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토신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하나둘씩 밝혀짐에 따라, 이제 옥시토신은 '포옹 호르몬'이라는 단순한 명성에서 벗어나고 있다."
2011년 4월, 뉴욕 대학교 랑곤 메디컬센터의 로버트 프룀케 박사(신경과학)는 옥시토신 호르몬을 단 한 번 주입하여 처녀 마우스의 뇌를 재프로그래밍했다. 옥시토신을 주입받기 전에, 그녀는 보채는 (다른 암컷이 나은) 새끼에게 대체로 무관심했으며, 심지어 짜증을 내며 짓밟는 만행까지 저질렀었다. 그러나 호르몬을 주입받고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모성애가 발동하여, 우는 새끼에게 다가가 입으로 살며시 들어올렸다. 프룀케는 그녀의 행동이 돌변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뇌세포의 활동을 면밀히 분석했다.
낯모르는 새끼의 울음소리가 들렸을 때, 암컷 마우스의 뇌세포는 조금씩 불규칙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옥시토신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뇌세포는 좀 더 정연한 반응을 보였는데, 그것은 여느 엄마 마우스의 뇌세포가 보이는 전형적 패턴이었다. 프룀케의 연구는 호르몬이 뉴런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유례없이 세밀하게 기술했다(참고 1). "옥시토신은 처녀 마우스의 뇌를 변화시켜 낯모르는 새끼의 울음소리에 반응하도록 만든다"라고 프룀케는 말했다.
1970년대에 다양한 종(種)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옥시토신이 모성행동을 유발하고 사회적 결속을 강화한다'는 결과가 보고되면서, 옥시토신은 신경과학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들쥐의 일부일처제(☞ 【임자 있는 초원들쥐가 외간들쥐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유】), 양(羊)의 모자간 유대관계, 심지어 인간 간의 신뢰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참고 2), 옥시토신은 일약 허그 호르몬(hug hormone)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은 옥시토신이 유대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에서 '포옹 호르몬'이라고 단정했고, 대중 언론매체들도 그런 관념에 젖어 있었다"라고 에모리 대학교의 래리 영 교수(신경과학)는 술회했다. 영 교수는 1990년대 이후로 옥시토신을 연구해 왔다.
【임자 있는 초원들쥐가 외간들쥐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유: 후성유전학 】
초원들쥐(학명: Microtus ochrogaster)는 오랫동안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와 내분비학자들의 관심을 끌어 왔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즉, 한 명의 배우자와 평생 동안 성관계를 맺는) 독특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초원들쥐가 부부의 연(緣)을 맺고, 새끼를 함께 양육하며, 공동으로 둥지를 짓는 모습은 인간의 짝짓기와 일부일처제 행동의 근저에 깔려 있는 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데 좋은 모델로 간주되고 있다.
초원들쥐를 대상으로 실시된 선행연구에서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암수의 유대관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혼(旣婚)의 초원들쥐들은 미혼(未婚)의 초원들쥐들보다 옥시토신/바소프레신 수용체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초원들쥐의 사촌뻘로 99%의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난교(亂交)를 일삼는 산악들쥐(montane vole)에게 초원들쥐의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유전자를 도입한 결과, 그들도 사촌들(초원들쥐)과 마찬가지로 `성실한 남편`, `조신한 아내`로 돌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2013년 과학자들은 "동물의 짝짓기 행위가 염색체에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일으켜, 성생활과 일부일처제 행동(monogamous behaviour)을 주관하는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ont_cd=GT&record_no=239207 |
'포옹 호르몬'이라는 관념에 자극받은 임상의들 몇몇은 옥시토신을 일부 신경정신과질환(예: 자폐스펙트럼 장애) 치료에 시험적으로 사용해 봤지만, 초기 임상시험에서는 엇갈리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과학자들은 옥시토신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이 뇌 안에서 작용하는 방식을 분석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프룀케를 비롯한 연구자들에 의하면, '옥시토신은 신경신호를 강화하여,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신호(예: 구원요청, 얼굴표정)를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또한 임상 연구자들은 일련의 대담한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옥시토신이 자폐증 치료에 도움을 주는지 테스트하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들로 인해 옥시토신은 좀 더 정교하게 조명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옥시토신이 행동에 미치는 복잡한 영향이 밝혀지면서 기존의 전문지식들은 상당부분 수정되어야 할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옥시토신 연구분야는 이제 막 성숙했으며, 전통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영역의 연구자들을 통합하면서 계속 전진하고 있다"라고 영 교수는 말했다.
1. 분만촉진에서 신호전달까지
옥시토신에 관한 스토리는 19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생화학자들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웬 물질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것이 분만과 수유를 촉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그 배후에 호르몬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달은 과학자들은, '빠른 분만'이라는 그리스어를 이용하여 옥시토신이라고 이름붙였다. 옥시토신은 주로 뇌의 시상하부에서 생성되는데, 1970년대에 발표된 연구들은 '옥시토신 생성 뉴런이 뇌 전체에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옥시토신이 행동을 조절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 캠퍼스의 코트 페더센과 아더 프랭글은 1979년에 발표한 랜드마크적 논문에서(참고 3), '처녀 랫트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했더니 모성행동을 유발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즉, 옥시토신을 투여받은 처녀 랫트들이 둥지를 짓고, 낯모르는 새끼들을 핥거나 보듬어주고, 심지어 길잃은 남의 새끼들을 둥지로 데려다주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초원들쥐(Microtus ochrogaster)의 뇌에서 분비된 옥시토신이 일부일처제의 유지를 돕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는데(참고 4), 포유류에서 평생 동안 지속되는 일부일처제가 발견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급기야 2012년에 과학자들은 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이 분비하는 옥시토신(의 일종)이 배우자를 발견하고 인식하도록 도와준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참고 5).
"옥시토신은 장구한 역사를 가진 분자다. 동물은 현대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에 걸쳐 옥시토신을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재사용해 왔다. 옥시토신이 다양한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본 과학자라면, 어느 누구라도 얼마간의 긍정적 효과를 확인했을 것이다"라고 인디애나 대학교의 수 카터 교수(신경과학)는 말했다.
하지만 포유류의 경우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 뇌 안의 옥시토신을 측정하기가 어렵다 보니, 그것이 어디서·언제·얼마나 많이 분비되는지를 정확히 알아낼 길이 막막하다. 게다가 옥시토신이 행동을 변화시키는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학자들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는 먼저, 옥시토신이 뇌 안에서 수행하는 기본적 역할을 생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라고 영 교수는 말했다. 신경과학자들 사이에서 뇌의 작동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로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면서, 옥시토신이 뇌 안에서 수행하는 기본적 역할을 규명하겠다는 결의는 더욱 굳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 국립 정신건강연구소의 토마스 인셀 소장은, "뇌가 행동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회로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랑곤 메디컬센터의 경우, 프룀케는 새끼의 울음소리에 대한 모성반응(어미가 둥지를 비웠을 때 길을 잃을지도 모르는 새끼를 챙겨주는 행위)을 주관하는 신경회로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왼쪽 청각피질(left auditory cortex)로, 새끼의 울음 속에 포함된 초음파 신호를 감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프룀케는 지난 4월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1), '옥시토신이 일시적으로 억제성 뉴런들(inhibitory neurons: 신경활동을 약화시키는 뉴런)의 활동을 억눌렀고, 이로 인해 흥분성 세포들(excitatory cells)이 보다 강력하고 확실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처녀 마우스의 뇌는 억제성 뉴런의 장막으로 뒤덮여 있지만, 새끼의 울음소리와 옥시토신이 결합됨으로써 뇌신경의 네트워크가 재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옥시토신은 입력신호를 증폭하여 중요한 행동신호로 인식되도록 해 준다. 인간 어머니들이 '아기의 울음소리에 주파수가 맞춰져 있다'고 느끼는 것도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라고 프룀케는 설명했다.
"프룀케의 연구는 상이한 수준의 주제들(행동, 뇌 영역, 세포)을 통합하여 옥시토신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라고 랑곤 메디컬센터의 동료인 리처드 첸 박사(신경과학)는 논평했다. 첸 박사는 해마(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의 절편을 분석함으로써 옥시토신이 신경회로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세부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는 2013년 랫트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참고 6), '옥시토신이 억제성 개재뉴런(inhibitory interneuron)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신경회로 간의 내부잡음을 잠재운다'고 보고했다. "옥시토신은 신호전달을 향상시켜, 정보의 통과능력을 거의 두 배로 늘려준다"라고 첸 박사는 말했다. 결국 옥시토신의 역할을 간단히 정리하면, '신호는 많이, 잡음은 적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룀케와 첸의 연구는 "옥시토신은 뇌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시각, 청각, 기타 자극에 강력하게 반응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인식을 돕는다"는 포괄적 이론과 잘 들어맞는다. 이와 관련하여, 영 교수는 '옥시토신이 마우스로 하여금 다른 마우스의 냄새를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고 보고했고(참고 7), 다른 과학자들은 '옥시토신이 인간의 안면인식 능력을 향상시킨다'라고 보고했다(참고 8).
하지만 옥시토신이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로버트 말렝카 교수(신경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2013년 발표한 논문에서, "옥시토신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함께 중격측좌핵(nucleus accumbens: 보상에 관여하는 영역)에서 뉴런의 흥분성을 감소시킨다"고 보고했다(참고 9). 말렝카 교수가 지적한 과정은 '마우스가 다른 마우스들과 보상적 상호작용을 경험했던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호한다'는 관찰결과를 뒷받침한다. "옥시토신은 커다란 시스템의 일부분이므로, 옥시토신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단, 옥시토신이 수많은 다른 시스템들을 조절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카터는 말했다.
2. 신뢰성의 문제
기초과학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임상적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옥시토신은 1950년대부터 분만촉진제로 사용되어 왔으므로, 많은 과학자들은 그것이 비교적 안전할 거라고 여기고 있다.
약 10년 전, 건강한 성인에게 옥시토신 비강분무제를 한 번 투여함으로써 다양한 사회적 행위를 촉진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투자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옥시토신을 한 번 들이마신 사람들은 위약투여군에 비해 자신들의 돈을 낯선 사람에게 잘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10). 또한 옥시토신을 투여받은 사람들은 상대방 얼굴의 눈 부분을 응시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참고 11), 미묘한 표정변화를 근거로 상대방의 감정상태를 추론하는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12).
'옥시토신이 사회적 인식의 중심에 서 있다'는 생각은, 자연스레 옥시토신을 신경정신과 질환, 특히 자폐스텍트럼 장애의 매력적인 치료제로 부상시켰다. 자폐증 환자들은 종종 사회적 사회작용 및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므로, 사회적 자극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옥시토신이 자폐증 증상의 일부를 역전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2010년에 시작된 임상시험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온 듯했다. 옥시토신을 한 번 들이마신 자폐증 환자들은 공감 및 사회적 협동능력이 일시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흥분했다"라고 캐나다 홀랜드 블로어뷰 어린이 재활병원 산하 자폐연구센터의 에브도키아 아낙노스토 박사(임상신경과학)는 회고했다. "연구자들은 성급히 임상시험에 착수하느라, 몇 가지 전임상 절차를 생략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부터 적절한 절차를 밟았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성급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옥시토신은 수십 년간 확립된 표준적인 초기 신약개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체계적인 용량반응분석(dose-response analysis)을 통해 다른 정신신경 부작용을 체크할 겨를이 없었다.
옥시토신에 대한 초기 임상시험 결과들은 비교적 소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1회 용량을 투여했으므로, 시사하는 바가 그리 많지 않았다. 나중에 2회 이상의 용량을 사용한 임상시험에서는 동일한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 2010년 호주 시드니 대학교의 애덤 과스텔라 박사(임상심리학)는 청소년 자폐스펙트럼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1회 용량으로 '눈 바라보기를 통한 상대방의 감정 헤아리기'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했다(참고 13). 그러나 2개월간 하루 2번씩 옥시토신을 투여한 결과,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사회적 인식이 유의하게 향상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14).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신경정신과 질환을 장기적으로 치료하는 데 있어서 옥시토신의 효능은 제한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옥시토신을 만만하게 보면 아무런 소득도 얻을 수 없다. 옥시토신의 복잡한 신경학적 효과를 파헤치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과스텔라 박사는 말했다.
3. 심층분석
지금까지 자폐증과 옥시토신 신호전달 간의 관련성을 명확히 밝힌 연구는 거의 없었다. 가장 명확한 증거 중 하나는 지난 2월 UCLA의 대니얼 게슈빈트 교수(신경과학)가 이끄는 연구진에 의해 제시되었다. 연구진은 Cntnap2 유전자(일부 인간 자폐증과 관련된 유전자) 하나가 결핍된 마우스를 분석하여, ‘시상하부에 옥시토신을 포함한 뉴런이 부족하며, 대조군 마우스들보다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참고 15). 그런데 연구진이 2주 동안 매일 옥시토신을 투여한 결과, 이 마우스는 정상적인 행동을 회복했다고 한다. "우리의 연구결과가 발표되기 전에는, 자폐증과 옥시토신 결핍 간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증거가 전무했다"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게슈빈트 교수의 연구결과는 임상에서 좀 더 표적지향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폐증은 매우 이질적이지만, 특정 환자(옥시토신 신호전달이 결핍된 환자)에게는 옥시토신 요법이 최고의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스탠퍼드 대학교의 카렌 파커 교수(행동신경과학)는 말했다.
현재 옥시토신 기반 치료법(oxytocin-based therapies)의 효과와 적용 대상자를 밝히기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몇 건 진행되고 있는데,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린마리 시키치 박사(아동정신과학)는 그중에서 가장 큰 임상시험을 지휘하고 있다. 그녀는 3~17세의 자폐스텍트럼장애 환자 300명을 모집하여 6개월간 옥시토신과 위약 중 하나을 투여하고, 다음 6개월 동안은 모두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할 계획이다.
그녀가 지휘하는 임상시험은 종전의 임상시험과 달리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것이 특징인데, 그 이유는 옥시토신에 가장 잘 반응하는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녀가 이끄는 연구진은 다양한 인지기능 및 사회적 기능을 측정하고, 반응과 관련된 생체지표(예: 옥시토신과 옥시토신 수용체의 혈중농도)를 찾아내기 위해 혈액샘플도 채취할 예정이다. "린마리 박사는 옥시토신의 효능을 연구하기 위한 최상의 조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왔으며, 정도(正道)를 걷고 있다고 생각된다"라고 카터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카터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의사와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들이 완벽한 테스트를 받기 전에 이미 옥시토신을 적응증 외(off-label)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옥시토신의 작용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것을 반복적으로 투여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옥시토신은 사람들이 자가투약하거나 '갖고 놀 수 있는' 분자가 아니다"라고 카터 교수는 말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옥시토신의 어두운 면이 밝혀지기도 했다. 카터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에 의하면, 초원들쥐 새끼에게 저용량의 옥시토신을 투여한 결과 어른이 되어 부부의 금실이 좋아졌지만, 고용량을 투여했더니 오히려 금실이 나빠졌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고용량의 옥시토신이 다른 수용체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참고 16). 인간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즉, 특정 상황에서 옥시토신 비강분무액을 흡입할 경우 외부인과 경쟁자에 대한 자기방어 행동이 증가하면서 공격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참고 17). 경계성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환자에게 옥시토신 1회용량을 투여한 결과 신뢰와 협동에 악영항을 미쳤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참고 18).
영 박사에 의하면, 기초과학자와 임상의사들 간의 긴밀한 협동이 필요한 대표적 분야가 바로 옥시토신이라고 한다. 즉, 기초과학자들이 '옥시토신이 뇌를 도와 사회적 자극을 처리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면, 이를 토대로 하여 자극(예: 행동요법)을 설계하여 옥시토신 치료와 병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처녀 마우스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함과 동시에 새끼들의 울음소리를 들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미래에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간의 의사소통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라고 영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생명과학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옥시토신은 다양한 방법으로 뇌회로에 영향을 미치므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옥시토신의 생물학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라고 과스텔라 박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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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Nature 522, 410–412 (25 June 2015) doi: 10.1038/522410a (http://www.nature.com/news/neuroscience-the-hard-science-of-oxytocin-1.17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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