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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리오 세코 골프클럽 - 사막 위에 펼쳐진 욕망의 코스 | |
이런 기분 든 적 있나요.세상이 모두 사라지고 당신 만 남은 듯한 기분 (중략) 그래요, 모두들 쭉 들이켜요. 눈에 보이는 건 뭐든 다 주문들 해요. 맘껏 즐겨요, 행복한 사람들이여 술과 웃음 다 내가 살게요. (Have you ever had the feeling That the world’s gone and left you behind So drink up all you people Order anything you see Have fun, you happy people The drink and the laugh’s on me) <영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사진)의 주제가 엔젤 아이즈(Angel Eyes) 중에서> 한낮의 라스베이거스는 화장을 지운 여인의 얼굴을 닮았다. 밤하늘을 수 놓았던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은 온데간데 없다. 화장으로 가렸던 주름이 드러나고, 감추려 애썼던 삶의 고단함이 묻어 난다. 그 나른한 오후는 허허함을 동반한다. 그래서 대낮에 라스베이거스의 거리를 걷는 건 피하고 싶은 일이다. 6월 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향해 차를 몰았다. 카지노와 술이 넘쳐나는 도시, 그래서 누구나 한 번 쯤은 일탈을 꿈꾸는 그곳을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스팅(Sting)의 애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각, 라스베이거스에 닿았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서 10분 거리에 자리 잡은 리오 세코(Rio Secco) 골프 클럽. 라스베이거스에 자리 잡은 50여 개의 골프장 가운데 하나다. 카지노의 도시로만 알려진 라스베이거스에 5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다니-. 프런트에 들어서자 핫팬츠 차림의 팔등신 미녀가 일행을 맞았다. 그녀는 ‘티 메이트(Tee mate)’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티 메이트’ 란 골퍼와 함께 라운드하면서 플레이를 돕는 여직원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골퍼와 함께 라운드하면서 캐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식사 주문과 공연 예약까지 대신 해 준다고 설명했다. 리오 세코 골프장에 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별도의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돈과 향락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핫팬츠를 입은 미녀와 함께 라운드 하다니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다운 발상이었다. 브렌다(28)라는 금발의 아가씨가 우리 일행의 플레이를 도왔다. 낮에는 골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라스베이거스의 클럽에서 댄서로 일 한다고 했다. 브렌다는 거리 측정기를 들고 다니며 홀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불러줬다. 벙커를 고르고, 디벗을 수리 하는 것은 물론 라스베이거스의 공연 일정과 특징까지 세세하게 설명해 줬다. 헌신적인 국내 캐디들과 비교 하면 티 메이트가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캐디가 흔치 않은 미국 골프 코스란 걸 감안하면 이색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브렌다의 말. “티 메이트는 일반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디와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골퍼의 플레이를 돕는 것 만으로는 모자라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고객을 위해 비서이자 안내원(Concierge) 역할까지 한다. 나는 티 메이트로 일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쯤 되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일 한다고 해서 음험한 눈초리를 보낼 필요가 있을까. 이들은 당당하게 드러내 놓고 웃음과 서비스를 팔고 있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티 메이트들은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무장한 프로페셔널이었다. 에로티시즘이 개입될 소지는 거의 없어 보였다. 티 메이트가 쾌활 하다면 리오 세코 코스는 한마디로 드라마틱 했다. 사막을 지나면 협곡이 나타났다. 페어웨이를 벗어 나면 공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때로는 공이 바위에 맞아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튀어 나오는 행운도 있다. 코스 주변에 나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장애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네바다주의 사막 한복판인데도 코스 곳곳에 큼지막한 워터 해저드가 눈에 띈다. 미국 내 퍼블릭 100대 코스 안에 든다는 이유를 알 만했다. 타이거 우즈를 길러낸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부치 하먼의 골프 스쿨도 이 코스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탓에 주변 환경은 황량하기 짝이 없었지만 페어웨이의 잔디 상태는 놀랄 정도로 훌륭했다. 디벗 자국 하나 찾기 어려웠다. 그린 스피드는 PGA 투어를 개최하는 코스에 못지않을 정도로 빨랐다. 코스 레코드는 우즈가 기록한 64타. 후반 홀로 접어드니 라스베이거스의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노을 빛에 물든 하늘과 네온사인의 불빛이 한데 엉키자 골프 코스는 한 폭의 수채화로 변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도시에서 일확 천금을 꿈꾸다 스러져 갔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불빛을 바라보며 때로는 환호하고, 때로는 좌절 했을까. 라스베이거스 코스에서 라운드 하려면 대낮은 피하는 게 좋겠다.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넘어서는 게 보통이다. 해질 무렵에도 수은주가 30도를 넘어섰다. 이마의 땀을 훔치며 골프장을 돌아 나왔다. 어느덧 네온사인이 밤하늘을 수 놓는다. 거리에서는 일확 천금을 꿈꾸는 욕망의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곳은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다. |
첫댓글 타이거 우즈를 길러낸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부치 하먼의 골프 스쿨도 이 코스 안에 자리 잡고 있다.
티 메이트가 상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