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케이불 카 트래킹 -효도 관광 힐링 트래킹-
제12회 다섯개의 탑 친켄토리(Cinque Torri)
2025년 7월 29일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
어제 40유로를 주고 라 바이타(La Baita) 호텔까지 왔고 오늘도 40유로를 주고
친퀘토리 케이블 카 정류소인 바이 데 도네스(Bai de Dones)까지 택시를 탔다.
아침 9시 30분, 정류소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인데도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우리도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줄을 서서
1일권을 사야 했다. 5일권은 어제까지 다 사용했기 때문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매일 아침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이 반복이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동시에 곧 끝나버릴 것이라는 아쉬움도 함께 찾아왔다.
앞에 있는 바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출발을 준비했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이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녹여주었다
초원 위의 아베라우
리프트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니 눈앞에 장관이 펼쳐졌다.아베라우(Averau) 산이 푸른
초원 위에 우뚝 솟아 있었다. 마치 초원의 왕관처럼 혹은 신이 초원에 살짝 올려놓은
조각품처럼 보였다.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초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보라색, 노란색, 하얀색...
한 송이 한 송이가 생명의 찬가를 부르는 듯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야생화들이 춤을
추었고 그 싱그러움이 우리의 마음까지 맑게 씻어주는 것 같았다.
다섯 개의 탑, 친퀘토리
케이블 카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 친퀘토리(Cinque Torri)가 모습을 드러냈다.
친퀘(Cinque)는 '다섯' 토리(Torri)는 '탑'이라는 의미다. 다섯 개의 봉우리가 마치 하늘을
향해 솟은 탑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실제로 보니 정말 고대의 성곽처럼
혹은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첨탑들처럼 느껴졌다.
친퀘토리는 백운암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특유의 옅은 회색을 띠고 있었다. 암석의 질감은
독특했다. 약한 암석 위에 세워진 봉우리들은 불안정한 상태로 서 있으며 열의 응집력 결과로
생긴 암석의 균열과 풍화 동결 작용그리고 다양한 환경 변화에 따라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봉우리들이라고 한다.
제일 높은 봉우리는 2,361m 높이의 토레 그란데(Torre Grande)다. 클라이머들이 특히
좋아하는 세 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한다: 치마 노르드(Cima Nord, 북봉), 치마 수드
(Cima Sud, 남봉),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 서봉)이라고 한다
다섯 개의 탑은 토레 그란데를 필두로 토레 세콘다(Torre Seconda, 제2탑), 토레 라티나
(Torre Latina, 라틴 탑), 토레 쿠아르타(Torre Quarta, 제4탑),토레 잉글레세
(Torre Inglese, 영국 탑)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탑들이 서로 다른 개성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클라이머들의 천국
친퀘토리는 파소 팔자레고 고개길과 파소 지아우(Passo Giau) 고개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여름에는 트레킹뿐만 아니라 클라이머들의 천국이며 기초 교육장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어
전 세계에서 온 클라이머들이 선호하는 명소라고 한다. 암벽 곳곳에서 로프를 매고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도전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겨울에는 라가주오이에서
콜 갈리나를 거쳐 친퀘토리 아베라우 산을 넘어 크로다 네그라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사계절 내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돌로미티의 보석 같은 곳이다
계획을 바꾸는 지혜
우리는 오늘 처음 계획으로 친퀘토리 루프 트레킹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몸도
피곤하고 앞으로 남은 장거리 트레킹을 위해 체력을 아껴야 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전망 좋은 곳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힐링하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는 늘 정상을 향해 목표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다.
과정이 목적지보다 중요하고 때로는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푸른 초원과 파란 하늘이 펼쳐주는 아름다운 신의 정원 같은 이곳에서 맑은 공기와 여유로운
마음으로 몽환적인 순간들을 즐기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었다.
만약 우리가 친퀘토리 루프 트레킹을 했다면 3km의 거리를 약 2시간 동안 걸으며 제1차
세계 대전 참호, 벙커, 그리고 전망대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전쟁의 흔적보다 평화의 순간을 선택했다.
아베라우를 향하여
이곳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12시 56분경 왕복 1시간 거리인 아베라우 산장을 향해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아베라우 산 정상에 산장이 보였다. 경사길이 있어 조금 힘은 들지만
누구나 걸을수 있는 그렇게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다.
주위의 풍경과 산들을 감상하며 초원 위를 걸었다. 2,229m의 바코 데 라 모냐(Beco de
Ra Mogna) 산이 가까이에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초록 초원 위에 우뚝 솟은
암벽이 마치 대자연의 조각품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주변 풍경이 조금씩 달라졌다. 야생화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구름 그림자가 산허리를 천천히 흘러갔다. 이런 순간들이 쌓여 여행이 되고 추억이 되는 것이다.
드디어 아베라우 산장과 케이블 카가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걸으면 휴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조금 더 올라가니 드디어
2648M의 아베라우 (Averau)산과 산장이 나타났다
2,648m의 아베라우 산장
30분 만에 아베라우 산장에 도착한 우리는 시원한 맥주 한 잔씩을 주문했다. 차가운 맥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더위를 식혀주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마시는 맥주의 맛은
특별했다. 휴식을 취하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독일에서 온 가족, 프랑스에서 온 커플, 이탈리아 현지인들... 국적도, 언어도
다르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1874년의 발자취
산장 벽에는 흥미로운 글귀가 사진과 함께 새겨져 있었다.
"1874년 8월 10일, 비엔나 출신 리카르도와 저 산토 세베리노(Santo Severino)는
아베라우 산 정상에 최초로 도달했습니다."
150년 전,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장비로 케이블 카도 없이 이 험준한 산을 올랐을
그들의 용기와 열정이 경이로웠다. 우리는 그들이 개척한 길을 편안하게 걷고 있는 것이다.
선구자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절로 일었다.
알타 비아 1 코스를 내려다보며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알타 비아 1 코스의 일부인 파소 지아우(Passo Giau) 고개에
있는 페다레 산장(Rifugio Fedare)까지 리프트를 타고 내려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더 넓게 펼쳐진 초원과 멀리 보이는 산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 코스로 선택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리프트 아래로 알타 비아 1 코스를 걷고 있는 트레커들이 보였다. 배낭을 메고 묵묵히 걷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며칠씩 산장을 이어가며 걷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만 지금 이 순간도 충분히 아름답고 감사했다.
파소 지아우의 만남
페다레 산장에 내리니 지아우 고개를 넘어온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이들도 여기에
주차해 놓고 리프트를 타고 아베라우 산장을 거쳐 친퀘토리를 구경하고 내려가는 관광객들인 것 같았다.
그곳에서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40대 아들이 60대 어머니를 모시고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는 모자를 만났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금방 친해졌다. "효자 아들을 두셨네요!" "You have such a wonderful son!"
서로를 칭찬하며 기념 촬영을 했다. 나이 든 부모를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 여행하는
자식들. 그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저 멀리 지아우 고개에도 헤어핀 도로(영미에서는 스위치백, Switchback이라고 부른다)가
구불구불 이어지는 것이 보였다. 돌로미티의 모든 고개마다 새겨진 인간의 노력과 도전의 흔적들이었다.
다시 아베라우로, 그리고 하산
10여 분을 즐기다가 다시 리프트를 타고 아베라우 산장으로 올라갔다.
아베라우산장 리프트에서 내려 친켄토리를 바라보면서 하산하는 것은 조금 쉬웠다
그다지 큰 경사지가 아니기에 걷기에는 참 좋은 트래킹 코스였다
내려오는 길에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자연 속의 꽃과 바람과 공기, 그리고 주위의 풍경... 그것은 힐링 그 자체였다.
친퀘토리의 남성적인 암벽과 초원의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함께 감상하며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조금 더 내려오니 이정표 팻말이 나왔다.오른쪽으로 가면 알타 비아 1 코스의 아베라우 산장,
왼쪽으로 가면 알타 비아 1 코스의 친퀘토리 산장과 스코이아톨리 산장(Rifugio Scoiattoli)이
나온다는 표지였다.
돌로미티 트레킹코스에는 이런 이정표가 곳곳에 잘 만들어져 있어 조금만 주의해서
확인하며 걸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었다. 선조들의 지혜와 후손들의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여유롭게 사진도 찍으며 내려왔다.
오후 3시경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바이타 바이 데 도네스(Baita Bai de Dones)식당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내일 트레킹을 위해 어제 숙소 라 바이타 호텔에 들러 짐을 싣고, 알레게(Alleghe) 호수에
있는 호텔까지 도착했다.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을 위한 이동이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되새겼다.
계획을 바꾸는 유연함, 여유를 즐기는 지혜, 낯선 이들과의 따뜻한 만남, 자연이 선사하는 치유..
오늘 하루도 배움과 감사로 가득했다.
오늘의 이동 경로는 1-2-3-4-5-6-7-8이다
"때로는 계획을 바꾸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여정을 즐기는 것이,
정상을 정복하는 것보다 평화를 만끽하는 것이 더 큰 의미를 지닐 때가 있다."
오늘의 운동량
걸음 수: 13,415보
이동 거리: 8.7km
이동 시간: 2시간 20분
마음의 충전: 최선의 선택으로 얻은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