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등학교 행복 도서관
전솔빈 맘
많은 도서관을 알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복수초 도서관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서 만나는 따스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좋고, 가끔씩 만나는 비님도 좋고, 오늘처럼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도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손을 호호 불며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가는 걸음을 재촉해 가면서 책을 빌리러 가는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니 그게 또 좋습니다.
더운 여름날, 학교 교문에 들어서기 전에 한참 햇볕에 달궈진 뽀얀 살결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시끌벅적한 소리들이 좋고,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운동장에서 눈싸움을 하고, 꽁꽁 언 손으로 눈덩이를 굴려 눈사람을 만들면 그 옆에 서서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시골 화단을 연상케 하는 학교 건물 앞 조그만 화단에는, 봄이면 병아리 소리가 들릴 것 같은 하얀 병아리 꽃과 울 솔빈이 반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짙은 보랏빛 할미꽃과 하얀 이팝나무 꽃이 화려하게 피고 지고, 여름이면 손톱에 예쁜 물이 들 것 같은 봉숭아와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는 진분홍 나팔꽃은 이 학교를 떠나가신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떠오르게도 했습니다. 가을이면 철모르고 피어있는 제라늄과 베고니아와 어느 새 익었는지 누런 벼가 조그만 화분에서 고개를 숙인 모습은 아이들의 자연관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또, 겨울에는 이른 봄에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려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동백꽃과 하얀 눈꽃이 가지마다 활짝 핀 나무들은 눈 쌓인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부러운 듯이 구경을 합니다.
눈에 푹푹 빠진 신발을 툭툭 털고, 도서관에 들어서면 가지런히 놓여 진 책들과 친절하신 사서 선생님, 그리고 재밌는 책을 보려고 여기저기 시선을 옮기는 아이들과 아직은 책 읽는 친구들을 위해 정숙해야 한다는 걸 마음으로 배우지 못한 몇몇 아이들까지도 정겹게 느껴집니다. 읽을 만한 책을 발견하면, 울 아이들과 내가 앉아 책을 보는 우리의 명당자리, 바로 창가 쪽 두 번째 책꽂이 밑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읽혀질 것만 같습니다. 책을 읽다가 시간이 아쉬워 집에 가는 길에는 울 큰 아이 두 권, 둘째 솔빈이 두 권, 그리고 내가 빌린 세 권의 책을 학원표 헝겊 가방에 넣어서 학교 현관을 나서면, 하얗게 눈부신 운동장이 웃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책 잘 보고, 다음에 또 오라고 인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저만의 착각을 하곤 합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오늘은...
『깃털처럼 가볍게 내리는 눈송이, 그도. 제 무게 이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라는 판화가 이철수님의 글귀가 생각나는 오늘은,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들을 읽으며, 아이들과 두서없는 긴 수다를 떨어야겠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같이 도서관을 다니면서 보고 느꼈던 일들은 다시금 저와 아이들의 추억 속에서 빛을 발하겠지요. 저는 늘 이렇게 기억할 것입니다. 많은 도서관을 알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복수초 도서관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노라고 말입니다. ^^
*눈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니 저절로 글이 써졌습니다. 그러나 허접한 글이 되고 말았네요. ㅜㅜ
첫댓글 글솜씨가 좋으신데요^^ 언제 이렇게 많은 글을 쓰셨는지..부럽습니당^^ 글을 읽을 때 마다 그림이 그려지네요~고개 숙인 벼부터 창가 쪽 두 번째 책꽂이 밑바닥까지..항상 아이들이 잘 앉아 있는 자리죠~~짱이십니다^^
글이 술술읽히는 재미가 있네요... 중간중간 솔빈맘의 애정어린 마음이 느껴지네요... 언제 이렇게 많은 꽃을 공부(?)하셨데요.? 부럽습니다...!!! ^^
문학소녀군요 언니. 우아 정말 멋지네요. 제가 모르는 것도 넘 많네요. 아직 전 도서관이랑 그리 친하지 않아서 저도 도서관과 친해지고 싶네요 방학 시작 한지 이틀째인데 그냥 하루 하루 보내는 것 같아요 언니 처럼 이렇게 알차게 보내야 하는데... 허접한 글이 아니고 짱 멋진 글이예요.
ㅋㅋ 썰렁한 부분 있음 지적해 달라고 했는데 다들 좋게 봐줘서 고맙네여. 오량골에 올릴 용기가 없는 울 반 맘님들 힘내서 많이많이 올리시라고 과감하게 함 올려봤네요. 다들 저보다 나을거라 확신합니다. 힘내시고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할 수 있도록 많이들 올려 주세요. ㅋㅋ
**지훈맘
감동이네요^^ 사랑해요^^
지 말고 모두모두 도서관으로 모이세용
지난 여름 방학 내내 학교 도서관과 운동장에서 함께 뛰놀며 신나했던 우리 아이들 얼굴이 떠 올라
학급 문집을 내며 수고가 많으신 솔빈 언니
이번 겨울 방학때도 춥다고 웅
지훈맘. 나두 알러뷰.^^
평소 언니 이미지 느낌 그대로입니다.. 절대 허접하지 않아요~~제 맘을 들었다 놨다 해요!!
저도 써놓은 글 얼릉 더 다듬어야겠어요!! 언니 짱~
정말 잔잔한 감동이 있는 글 잘 읽었어요^^
저도 도서관 가고 싶은데 도연이 껌딱지 때문에 마음만 갑니다..
언젠간 복수초 도서관에서 많은 책들과 시간을 보낼수 있기를 빕니다.
내내 행복한 순간들 되세요.
솔비니맘을 보면 늘 소녀같으신것 같아요..
제가 글솜씨가 없어서 우선 이쁜 맘으로 이쁜 글을 쓰신듯해요..
헌데,, 학원표 연두색 헝컾가방은 조금 깨요..^^ 하하......
언니 저알죠? 솔직하게 지적했어요... ^^
잔소리 들을 각오로 올린거예여.ㅋㅋ 따끔한 지적 감솨감솨.^^
와우 너무 멋진 글이네요^^려올것 같은데요
이글을 읽으면 모두 복수초 도서관으로
지난 한해 너무너무 수고 많았구요 꼭 복받을 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