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이름 찾아 떠나는 여행 57>
송도(松島)
1914년 송도휴게소가 개설되면서 송도해수욕장이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해수욕장이었습니다. 송도휴게소는 1913년 7월 송도에 송도유원주식회사를 설립하는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당시의 송도는 오늘날의 송림공원(일명 송도공원)의 연맥(連脈)인 바다 속의 섬이었습니다. 소나무가 우거진 곳이었기에 본래는 ‘솔섬’이라 불렀습니다. 옛날 케이블카와 140m 줄다리의 기점이었던 ‘거북섬’이 그곳입니다. 일본의 10대 명승지 중의 하나인 ‘이와데’의 ‘마쯔시마(松島)’를 그대로 따왔다는 지명 유래가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송도유원주식회사를 설립한 일본 거류민들이 소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이 섬에 ‘水亭’이란 휴게소를 지으면서 섬 전체를 허물어버리자 거북 모양의 검은 바위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거북섬으로 이름이 바뀌고 송도란 이름은 1910년 부산에서 가장 먼저 개장된 송도해수욕장 주변 지역을 통칭하는 지명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인천 송도 국제도시의 지명을 두고서도 일본의 ‘마쯔시마(松島)’에서 따온 일제 잔재이므로 지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곳 송도 지명은 조선 중종 25년(1530년)에 완성된 조선팔도 지리지 ‘신증 동국여지승람’ 통진현(김포) 조(條)에도 나오는 우리 고유의 지명입니다.
송도가 위치한 암남동(岩南洞)은 암남동 지역에서 볼 때 맨 먼저 햇살이 비쳐드는 천마산 장군암(將軍岩)의 남쪽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붙여졌습니다. ‘아미동의 아미골 남쪽이어서 암남동이라 한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일본인 도꼬오 겐겨오(都甲玄卿)가 1937년 경 ‘부산부사원고(釜山府史原稿)’를 쓰면서 식민사관을 심기 위해 일본 서적에서 견강부회 식으로 인용한데서 비롯된 잘못된 사실입니다. 암남동은 서구 전체 면적의 28.5%를 차지하고 있는 큰 동네입니다.
<송도해수욕장 조형등대>
2007년에 전국 최초의 해상조각 작품인 고래조형 등대를 설치하였고, 고 현인선생을 추모하는 현인광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송도해수욕장 앞바다에 ‘무지개를 몰고 온 고래 이야기(海夢)’라는 테마를 가진 돌고래 형상의 등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귀신고래와 무지개를 타는 돌고래 모형 등 5점의 대형 조각품으로 구성된 이 등대는 백사장의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수중에 설치된 방사제(防沙堤)의 위치를 배들에게 알리는 한편 ‘부흥과 희망’을 고래의 역동적 이미지를 빌어 표현했다고 합니다.
2005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치된 방사제를 ‘잠제(潛堤)’라 합니다. 이 잠제 때문에 2007년 송도해수욕장에 1억 원 상당의 모래가 밀려와 서구청이 횡재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잠제란 파도의 힘을 줄이기 위해 설치하는 수중 구조물로, 방파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트라포드와 같은 모양이나 크기는 5배 정도 큽니다. 송도해수욕장 앞 바다에는 솟구치는 귀신고래와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고래 등 일고여덟 마리의 고래가 유영하고 있습니다. 귀신고래 양 옆에 붉은 색 아치를 따라 튀어 오르는 돌고래들도 생동감을 줍니다. 부산해양수산청이 2006년 5월 실시한 현상공모에 선정된 부산의 조각가 이상진 씨의 국내 최초 해양조각품입니다.
<거북섬>
어부 총각과 용왕의 딸로서 반인반용인 인용(人龍)의 사랑이 깃든 전설을 형상화한 조각상과 해상산책로(구름산책로)가 조성돼 있습니다. 바다 괴물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지만 죽은 어부가 거북바위로 변하면서 이곳에서 영원히 함께 한다는 전설입니다. 해상산책로는 길이 104m, 폭 2.3m, 높이 5.5-5.8m이며, 다리 일부 구간은 투명한 강화유리로 마감해 파도치는 바다를 바로 볼 수 있게 해 아슬아슬한 스릴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장군산(將軍山 · 152.1m)>
서구청이 발간한 ‘송도 100년’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전선이 부산포에서 왜선 100여 척을 격파하고 돌아갈 때 그의 휘하에 있던 정운 장군이 흉탄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그는 전투에 앞서 자신의 이름에 붙은 ‘운(運)’과 몰운대의 ‘운(雲)’과 발음이 같다며 ‘이곳이 내가 죽을 장소’라며 용감히 싸우다 전사했다는 것. 그런 그를 기려 몰운대가 바라보이는 이곳을 장군산이라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유래설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정운 장군은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했습니다.
<암남공원>
숲 속에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553,795평방미터(17만 평) 크기의 도시자연공원입니다.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1996년에야 개방되었기에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약 1억 3천만 년 전에 조성된 옆줄무늬 퇴적암으로 이뤄진 해안 암벽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보여 주는 풍광은 신비를 자아냅니다. 변화무쌍한 해안단층이 분포되어 있고 갯바위에는 공룡발자국을 연상시키는 작은 웅덩이나 구멍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송도해안산책로>
길이 800m의 철재 데크와 550m 목재데크 등으로 구성된 약 1.3㎞의 해안산책로는 갈맷길 4-1 구간과 연결되는 '송도 해안 볼레길' 가운데 1코스 일부분에 해당됩니다. 편도로 25분 정도 소요되는 산책로를 걸으며 수많은 배들이 닻을 내린 아름다운 송도 연안과 1억 년 전 퇴적암으로 형성된 암남공원의 절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좋습니다. 또한 남해안 수평선 너머를 조망할 수 있는 세 군데의 전망대, 흔들다리, 산책로 아래의 낚시터 등이 산재해 있어 해안산책로는 암남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