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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중국의 규봉 종밀 선사가 “당체(當體)를 지적(指摘)하여 사람들에게 보인 것은 ‘원각경’에 짝할 것이 없다”고 했을 정도로 ‘원각경’은 마음을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한 경전이다. 때문에 예로부터 중국과 한국에서는 마음공부를 할 때 ‘능엄경’과 함께 ‘원각경’을 반드시 읽어야 할 교과서로 높이 평가해왔다.
‘원각경 이가해’는 이 경전 해석과 해설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산 덕청과 함허 득통 두 선지식의 안목으로 읽고 있다. 함허 득통의 ‘원각경해(圓覺經解)’와 감산 덕청의 ‘원각경직해(圓覺經直解)’를 경문과 함께 번역한 것이다.
함허 득통은 지공, 나옹, 무학의 법계를 이은 조선 초 대표적 고승으로 유학자들의 배불론에 맞서 호법론을 펼친 선승이기도 하다. 또 감산 덕청은 명나라 말기 4대 고승 중 1인으로 추앙받는 선지식으로 선교융합과 선정쌍수를 주창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함허 선사의 ‘원각경해’는 우리나라에서 ‘원각경’에 관해 가장 대표적인 주석서다. 특히 서문에서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이라는 경전 제목을 중심으로 전체의 내용을 총정리해 경의 종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감산 선사의 ‘원각경직해’ 역시 그 서문에서 천태 지자대사가 경의 요지를 다섯 가지로 요약한 오중현의(五重玄義)의 방식으로 경의 대의를 총괄했고, 경문의 해설에 있어서도 천태의 교학과 선종의 직절함을 잘 융합해 서술했다.
이 둘을 함께 보는 책은 우선 감산의 서문을 앞에 싣고, 전체 12장으로 이루어진 경문을 번역했다. 이어 함허와 감산의 주석을 병행해 실음으로써 한 경문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두 선지식의 견해를 비교, 이해할 수 있다.
‘화엄경’의 축소판으로 일컬어지는 ‘원각경’은 ‘능엄경’과 함께 제 마음이 본래 원각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전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문에 약한 젊은 세대가 공부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책은 경문과 함께 함허와 감산 두 선사의 해설서를 우리말로 꼼꼼히 번역하고 주석을 달아 처음 이 경전을 들춰보는 이들까지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역자는 “마음공부를 하려면 불경을 통해 부처님의 설법을 들을 수밖에 없는데, 이른바 팔만대장경이 모두 마음을 설명하는 내용인 줄은 알고 있지만 어느 경부터 먼저 보아야 빨리 마음을 알 수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며 “‘능엄경’이 우리의 마음을 진심과 망심으로 구분해 자세하게 설명한 경전이라면, ‘원각경’은 그 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경”이라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있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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