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이라고 무조건 감형 아냐"…범죄 건수 증가는 문제
정신질환 범죄 공포감…"조현병이면 다 용서되나요?"
예산 등 부족에 방치·위험 큰 환자부터 관리체계 구축해야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2018-07-15 07:00 송고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한 빌라에서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얼굴을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날 경북 영양에서는 "난리가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B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A씨와 B씨 모두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조현병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관련보도가 나온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조현병과 관련된 국민청원들이 잇따르기도 했다.
◇조현병 공포 확산…정신질환자 범죄 증가세
조현병(정신분열증)이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부터다. 서울 서초동 주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김모씨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으며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피해 망상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인천에서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C양 역시 조현병과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올해 4월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여학생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인 양모씨도 조현병으로 치료 받은 전력이 있었다.
실제로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5298건이었던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2016년 8287건으로 늘었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살인, 강도, 방화, 성범죄) 역시 증가세를 나타냈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는 2012년 502건에서 2016년 731건으로 늘었다.
전체 범죄에서 정신질환자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2년 0.29%에서 2016년 0.44%로, 강력범죄의 경우 2012년 1.99%에서 2016년 2.83%로 높아졌다.
◇'정신질환' 주장하면 처벌 약해지나?…그렇지도 않고 절차 까다로워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심신미약'을 주장해 약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청원인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조현병 환자가 일으키는 묻지마 범죄가 많아지면서 이를 악용해 조현병 환자라고 주장하며 형량을 낮추려는 범죄자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 안전을 위해 조현병 환자들을 격리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정신병으로 인한 심신미약이나 상실을 인정하는 기준이 엄격한 편"이라며 "일정기간 국립치료감호소에서 행동관찰도 하고 전문의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쳐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강남역 살인사건 가해자 김모씨는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상실'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범행 경위, 수단, 진술태도를 종합할 때 사물 변별 및 의사결정능력 상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심신미약'만 인정했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주범 C양도 조현병, 아스퍼거증후군에 의한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태연히 컴퓨터를 한 것으로 보아 사물변별·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늘어나는 정신질환 범죄…대안은 지역사회 관리 시스템
최근 정신질환자 범죄가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인력, 예산 문제로 인해 상당수 정신질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봐야한다"며 "정신질환자 치료, 수용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관리시스템으로 보완해줘야하는데 지역사회 역시 인력과 예산이 충분하지 못해 제대로 관리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해서라도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게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환자 가족, 지역사회, 관리 기관 간 유기적 관계 형성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news1.kr/articles/?337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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