든 우수와, 민중의 외침과, 외로움과, 힘과, 사랑과, 춤과, 신의 찬미는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세계 속에 깊이 빠져들게 합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의 정서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원래 러시아 성가곡은 신이 만드신 악기인 사람의 목소리 외에는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아카펠라로 불려집니다. 그 고요함과 거룩함 속에 화려하고 장중한 화성이 만들어내는 찬미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러시아 성가 곡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으로 황홀케 합니다. 때로는 숨 막힐 듯이, 때론 처절한 외침과 장중한 침잠과 그 화려한 영광이란 접하는 이로 하여금 매료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어렵지요, 따라서 그 러시아 성가 곡을 제대로 부를 수 있는 합창단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곳에는 성가곡 뿐만 아니라 주옥같은 로망스도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 부분은 구 소련시절 인민을 달래기 위한 소련 정부의 예술 진흥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봅니다“
이 실크로드 챔버 합창단은 2001년 9월 한국을 방문했다. KBS 열린음악회, 수원시 와
안산시 음악회, 서초금요음악회 등 순회연주와 이화여대, 한신대 등 대학 순회연주 및
극동방송 연주 등을 통하여 한국에 소개 되 바 있다.
“대단한 호응 이었죠, 합창단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동안 한국에 소개 된 적이 없는
러시아 성가곡과 로망스 그리고 실크로드 국가들의 독특한 민속 곡들은 한국 청중들에게 그 독특함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간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러시아 성가곡, 로망스 뿐 만 아니라 주옥같은 실크로드 국가들의 민속 곡을 힘닿는데 까지 국내 매니아들에게 소개 하고자 합니다. 그를 위하여 순회공연 및 교환 공연 들은 추진하고, 채보된 악보의 국내 출판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그는 오늘도 우즈베키스탄의 실크로드 챔버 합창과 같은 합창단을 다른 실크로드국가
들에게도 창단하여 실크로드를 오가며
교환공연이 이루어지는 실크로드의 꿈을 꾸고 있다.
음악가족이라고 하던데?
예, 우리 가족 모두가 음악을 좋아하는 그런 행운을 받았어요 저와 제 처(황혜경, 45세)
도 베이스와 소프라노로 실크로드 챔버 합창단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만 4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큰딸아이(최윤희,16세)는 과거 독.소 전쟁당시 유명한 과학자와
음악가를 피난시킨 우즈베키스탄에서 그들에 의하여 세워진 음악 영재학교 우스벤스키를 거쳐 현재 아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사사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유명한 콩쿨인 Music Teacher's National Association에서 1등을, 지난 7월 50여 개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전통의 Interlochen Arts Academy 썸머 캠프에서 피아노 부분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World Youth Symphony Orchestra와 협연으로 썸머캠프 피나레를 장식하는 영예를 안았고, 인터라켄 리퍼블릭 방송과의 녹음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둘째딸 (최윤주, 13세)또한 우즈베키스탄의 우스벤스키를 거쳐 국립음악원 콘서바토리아
교수로부터 사사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우리집 꿈나무이지요. 지난 6월에는 내한한 블라디보스톡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바 있습니다.
막내아들 (최윤석, 11세)는 첼로를 배우고 있죠. 우즈베키스탄에 모두 같이 있을 때에는 이 아이들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3중주 연주도 곧 잘 하였습니다. 1년에 한번이라도 모두모여 가족음악회를 하고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세계로 가족 순회 연주를 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동안 계시면서 직접 음악활동을 하셨는데 그곳과 국내와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습니까?
우즈베키스탄은 경제수준이 우리와 비교가 안 되는 후진국가입니다. 그러나 음악을 특정
소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으로 생활속에서 누구나 자연스럽게 즐기며,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주중에는 일터에서 힘들게 일하고,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주말이나 공연이 있는 날이면 가장 좋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오페라, 발레 등을 즐깁니다. 일년 내내 공연이 있어서 언제든지 즐길 수 있으며 특히 아이들 청소년을 위하여서는 무료로 관람케 하며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하는 정책적 배려들을 생각할 때 부러움과 함께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공연장에서의 매너 또한 배울 점이지요. 예술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나오는 열렬한 박수는 그들 예술 발전의 든든한 토양이 되고 있으며, 물론 공연장에서 떠들거나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중과 함께하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자생적인 많은 문화 단체들의 활발한 움직임들이 있음을 음악애호가의 한사람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과 노력들이 쌓여갈 때, 음악이라는 것이 몇몇 프로들 끼리끼리 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편적인 음악애호가나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기쁨으로 받고 즐기는 행복의 매개가 되겠지요. 우리나라 국민의 음악성은 대단합니다. 또한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풍류가 있는 민족입니다. 다만 경제문제에 온힘을 쏟느라 큰 자산인 문화 예술이 도외 시 되었었기 때문에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문화 중흥기를 맞아야겠지요. 아울러 국내를 벗어나 세계 속에서 그 문화의 주역으로서 세계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많은 노력들에 전공자 들 뿐만 아니라 단순 음악애호가들의 참여가 있길 기대합니다.
기쁨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