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9장, 그러니까 역대기상의 마지막 두 장에는, 다윗이 이스라엘의 고관들과 아들 솔로몬을 불러놓고 성전 건축을 지시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10절을 보겠습니다.
1 다윗이 이스라엘의 모든 지도자, 곧 각 지파의 지도자와, 왕을 섬기는 여러 갈래의 지휘관과, 천부장과, 백부장과, 왕과 왕자의 재산과 가축을 관리하는 사람과, 환관과, 무사와, 모든 전쟁 용사를 예루살렘으로 불러 모았다.
2 다윗 왕이 일어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형제와 백성 여러분, 나의 말을 들으시오. 나는 우리 하나님의 발판이라 할 수 있는 주의 언약궤를 모실 성전을 지으려고 준비를 하여 왔습니다.
3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너는 군인으로서 많은 피를 흘렸으므로, 나의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할 수 없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4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나의 아버지의 온 가문에서 나를 왕으로 택하여, 이스라엘을 길이길이 다스리도록 하셨습니다. 주께서는 유다를 영도자로 택하시고, 유다 지파의 가문 가운데서 우리 아버지의 가문을 택하셨으며, 우리 아버지의 아들 가운데서 기꺼이 나를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으셨습니다.
5 또 주께서는 나에게 여러 아들을 주시고, 그 모든 아들 가운데서 나의 아들 솔로몬을 택하여, 주의 나라 왕좌에 앉아 이스라엘을 다스리게 하시고,
6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의 아들 솔로몬, 그가 나의 성전을 짓고 뜰을 만들 것이다. 내가 그를 나의 아들로 삼으려고 선택하였으니,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7 그가 지금처럼 나의 계명과 나의 규례를 힘써 지키면, 나는 그의 나라를 길이길이 굳게 세워 줄 것이다.'
8 이제 여러분은 온 이스라엘, 곧 주의 회중이 보는 앞에서, 그리고 우리의 하나님이 들으시는 가운데서, 주 여러분의 하나님의 모든 계명을 열심히 따르고 지키십시오. 그러면 이 아름다운 땅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고, 이 땅을 여러분의 자손에게 길이길이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9 "나의 아들 솔로몬아, 너는 네 아버지의 하나님을 바로 알고, 온전한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섬기도록 하여라. 주께서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살피시고, 모든 생각과 의도를 헤아리신다. 네가 그를 찾으면 너를 만나 주시겠지만, 네가 그를 버리면 그도 너를 영원히 버리실 것이다.
10 주께서 성소가 될 성전을 짓게 하시려고 너를 택하신 사실을 명심하고, 힘을 내어 일을 하여라."
이 말을 마치고 다윗이 솔로몬에게 성전의 자세한 설계도를 넘겨준 다음, 이어서 한 말이 19~21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19 다윗이 말하였다. "이 모든 설계에 관한 것은 주께서 친히 손으로 써서 나에게 알려주셨다."
20 다윗은 또 그의 아들 솔로몬에게 말하였다. "너는 힘을 내고, 담대하게 일을 해 나가거라. 두려워하지 말고 염려하지 말아라. 네가 주의 성전 예배에 쓸 것들을 다 완성하기까지, 주 하나님, 나의 하나님이 너와 함께 계시며, 너를 떠나지 않으시며, 너를 버리지 않으실 것이다.
21 그리고 제사장과 레위 사람의 갈래들이 하나님의 성전 예배에 관한 모든 일을 도울 것이며, 온갖 일에 능숙한 기술자들이 자원하여 너를 도울 것이며, 지도자들과 모든 백성이 너의 명령을 따를 것이다."
이 본문에서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성전의 모든 설계에 관한 것을 다윗이 직접 한 것이 아니고, 당시의 건축 전문가에게 의뢰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께서 직접 손으로 써서 다윗에게 알려주셨다는 것입니다. 다윗이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실의 언어와 고백의 언어가 갖는 차이를 여러 번 반복해서 배워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손으로 써서 주셨다니요.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 다윗이 하고 있는 말이 바로 고백의 언어입니다.
이런 내용을 문자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면, 그 안에 어떤 모순이 담겨있거나, 기록자의 어떤 의도가 숨어있더라도 비평적인 시각으로 읽을 수 없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이므로 아무리 부조리한 내용이라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성과 판단력이 마비되고 맹목적인 신앙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다윗이 정말로 한 말이고, 그 말이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전달되어서 최종적으로 본문에 기록되었다 하더라도, 그건 객관적 사실이 아니고 다윗의 고백의 언어일 뿐입니다. 고백의 언어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는 저의 손녀입니다. 정말입니다.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다른 할아버지나 할머니도 그럴 것입니다. 사실의 언어가 아니라 고백의 언어니까요. 다윗의 절실한 주관적 고백의 언어를 고백으로 듣지 못하고 객관적 사실의 언어로 들으면, 우리의 신앙은 무지의 철창, 반이성의 철창, 그리고 맹목과 독선의 철창에 갇히게 될 것입니다.
다윗은 이 유언을 통해 두 가지 목적을 염두에 두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 앞에서 솔로몬이 후계자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이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성전 건축의 의무를 솔로몬만이 아니라 모든 지도자급 사람들에게 함께 지워서 거국적으로 힘을 모아 짓게 한 것입니다. 다윗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