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대회 본선 32강 제1회전
제 1 도
이 바둑은 우하귀에서 방금 흑이 131 로 이어서 삶을
확인하였고, 이제는 백이 둘 차례이다. 현재의 판세는
흑이 좌상귀로부터 상변 중앙에 이르기까지 약 30집의
확정가를 갖고 있고, 그 밖에도 좌하귀에 약 11집,
우상귀에 약 일곱 집, 우하귀에 약 6 집 정도의 집이
있으므로, 흑의 확정가는 합계 약 54 집이다.
이에 맞서서 백의 확정가는 좌중앙에 약 22 집,
우하귀에 9 집 정도, 좌하귀 근방에 6 집 정도,
우상귀 근방의 중앙에 2 집 정도, 덤이 약 여섯 집,
합하여 약 45 집의 확정가를 갖고 있다. 따라서,
확정된 집만으로는 백이 좀 모자라는데, 그 대신에
현재 백의 차례이고, 좌하귀 근방의 중앙에서 백을
끊고 있는 흑 돌 두 마리의 연결이 아직 확실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한다면, 이 바둑은 대체로 백중하며,
아직 갈 길이 먼 바둑인 것 같다.
문제는 중앙에 수직으로 뻗어 있는 백 세 마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확실하지 않고, 우상귀 근방의
백 대마도 만일 포위 당한다면 아직 완생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백의 다음 행마에 대한 제약 조건이
되고 있다. 욕심 같애서는 우하귀의 백 돌이 우변의
중앙을 향하여 3선으로 계속 뻗어 나가서 집을 늘리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당장 중앙의 백 세 마리가
포위를 당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
한편, 중앙의 흑 대마는 아직은 한 눈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흑이 곤마가 되지 않고 세력이
되어서 주변의 백 집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운영하여야
한다. 바람직하기는 중앙의 백 세 마리를 포위해서
잡고 싶고, 다른 한 편으로는 우히귀 쪽으로 누르고
내려가서 발판을 마련하고도 싶으며, 우상귀의 백
대마가 아직 미생인 점을 노리면서 좌상귀 근방의
백 집을 공략하고도 싶은데, 그러려면 우선은 중앙의
백 세 마리와 우상귀 근방의 백 대마 사이의 연결을
차단해야 하는 실정이다.
제 2 도
백의 다음 수는 백 1 ( 대국 기보의 수순으로는 백 132 )
였다. 흑은 당연히 흑 2 로 연결을 차단하고 나섰다.
이 때 백은 중앙의 돌들을 직접 움직이지 못하고 백 3 으로
비켜서 받았고, 흑은 기세 등등하게 4로 젖혔다.
여기서 백 5 로 2 선에서 들여다 본 수가 시기 적절한
응수 타진이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면 흑 6 으로 안 이을
수 없을 때, 백 7 로 3 선으로 뛰어 내려서 우상귀 흑의
생사 여부를 물어 보는 한 편, 중앙의 백 돌들이
연결하여 내려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제 3 도
여기서 흑은 1 로 건너 붙여서
흑 3 으로 끊고, 백 6 까지 뚫어서 중앙 흑의 눈을
확보한 연후에, 우상귀 백이 아직 미생이라는 약점을
인질 삼아서 흑 7 로 좌 중앙 백 집을 공략한다.
제 4 도
우상귀에서 2 선으로 부터 들여다 보았던 백 돌 한
마리가 백 1 로 도망쳐 나올 때 흑이 2 로 막았으므로,
이 틈을 타서 백 3 으로 연결하면서 우변으로 진출한
흑 두 마리의 연결을 끊자고 한다.
이로부터 흑백 간에 피차 자기의 갈 길로 가서, 흑은
좌중앙의 백진영을 초토화 시키고 오히려 백 돌들을
잡았으며, 백은 우변을 확보하였고, 미생이던 좌상귀
근방의 백 대마는 우변에 연결하여 살았다.
흑 12 ( 실전의 흑 157 ) 로 바둑 판이 상전벽해가 된
이 시점에서 집 계산을 다시 하여 보자. 먼저, 흑 집은
좌상귀로부터 상변 중앙에 이르기까지가 약 33집의
확정가이고, 좌하귀가 약 9 집, 우하귀가 약 6 집
정도이며, 중앙에서 백 집을 부수고 확보한 흑 집이
약 32 집이므로, 여기까지의 흑 집은 함계 80 집이다.
만일 우상귀의 흑이 살아 있다면, 그것도 약 3 집은
되므로, 흑 집은 83 집 정도라고 해야 할까 ... ?
거기에 대항하여 백 집은 우변과 우상귀 근방의 중앙
집이 약 42 집, 좌변이 약 7 집, 좌하귀 근방에 6 집
정도, 덤이 약 여섯 집이므로, 백 집은 다 합쳐도
61 집 밖에 안 된다. 백이 갖고 있는 것은 다음이
백의 차례라는 것인데 ...
만일 우상귀의 흑이 살아 있는 것이라면 승부는
이것으로 끝이다. 백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우상귀 흑 돌들의 생사 여부를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무슨 수가 있는 것인지 ...?
제 5 도
여기서 만일 백이 우변 2선에 뻗어 있는 백 두 점을 가로
막고 있는 흑 돌 한 점을 잡고 살아간다면, 우상귀의
흑은 2 의 1 의 수인 흑 6 에 두어서 깨끗하게 살아 버린다.
왜냐 하면, 이 때 백 5 하여도 다시 흑 8 로 두 눈이 나며,
만일 백이 5 대신에 백 8 하면, 흑은 그 백 돌이 넘어가지
못하게 우변 2 선의 백 두 점을 1 선에서 단수 친 후에
흑 5 로 뛰어 내려서 삶의 궁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백은 백 1 을 선수한 후에 백 3, 5 의 절묘한
수순으로 흑의 안형을 위협하였다. 여기서 흑은 우변 2 선의
백 두 점을 먹고 있을 여유도 없고, 그렇다고 백 5 에 대해서
그냥 7 로 내려서서 막았다가는 우변 2 선의 백 두 마리가
회생하면서 흑은 한 눈 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흑은 부득이 하게 6 으로 젖혔고, 여기서 백 7 로
끊으면서 패 싸움이 시작되었다. 다만, 여기서 백도 흑 7 로
끊지 않고 8 로 내려 섰다가는 흑이 두 눈을 내는 수순이
기다리고 있음을 확인하기 바란다.
이 패 싸움에서 백이 흑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이 흑을 고스란히 잡는다면 흑백간의 집의 balance 에서
35 집 정도의 증감 효과가 나므로, 백이 흑보다 13 집 정도
앞서게 된다. 그렇다면 흑백간의 팻감이 문제인데,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나려는지 ... ?,
제 6 도
흑은 자체 팻감 2 를 썼고, 백은 중앙에 잡힌 백을 살리자는
팻감 백 5 를 썼다. 여기서 흑은 우변 흑 진영 안의 흑 두 점에
연결하자고 중앙의 흑이 뚫고 들어오는 대신에, 흑 8 로 묘한
곳에 두었다. 이것은 한 편으로 중앙 흑에의 연결 가능성을
노려 보면서 여차하면 우변의 백의 안방에서 살림을 차리겠다는
수였으리라 ... 자칫 잘 못 받다가는 패 공장이 될 수가 있다.
이제 백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 ?
제 7 도
여기서 장고하던 이세돌 9단은 불문곡직하고 백 1 로 때려서
우상귀의 패를 해소해 버렸다
아직도 중앙 흑에 직접 연결은 안 되기 때문에 흑은 2 로
젖혀서 2 선으로 기어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중앙 흑에
연결하는 수가 성립되기 때문에 백 3 으로 젖혀서 연결을
차단하였으며, 흑은 4 로 뛰어서 2 선에서의 궁도를 계속
넓혀 가고 있다.
이 흑의 생사 여하 ?
제 8 도
백 1 이 흑이 두 눈을 내지 못하도록 하는 파호의 강수였다.
그런데, 여기서 흑 2 는 amateur 기객의 눈으로 보기에는
의문수로 보이는데 ... 글쎄요 ? 그 수 밖에 없었을까요 ?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모르지만, 이 문제를
12 도 ~ 14 도에서 amateur 의 방식으로 좀 더 연구하여
보기로 한다.
제 9 도
백의 다음 수는 의외의 곳, 백 1 이었다 !!!
제 10 도
만일 흑이 2 로 백 두 점을 잡는다면, 백 3 으로 끊고
백 5 로 늘어서, 백 두 점을 잡은 곳에서는 눈이 나지
않는다. 그러면 1 선에서 궁도가 충분하여야 하는데,
이하의 수순에서 보다시피 1 선에 한 눈 밖에 없고,
그렇다고 흑 6, 8 로도 한 눈을 더 확보할 수는 없다.
제 11 도
흑 1 로 2 선에서 끊은 백 한 점에 단수 쳤는데, 이 때
백은 번개 같이 백 2 로 되려 단수 치고 들어갔다 !!!
이 수가 명수라서, 이후 흑은 어떻게 두어도 백의 진영
안에서 갈갈이 찢어진 흑 돌들의 수습이 안 된다.
여기서 흑은 깨끗하게 던졌다. 돌이켜 보면, 우상귀의
패 싸움에서 흑은 패의 대가를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쉬운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우상귀의 패 싸움에서 흑은 15 집 정도의 팻감만 계속
추구하였어도 백은 집 부족 때문에 그 패를 해소하기가
어려웠고, 반대로 백의 입장에서는 25 집 이상의 팻감을
써야만 그 패 싸움을 계속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
결과적으로 흑은 우상귀에서의 패의 댓가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셈이기 때문에, 아무튼 제6도에서의
흑 8 은 옳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은데 ... ?
제 12 도
여기서 질문은, 제8도의 흑 2 대신에 위의 제12도의
흑 1 로 2 선을 꽉 이었으면 어땠을까 ... ?
하는 것이다. 이랬으면, amateur 의 눈에는 이 흑을
잡기가 만만하지 않았을 듯 한데 ... ?
제 13 도
만일 흑 1 에 백 2 로 호구 자리를 빼앗으며
파호하면, 흑 3 으로 붙이면서 1 선으로 넘어 가자고
할 것이다. 만일 흑이 거기서 1 선으로 연결이라도
하는 날이면, 흑 3 의 돌은 백이 두 수를 들여 단수를
치더라도 질기게 패로 버티는 수가 나오며, 역으로
귀의 특수성 때문에 우변 2 선의 백 두 마리는 우상
귀까지 진출한 백에 연결하여 도망 가는 수가 없다.
그렇다고 흑 3 에 대하여 백이 1 선으로 내려서서
넘지 못하게 하하거나 혹은 1 선으로 젖혀서 막는 것은
모두 흑이 선수로 1 선에서 한 눈을 확보하고 3 선의
백 두 점을 맛 좋게 잡아서 완생하는 궁도로 연결된다.
제 14 도
다음으로 흑 1 에 백 2 로 차단하고 나서는 수를
생각하여 보지만, 이번에는 흑 5 으로 호구 쳐서
우하귀에 연결하자는 수를 엿보기 때문에,
amateur 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 모양은 패 싸움이
피차 최선의 결말이 아닐까 ... ? 한다.
제 15 도
안녕하세요 ?
위의 제15도에서 백이 마지막 둔 수가 실전의
백 182 이며, 여기서 흑의 전영규 5단은 돌을
거두었습니다. 막 판에 가서 연속하여 두 번씩이나
난해한 사활 문제가 등장하면서, 백의 절묘한
묘수들에 흑이 knock out 된 이 판은 참으로 짜릿한
승부 바둑이었던 것 같습니다 ~
마지막 근처는 너무 어려워서, 저희 amateur 의
눈으로 본 검토 결과가 전혀 틀린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재미 있으셨죠 ? 그럼,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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