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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바에야 그린벨트 왜 도입했나?
축구장 42개 면적 시․도지사 손아귀, 특혜시비 및 부정부패 역효과 우려
박 대통령 “그린벨트 개발가치 접근” 발언, 도입취지 몰이해
쾌적한 환경은 국민의 기본권...‘초록 띠’ 오히려 확대․보존해야
6일 정부가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통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입지규제 완화를 대폭 확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풀 수 있는 지역은 죄다 풀겠다’이다. 이는 난개발을 바로잡아야 할 정부가 도리어 난개발을 부추기는 꼴의 ‘가당찮은 정책’을 내놓은 거다. 이럴 바에는 애당초 그린벨트를 왜 도입했는지 정부에 되묻고 싶다.
30만㎡ 이하 그린벨트 시․도지사가 해제...전 국토 갈아엎겠다는 발상
먼저,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30만㎡이하 그린벨트를 각 시․도지사가 해체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중소규모의 그린벨트’라고 표현했으나 30만㎡는 축구장 면적(7140㎡)의 42배에 달하는 크기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상 주택건설사업이 30만㎡이고 도시개발사업의 경우는 25만㎡ 이상인 것을 감안해도 작은 규모가 아니다. 오히려 평가대상 산업단지개발사업이 15㎡ 이상인 것을 비교하면, 환경영향이 큰 규모인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30만㎡ 이하 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부여한다는 것은 그린벨트 관리를 사실상 포기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 국토를 갈아엎겠다는 발상이 아니고서야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난개발 없다? 실상은 산 정상 빼고 죄다 개발
난개발 우려와 무분별한 해제에 대해선 현 해체총량(233㎢) 범위 내 허용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도리어 정부의 허술한 정책추진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우선,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서는 광역도시계획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시절 광역도시계획이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추진됐으나 현재 권역별 해체 총량만 정해진 상태다. 즉, 광역도시계획에 개발과 보전지역 등으로 나누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상태에서 ‘광역도시계획에 반영돼 있는 해체총량 범위 내’란 정부의 말은 실상을 전혀 모르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거다.
또, 그린벨트 내 환경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환경등급 3~5등급)에 한해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주기로 했는데, 이는 사실상 산 정상을 제외하곤 개발이 가능토록 규제를 풀어주는 격이다.
환경등급 1~2등급은 대부분 산 정상이다. 산기슭의 경우가 일반적으로 3~5등급에 해당된다. 게다가 10년 단위로 환경등급을 설정, 1999년 3등급으로 지정된 지역이라 하더라도 현재는 2등급으로 상향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99년 이후 한 번도 데이터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점을 비춰볼 때 환경평가에 오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정부가 개발의 잣대로만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주민불편 해소 앞세운 부정부패 촉진 정책
정부와 언론은 그린벨트를 ‘녹색 성역’으로 격하해 지칭하고 있다. 또, 까다롭게 관리하던 지역을 개발이 아닌 주민불편 해소에 목적을 두고 정책을 추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장 예견되는 상황은 정반대다. 주민불편 해소보다는 가진 자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우선, 지자체장에게 그린벨트 해제권을 부여할 경우 선거 때마다 개발공약을 남발하는 일이 전국적으로 비일비재할 거다. 지자체장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 또는 선심성 민원을 해결하거나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특혜시비가 불거지고 사회혼탁을 부추기는 부정부패가 발생하게 된다.
또, 그동안 기업이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법에서 정한 규제면적의 근사치로 개발을 해온 점을 감안할 때, 비슷한 전초를 밟게 돼 조각개발과 연접개발 등이 다반사로 이뤄질 것이다.
게다가 그린벨트 지정으로 불편을 겪지 않았던 외지 투자자들까지 혜택을 입어 그린벨트 해제지역은 무분별한 난개발과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부추기는 촉매제 역할만 하게 될 것이다.
박 대통령, “그린벨트 개발가치 접근” 발언, 도입취재 몰이해
6일 박근혜 대통령은 그린벨트 규제완화와 관련해 “이제는 그린벨트 안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불합리한 재산권 침해를 해소하는 개발적 가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린벨트를 이젠 개발가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허나 그린벨트는 앞으로 더욱더 보전가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개념이다. 먼저, 그린벨트는 애당초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와 자연환경 보전 등을 위해 지정한 구역으로 공공성을 띠고 있다. 1971년 박정희 정권에서 제도를 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전국의 그린벨트 해제면적은 1530㎢(2013년 기준)로 지정된 규모(5,397㎢)의 28.3%이다. 해지면적만 놓고 보면, 2000년 0.2%(11.6㎢)에서 2005년 25.1%(1354.1㎢), 2010년 27.8%(1501.6㎢) 등으로 급상승했다.
쾌적한 환경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도시 확산에 따른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대표적인 공적 토지관리 수단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규제개혁을 통한 그린벨트 해제 조치를 환경운동연합은 강력하게 규탄한다.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초록 띠’를 풀어헤치고 부담을 후손에게 떠넘기는 ‘회색 띠’를 둘러매는 비정한 정책은 철회되어야 한다.
[첨부]-그린벨트 해제 관련 일문일답
2015년 5월 7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권태선 박재묵 장재연 사무총장 염형철
문의) 맹지연 정책국장 (010-5571-0617/ mj613@kfem.or.kr)
정대희 미디어홍보팀 (010-2306-3962/day@kfem.or.kr)
[그린벨트 규제완화 관련 일문일답]
Q: 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 규제완화 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A: 개발제한구역제도(그린벨트)의 도입 목적은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정부가 본래의 목적을 왜곡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린벨트는 도시환경보전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방지를 위해 대도시권의 외곽을 그린벨트로 묶어 개발을 제한하는 영국을 비롯한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광역적 도시관리 수단입니다.
특히 이 제도는 개발수요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도권의 개발수요를 지리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지역으로의 개발수요를 이전하여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그린벨트 규제완화 조치는 기업의 수도권 개발요구를 전폭수용했을 뿐입니다. 이는 정부가 수도권 과밀문제나 지역균형발전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Q: 정부는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만 지자체가 그린벨트를 완화, 난개발은 우려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A: 정부는 30만㎡이하의 개발사업을 중소규모 개발사업으로 규정 이를 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권한을 국토부가 아닌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30만㎡는 절대 중소규모 개발사업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환경영향이 큰 도시개발사업, 주택건설사업, 산업단지 개발사업 등에 해당됩니다.
또한, 2008년부터 최근 7년간 해제된 지역현안사업의 57%가 30만㎡이하의 개발 사업에 해당되어 사실상 국책사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제업무를 지방에 이양했습니다.
Q: 환경등급이 낮아 보존가치가 낮은 곳만 자치단체장이 해제시킬 수 있도록 했다?
A: 해제총량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광역도시계획입니다. 광역도시계획은 입니다. 문제는 광역도시계획수립지침도 이미 규제완화로 인해 지역별 개발제한구역 해제총량 면적만 명시하고 있을 뿐, 보전할 곳과 개발 가능한 지역을 구분하여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더욱이 정부는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인 환경등급 1~2등급을 제외하고 보전가치가 낮은 3~4등급 지역을 자치단체장이 해제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1~2등급은 사실상 산 정상부에 가까워 개발이 어려운 지역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개발이 용이한 지역에 대한 해제 권한을 자치단체장에게 부여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또한, 1~2등급도 대체녹지를 조성할 경우 개발을 위한 해제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어 개발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실제 모든 개발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Q: 정부는 무분별한 난개발에 대한 안전장치를 여러 겹 마련했다고 한다
A: 정부는 30만㎡이하 해제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했는데 이 규모는 현행법상(환경영향평가법) 환경적 영향이 매우 큰 도시개발사업 25만㎡이상, 산업단지개발사업 15만㎡이상에 해당됩니다. 주택건설사업도 현행법상 30만㎡이상의 경우와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더욱이 완화된 규제로 인해 조각개발이나 연접개발을 통해 환경영향평가도 피해온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리고 환경연향평가를 거치지 않을 경우 지방도시계획위원회에서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심의 역량도 미흡한실정입니다. 최근 김포의 거물대리등 공장난개발을 자자체에서 막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또한, 국토부등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것과 국토부가 허가하는 것은 책임주체가 완전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수도권 과밀억제와 지역균형발전 등 경기도와 지역의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 조정에 한계가 명백합니다. 따라서 개발제한구역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수도권 가운데 경기도와 기업, 그리고 개발 편향적인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Q: 사실상 수도권만 혜택을 받는 게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국토부는 해제총량 중 남은 물량이 수도권에 42%, 지방에 58%가 남아 있어 수도권만 혜택을 보는 건 아니라고 반박한다.
A:개발제한구역의 수도권 잔여물량이 42%로 비수도권인 지방 58%보다 많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중 개발제한구역 해제잔여물양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무려 49.5㎢로 여의도면적(여의도면적 2.9㎢)의 17배에 해당됩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해제면적인 부산 23㎢, 대구 21㎢, 광주 23.2㎢ 대전 24.3㎢ 울산 23.9㎢ 창원권 20.3㎢의 약 2배가량의 물량입니다.
또, 경기도 그린벨트 면적의 약 62%, 인구대비 약 60%가 외지인들의 소유로 주민불편 해소보단 이들이 혜택을 보게 되는 현상이 빚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