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무대, 그리고 4명의 출연진이 보여 준 무게감.
그러면서도 심각함을 털어버리듯 곳곳에 자연스런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
감동을 받기엔 너무나 철저히 계산된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
이는 아마도 연출의 의도가 아니었을지...
장소는 교도소.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가 그 곳에 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어머니의 딸이 면회를 온다.
면회를 온 딸의 면전에 어머니는 한 마디 한다.
"네가 네 아버지의 얼굴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날 볼 수 있는 거다."
그 후 밝혀지는 진실들...
모녀 지간의 정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이 극을 추천하는 바이다.
무대 장치는 어머니와 딸의 사이를 좁혀가는 방식을 취했다.
마치 시계 분침처럼 가운데 놓여진 움직이는 긴 테이블을 이용해 딸과 어머니의 관계를 서서히 좁혀간다.
결국 둘의 관계는 경계를 무너뜨진 대등의 관계가 되고 신체 접촉을 허용치 않았던 교도관들도
모녀의 접촉을 어느 정도 허물어뜨리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너무 가까워지면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어머니가 딸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킨 것인가?
오랜만에 만난 정통 연극이 주는 긴장감이 참으로 기분 좋았다.
하지만 숨막힐정도로 절제된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참아내기에 힘들었다.
한태숙씨의 연출법을 좋아하고 오래된 배우 윤소정씨의 연기를 감상하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