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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성, 문제행동이 아닌 권리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성교육을 통한 성 정체성 확립 프로그램'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천안, 아산, 예산 등 충남권역에서 벌이는 “성교육을 통한 성 정체성 확립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장애인 대상 성교육’이다.
비장애인들과 같이 다양한 성행동을 하지만 표현이 미숙하고 자신을 적절하게 드러내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으로 때론 부적절하게 여겨지는 장애인들의 성적 행동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장애인’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뭉뚱거리기엔 그 성격과 특성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선 생활시설 장애인, 정신장애인, 장애아동․청소년으로 구분하여 진행한다. 더불어 장애인들이 머무는 기관의 특성과 요청에 맞추어 진행방법이나 사용하는 교구·교재도 달리 하는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현장에선 이해하기 쉬운 다양한 방법을 찾기 위한 창작의 아픔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같은 내용이라도 3가지 방식의 강의를 고민해야 하는 셈이다.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강의와 개별상담, 인형극, 역할극, 미술치료, 실습이다.
장애인의 특성별로 좀 더 살펴보면 지적장애의 비율이 높은 생활시설 이용 장애인에게는 일상적인 문제행동을 줄이고 성폭력을 막기 위한 강의를 한다. 지적 장애의 수준에 따라 진행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치료약물로 인한 부작용으로 무기력해 보이는 정신장애인에게는 성적 문제행동을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학교에 다니는 장애아동․청소년들에게는 등하교 길에 노출될 수 있는 성폭력 예방을 위해 강의 중 예시 혹은 실습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식이다.
이계숙 사무국장은 “사회적으로 장애인의 성적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많아지는 요즘이지만 막상 시설이나 기관에서 만나는 장애인들에게 ‘권리’를 이야기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 말한다. 기관에서도 ‘권리보장을 위한’ 성교육 보다는 ‘문제행동을 줄이기 위한’ 성교육을 요청하는 실정이라고.
그래서 시설장애인들이 시설 내에서 최소한의 성적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의 몫이다.
지난 7~8월 기관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중간평가에서 5점 만점에 평균 3.8점을 받은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들에게 무척 중요한 반복 교육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한다. 장애인들의 변화가 눈에 띄었고 참가자들이 무척 즐거워해, 내년에도 교육을 희망하는 기관이 많다고 전한다.
이 모든 일들이 한국여성재단의 성평등사회조성사업으로 가능했던 일이며 무엇보다 장애인들에게 참 좋은 기회였다는 말을 감추지 않았다.
- 한국여성재단 W.C기자단 신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