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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마을의 이른 아침은 무엇일까 늘 궁금했었죠.
도도록이 올라앉은 언덕위에서 아침의 운무와 안개와 노을이 무엇일까
알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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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은 이렇게 조금만 올라와도 나무 아래 산 아래 마을 아래가 굽어보이는
황홀함이 있습니다. 그득하게 차오르는 힘이 있습니다.
원경과 중경과 근경이 어우러져 저희들끼리 천변만화하는 이야기를
소리 없이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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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아침노을로 무겁게 떠다니다 눈 녹듯이 순간에 사라지는 구름을 보고 놀랐습니다.
단 몇 초 사이,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의 구름덩이 하나가 사라져버리는 광경을 말이죠.
운무의 주력은 또 얼마나 빠른지 예민한 카메라가 칙칙거리며 당황하더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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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아침엔 안개가 거실의 푸른 창을 날려버렸습니다 글쎄...
백색 테러라 해둘까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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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둘러보는데 늘 출근시간이 쫓기는, 요새 참 묘한 아침을 삽니다.
기분 좋다면 좋은 거고, 술렁인다 하면 술렁인 거고, 너무 조용하고 너무 넓어 이상하다면 이상한 것입니다.
도담의 다른 식구들이 다 들어오면 또 어떨까 그려도 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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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의 아름다움을 내 익히 증명하고 싶었던 욕심이었지만
아직 허가도 안 떨어져 현재는 무허가로 사는 꼴이 또 한심스럽기도 하답니다.
근심이 없어야 저 풍경도 선경이지 마음이 무거우니
안사람이 거실에 꼬부라져 누운 자세도 꼭 노숙자 같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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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세상 사는 물정이나 기술하고는 10점 대에도 못 미치는사람이
어쩌다 넘치는 마을 만들기 일로 온갖 고난을 다 안고 살다보니 낯빛도 그렇고
머릿결도 그렇고 야들야들하던 맴이 푸석푸석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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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무섭고 힘든 세파를 끝내고 들꽃과 탕약과 요리와 시와 만남과 농사와 그림이 어우러지는
일상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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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떼들을 찍고 싶었는데 열 마리고 스무 마리고 이놈들은 내가 카메라를 들이댈라치면 아득히 사라져버려요.
내가 지금 얼마나 서럽고 허망하였는지 모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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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틈새에 또 말도 몬하는 기쁨도 있습니다.
내 마당에는 야속한 포크레인과 빗줄기 때문에 아직 심지도 못한 채 드러누워 있는 열 그루의 소나무 말입니다.
아침에 인사하고 저녁에 아뢰어 이 새가족들에 포옹하고 뽀뽀합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소나무를 양순씨의 중매로 거저 얻어 한 집에 살게 되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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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고마워요. 양순씨... 내 여생을 저 나모와 함께 늙어가면서 결코는 잊지 않겠습니다."
내가 이 마을을 가지고 놀면서
그래도 형제는 형제구나 했죠. 형네 동생네 누나네가 딸리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도 못 갚게 해요.
땅 좀 중개하여 사줬더니 쌀가마니를 보내고 웃돈도 얹어 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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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말도 몬하게 고마운 자는 제 친구 종배씨죠.
다 지나고 나서 구석구석에서 감사하단 말이 새나와요.
땐 불도 없는데 실내에 들어서면 후끈해요. 얼매나 밀봉?을 시켜버렸는지...
서울에서 파견 오신 노사장님과 맞춘 손발이었으니 오죽했을라구...!
사람이 소음형이라 누군가 다독여주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자랑할 줄을 모르는,
여리고 정직한 사람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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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목요일부터 다시 일이 시작 돼요.
데크, 저장고 입구 옹벽쌓기, 뜰의 레밸을 고르고, 정원석 쌓기, 혹 연못 만들기,
나무 심기, 자갈 깔기, 후문 쪽 시멘트 콘크리트, 그런 거 다 하고 나면
아치도 몇 개 만들고, 파고라도 한나, 대문도 새로? 개집도?
우선 내일은 종배씨와 함께 쇼핑을 가기로 했어요. 주방 의자 몇 개와 거울 몇 개, 에폭시야 뭐야를 사는데
그의 단골과 전문성을 데리고 말이죠. 개를 위해 와이어 사다 길게 이어줘야겠어요. 빨래줄도 설치하고, 뒷 땅에 잘라놓은
나무토막들 땔감 만들어 놔야겠고, 이것들 비 맞지 않도록 준공 끝나면 지붕이라도 한 땟장 가려주고 싶고...
ㅋ 봄을 기다리는 잔디도 심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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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내 마지막 소용돌이 기간입니다. 수염에 불 끄듯이 해치우고 죽비를 들겠습니다.
내 오장육부에 가득 고인 오기와 노기와 자만과 미움과 피로와 실수와 걱정과
어둠과 빚과 설움들 내리치며 원형의 자리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순풍의 돛대처럼, 회귀하는 물고기처럼, 무소의 뿔처럼, 구름에 달처럼 떠나겠습니다.
떠나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 날의 봄으로 돌아와 그대를 찾겠습니다. 오면서 요리 솜씨도 몇 가지고 와서
그대를 위해 맛난 접시를 마련하겠습니다. 잊은 듯 기다려주시기를!!
첫댓글 도담마을은 노을이 아침에 찾아 옵니까?~ㅋ
마음의 창에 깔린 운무는 일시적인 백색 테러라
집과 정원이 꼴이 잡혀가고 누웠던 소나무가 제자리를
잡을때 쯤이면 제풀에 꺾이겠지요...
외로운듯 황홀해 보이고.황량한듯 뿌듯해보이고.
푸석푸석해진 맴이 야들야들 해지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겁니다..
꽃피고 새울때 들 자란 잔디 떼를 밞으며 접시위에 놓일 행복을 기대해봅니다..
황혼의 그것보다 아침노을을 즐기는 나이가 되었나봐요. 처연한 것보다 벅찬 것? 삽날을 씻는 것보다 어깨에 메는 거? 그제 밤 저녁을 먹으며 집 지어준 친구의 삶의 철학을 처음으로 유심히 들었어요. 나는 옛날에 인생의 나이 사십을 꺾어진 포물선의 꼭지점으로 묘사하였다가 면박 당하였는데, 그 내리막을 치켜 올려서 인생은 '사선'이다 라고 한 친구도 있었지요. 마치 물오리가 그 납작한 발바닥으로 물껍질을 발로 차면서 다다다다... 솟아올라 달덩이를 향해 사라지는 그림 말이죠! 그런데 이번엔 젓가락 두짝을 나란히 세우더니 인생은 이렇게 두 개 쯤 되어서리 한짝을 오르다 지치면 다른 한짝을 시작하면 될 일이다 하는 거예요.
그러니 그것이 두짝이겠어요? 세짝 네짝 다섯짝... 인생은 그리하여 늘 '시작만 있을 뿐'이라는 '삶의 의지'를 배우게 되었답니다. 죽는 순간까지 추구하는 거지요. 무엇을 대비하고 나누고 마무리하는 수순은 잘 못일 수 있다는 거. 생의 후반을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말로 받았답니다. 물론 그 바탕에 건강만 허락된다면...! 그러나 난 건강이라는 문제도 '시작'만 있다는 적용이 가능해 보여요. 공부하면 되지요. ㅋ 저랑 함께하면 더 좋구요~~!
선구자는 외롭고 고달픈 것이라는
생각을 문득하게 됩니다...
도담마을이 살고 싶은 마을 ‥
집다운 집들로 삶이 살아 흐르는
살가운 터가 되어 가기를 기원합니다...^^
자연의 여백에 ‥*
조화로운 도담이 완성되리라 여깁니다...
긴호흡으로 기다리며...
'앞서 달리기 한 사람'을 선구자라 합니까?^^ 제가요 초딩 땐 나 따를 단거리가 없었고 운동회 땐 릴레이 마지막 주자였답니다. ㅎ 인자 체력이 모자라서 그렇지 누가 시합하자 하면 지금도 몸보다 발이 더 먼저 달려요. 그러다 딱 넘어지기 십상이지요. ㅋ 고달픈 건 마음이지 몸은 되레 뻑적지근 해서 기운이 막 솟아요. 그 여행 뒤끝의 휴식에서 얻는 묘한 힘 같은 거와 슷비슷비하죠. '마을'은 이런 정도의 '매'를 견디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하는 '핵교' 같은 거더군요.^^
now is good 영화 한 장면에 광활한 배경이 펼쳐지는데 눈가가 찡 하더군요. 도담마을 사진만 봐도 가슴이 콱 .... 와 기다려진다.
요새 그린께서 영활 잘 보시던데 이도 젊게 사는 행복하게 사는 인생답게 사는 '길'로 보여요. 영화에 스토리가 있듯 새벽 풍경의 어스름에도 무슨 대화가 있어요.ㅎ 물론 혼자 씨부렁거리는 '독백'이지만 말이죠.
애쓰셨수, 오빠... 그간 맘고생이 꽤 길었지요.
사는 게 늘 과정이죠. 처음부터 다 갖춰지는 건 없으니,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지금 못하면, 나중에 차차로 살면서 하면 되지요.
없이 살아도, 마음 편히 사는 게 제일이에요.
'맴이 푸석푸석'해질 정도인 오빠네의 온갖 고난과 근심을 생각하니, 내 마음도 무거워져요.
오빠 못잖게 애태우고 있을 언니 마음, 늘 돌아보고 챙겨주시길...
내가 벗들과 여행을 하면 나는 늘 뒷전에 나앉아서 단 한 끗도 참견을 안 한다네. 그만큼 다 알아서 리드를 하니 나까지 보태어 복잡해지지 않기 위해서이고 무엇보다 내 식의 여행법에 익숙해서야. 헌데 이번엔 내가 깃발을 들고 요리 갔다 조리 갔다 이 법석 아닌가! 허긴 운전대도 남에게 잘 안 맞기는 책임감이야 우리 아버질 잘 닮았지만 그래도 이만한 고생이면 더러 칭찬도 듣고 싶은 것이 사람짜리 좁은 맴인가 하더라. 처음 해본 일이라 걱정이 태산이었지. 알아간다고 차차 빠져나와지질 않는 것 또한 이 바닥의 늪이더군. 곳곳이 지뢰고 곳곳이 장벽이니 사람의 마음을 뚫고 시원스레 날아다니는 아바타 새 같은 것 없나 싶더라니까..
토목도 그리 어려웠지만 건축은 또 어떻고. 친구가 물어보는 대로 고분고분 가르쳐주어서 알아듣는 척은 했지만 오로지 가진 돈의 높이와 올라가는 지붕의 높이만 셈하느라 몇 달이 어찌 흘러갔는지 몰랐다네. 그래도 동생 앞이라 이런 저런 엄살이 술술 나오네? 다른 데선 잘 난체 하느라 용감한 척 일색인디^^ 그래, 걱정마. 내가 원래 성격적으로 파르르 했다가 금세 빙그르하잖니. 저지르기도 잘하지만 수습도 잘하니 믿어주세요. 다음의 네 집 일 등은 내 노하우로 한결 수월해질거야. 곧 보자~~!
두분...오누이 대화가 감동입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꽃회장님!! 마음이고 예술이고 감동입니다. 어느 분위기 좋은 날에.. 올려주신 사진에 걸맞는 노래하나 불러보고 싶어집니다. 형님께는 늘 달팽이가 되어 곱게 가져오고 싶은 것이 없지 않고 있었지요. 그건 아마도 빛고을 정신은 한국의 정신은 정작 무엇일까??하는 것!!??. ( ㅋㅋ또 시작?? )^^저번주 2박 3일동안은 경기도 광주에서 성악과 지휘공부를 위한 대학원시험이 있었습니다. 이제 저에게 남은 것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마음을 주장해 주실 분께 띠 띠워주실 것만을 의지하며 걸어가야하는데 때론 외로워 눈물날때는.. 그때마다 도담마을 형님 계신 곳 생각하며 소고기 사 먹으렵니다.
잘 나가다 웬 '소고기'?? ㅋ 대학원 공부하실라구? '미지의 세계를 향해 마음을 주장해 주실 분'은 하느님일텐데 '외로워 눈물날 때'와는 거리가 먼 진술일세... 하나님이 자네와 함께하고 있는데 무엇이 외로우며 사자의 굴이면 또 뭐겠는가! 떨지도 외롭지도 아프지도 마시게. 이번 주 금요일 나주에서 김양순국장님 뵈러가면 어떻겠는가? 마침 '감사의 자리'이고 자넨 '석별의 자리'가 될 듯허니 이참에 (소고기)는 내가 쏨세!! 그냥 사달라면 될 것을 묘하게 돌려서 말하니 자네가 진짜 달팽이 같네그랴~^^
세분이 만나서 소고기 사드시면 뭐합니까?
하나님 이야기..신학공부 이야기..이별 이야기 히시겠지요..
하나님 이야기 신학공부 이야기 이별이야기 하면 뭐합니까?
배고프면 또 소고기 사드시겠지요~!!!
선생님~~!!뭔 야근지 모르시겠다구요?
궁금하시면 500원~~!!!! ㅋㅋ
'궁금하면 오백원' 개그는 TV로 보지는 못했고 어디서 이야기만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