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들의 방문을 받는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겐 피곤한 일이다.
그도 예외는 아닐 듯싶은데, 사람을 느끼면 기를 받아 힘이 솟는단다.
사람 오는 것이 피곤했다면 분명 그는 벌써 무아정을 떠나버렸을 것이다.
침식 준비만 해도 일해주는 사람 두세 명이
그에게서 삶의 도(道)는 사람들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황토물과 감물을 들인 면이불 9채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가끔 누군가가 과음으로
이불에 술을 토해도 그는 덕분에
이불 한번 더 빨아보는 기쁨이 있다고 말한다.
뺨을 때려도 밥해줄 수 있는 마음,
미안해 하지 않게 마음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그에겐 모두가 도의 세계다.
사람 속에 사람을 느끼는 것, 같이 어울리면서
똑같은 마음을 느낄 때도 그것은 도다
성경과 불경의 가르침이 따로 없다.
무아정에 크리스마스 땐 대형 트리가 장식되고
부처님 오신 날에는 연등이 내걸린다.
여름철 방문객이 많을 땐 방을 내주고
그는 이불 하나 달랑 가지고 나와 텐트를 치고 잔다.
행복찾기는 당구의 스리쿠션과 같은 것.
나의 행복 나의 천당만 따지기보다 그는 차라리 사람들의 기생이기를 원한다.
무아정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느끼고 가면 마음의 변화가 생기고
작지만 그러면서 세상은 변화된다는 얘기다.
방 안과 건물 주변엔 주판 풍로 숯불다리미 등 1960∼70년대 흔히 보았던
생활용품들이 정돈되어 있다.
과거의 물건들이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매개체로 더할 나위 없기 때문이다.
과거(역사)는 현재와 미래의 거울이듯이.
지금까지 무아정을 찾은 사람은 4000명이 넘는다.
그렇다고 쌀독이 바닥난 적은 없다.
신기하게 쌀이 떨어질 만하면 다시 채워졌다.
생활비는 상이군인 연금이면 족하다.
국가만 잘되면 돈 끊길 일이 없으니 무아정에 국기를 게양해 놓은 연유다.
100만원도 안 되는 돈이지만
국민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니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결국 무아정 방문자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을 되돌려받는 것이니 굳이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단다.
무아정이 종종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사관생도들의
단골 교육장이 되는 사연이다.
신부 수녀 목사 스님 등 종교인은 물론 예술인들도 단골이 많다.
무아정은 집을 비워도 문을 잠그는 법이 없다.
누구나 주인이 되어 밥을 해먹고 자고 가면 그만이다.
수석 등 손이 탈 만한 물건들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누군가 가져가면 그만이다.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은 아예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그자리에서 줘버린다.
무아정은 그런 과정을 통해 물욕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을 가르친다.
주변에선 무아정을 돕겠다고 번번이 나서지만 좌절되고 만다.
무아정 주인은 그때마다 성철 스님의 경구 하나를 내뱉는다.
자기를 속이지 않는것(不欺自心)이 그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무아정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은 결국 그가 그를 위한 공양 의식이다.
자신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극구 사양하는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한 호의와 호기심이 무아정을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른 시간 무아정을 나서는데 그가 말을 던진다.
'이제 별장 하나 장만하고 든든한 관리인도 뒀으니
마음이 곤궁할 땐 언제라도 내려오라고.'
별장 구입자금으로 마련한 돈이 있다면 좋은 곳에 기부하란다.
시뻘건 일출이 지리산 자락을 불사르고 있다.
무아정도 함께 불탄다.
내가 없는 무아의 세계다.
<지리산 청학동 무아정 찾아가는 길>
하동에서 하동역쪽으로 직진을 하신 후,
하동역을 지나 직진을 300~400m하시면 갈림길이 나옵니다.
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십시오. 이정표에는
'청학동'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지도상으론 진주방향이 아닌 하동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곳에서 계속 직진을 하십시오.
한참을 들어가야 합니다. 그럼 하동호를 지나 마을이 나옵니다.
그곳에서 또 왼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노면에 '청학동' 이정표가 써 있으니 그쪽으로 따라 가시면 됩니다.
좌회전을 하신 후 또 직진을 하십시오.
한참을 들어가시면 또 저수지 하나가 나오고
그곳에서 더 들어가시면 두갈래의 길이 나옵니다.
그곳에 한복을 입은 아저씨가 고추장을 담그는 광고판이 나옵니다.
그 광고판을 지나면 두 갈래의 길이 나옵니다.
'무슨댐(청학동 도인촌)'과 '삼성궁'으로 이정표가 써있습니다.
삼성궁쪽으로 가십시오. 거기서 한 100~200m 내려가면 식당이 있고,
오른쪽으로 좁고 가파른 길이 나옵니다.
그 길로 올라가셔서 꼭대기 집이 무아정입니다.
꼭대기에 두 집이 있는데 왼쪽에 있는 곳이 무아정입니다.
주 소 :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청학동 '무아정'
연락처 : 055-884-7780
<무아정을 오기 전에 미리 알아둘 것들>
- 술을 마신 채 무아정을 찾아가면 곤란,
술은 그곳에 와서 벗들과 흥겹게 먹으면 된다.
- 밥은 용아저씨가 해 주신다.
정말이다.
그러나 설거지와 방 청소는 스스로한다
- 유무형의 소중한 것들을 얻었다면 자신도
유무형의 소중한 것을 하나쯤 남기고
오면 더욱 좋다. 그러나 반듯이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 닷새 이상 연속해서 묵을 순 없다.
더 묵고 싶은 하룻밤 외박하고 다시 오면 된다.
- 가끔 여럿이 단체로 찾는 경우가 있어 빈방이 없을 수도 있단다.
미리 전화연락을 하고 가면 좋다.
첫댓글 저도 공무원 28년 다니고 작년에 명예퇴직하고 연금 받으면서 농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용아저씨가 존경스럽습니다
행복하세요..
어찌그런곳이 성스러움이 자연우러나올것같네요.떠들며 술마시고 번개하기는 너무 죄송할것같습니다 간직해두었다가 추억여행으로 담고싶어집니다~^^감사
네~에 알겠습니다..꾸~우벅..^*^..ㅎ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부터 교회 다녀서 술은 잘 못 먹지만 만남을 중요시 여기며,
집에 손님 오는 것을 좋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