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표제는 대장정이라 했지만 그 어떤 책보다 잘 읽혀 속도감이 나쁘지 않은 책이었다. . .
우선 이 분은 나의 전공과 관련해 몇 권의 저작을 통해 낯설지 않아 언제가 그의 자서전을 꼭 읽어보리라 생각만했었다. . .
그리고 이 책을 구입하는 시점에 13년에 출간된 환각도 함께 구매해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어나가며 비교하는 기쁨도 좋았다.
물론 한권은 자서전이고 다른 한권은 전문서적이지만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본인의 연구영역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니 군데군데 이 책과 이전에 읽었던 책들이 언급되면서 다시 한번 새겨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2016년에 초판 발행이 되었는데 미국에서는 2015년에 출판이 되었다. .
책이 완성되어 출판이 되던 해에 올리브는 안암이 간으로 전이되어 향년 82세의 나이로 타계하였으니
관련 학계나 그를 사랑하는 팬덤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나 아픔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
48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을 통해 그와 대화를 나누는듯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나의 짧은 학문적 지식과 이론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적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한장한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경이로움이 일어나 이런 차원의 삶을 잠깐이지만 동경해 보기도 했다.
놀랄만한 수준의 지적 탐구력을 넘어 폭발적인 지적 호기심과 이를 자극하는 이들과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한
알고리즘의 확장은 '상상을 초월한다'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 .
책을 덮었지만 아직도 그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고 그럼으로 다음을 기약하는 간절함이 묻어났지만
책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타계하고 말아 안타까움을 우리에게, 아니 정확히 나에게 주었다. . .
그는 유전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적 능력을 타고날 수 밖에 없는 가계도를 가진 사람이었다. . .
유대인의 탁월성과 특별함을 온전히 내재한 채 양친이 의사인 가정에서 많은 형제들 속에 한 사람으로 태어났다. .
아직은 조심스러운 시절에 남다른 성적 취향은 많은 도전을 받는 일이었고
실재로 평생의 파트너를 만나 진심으로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일흔이 넘은 나이가 되어서였다. . .
그러다보니 자연히 연구와 일에 과도하게? 몰입이 가능했을 것이다. .
전체 12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이야기들은 개인사와 함께 순간순간 그를 끌어당긴 다양한 연구주제들과
연구의 과정, 그 과정 속에서 만난 지적 윤활제 역할을 했던 많은 석학들, 그리고 그를 끊임없이 지지하고 함께했던
이들과의 에피소드, 서신 등을 망라해 구성되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 .
지적으로 탁월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모터사이클을 사랑하는 야성적인 면모를 아낌없이 드러내기를 꺼리지 않았으며
관심을 가진 연구주제과 연구대상을 만나기 위해 그는 지구촌 어디라도 헤매일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자신을 필요로하는 환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임상을 지키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 . .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글을 쓰고 책을 내고 분야를 막론한 전문가들과의 교감을 즐기는 사람. . .
하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위해 동네 아저씨의 소박한 삶을 돌아가 은둔할 줄 아는. . . .
경계가 확고한 듯 한 언제나 경계를 허무러버릴 줄 아는 그의 파워와 유연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
한 마디로
그의 삶은 경이로움이었다. . .
그리고 다시 나로 돌아와 보니 차원이 다른 삶을 이어가고 있는. . . . .
부모님이 좋아한 19세기 저작들이 나의 성장배경이었다면 새뮤얼 존슨에서 데이비드 흄, 에드워드 기번, 알렉산더 포프에 이르는 17~18세기 거장들의 세계로 입문시켜준 것은 퀸스칼리지 도서간의 지하서고였다. . . p26
예 - 아니오를 묻는 지식 시험에는 형편없었지만 에세이라면 물만난 고기였다. . .p27
이 시기의 글들은 살아남기 위한 처방 조금, 살아가야할 이유 조금 따위를 버무린 형편없는 잡탕철학이었다. . . p37
일종의 접촉을 통한 깊은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 예컨대 의사의 손 자체가 하나의 치료 기구가 되는 셈. . .p43
조현병은 되에서 의미, 중대성, 의도를 지각하는 신경회로,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지각하는 신경회로, 예술과 과학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신경회로 간의 균형이 깨져 강렬한 감정과 현실 왜곡이 과도해진 정신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 .p76
잉글랜드에서는 누가 되었건 입을 여는 순간 계급이 매겨겼다. 다른 계급끼리는 어울리지 않으며 다른 계급 사람과 같이 있으면 불편해하다. . . p85
에르브마비~~분만과정에서 왕왕 발생~~
아기가 옆으로 나올 경우 한쪽 팡을 당겨서 빼낼 때 위팔 신경얼기가 심하게 당겨지면서 나타나는 증상. . . .p130
그것(암페타민)이 주는 쾌감은 어떤 것도 누구도 필요 없는 근본적인 완전함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철저한 공허였다. 다른 동기며 목표, 다른 흥미며 욕망, 그 모든 것이 황홀결의 공허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 .p146
대상포진과 수두는 동일한 바이러스에서 온다는걸. . . p180
마약중독자나 알코올중독자는 뇌에 영구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회귀 유혹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 .p183
무의식적 동기가 때로는 생리적 경행과 동맹할 수 있음~~~사람의 삶 전체를 관동하는 패턴과 맥락, 그 인생의 유기적 질서에서 하나의 진환 또는 그 치료법만 따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 . .p185
많은 편두통이 시작될 때 흔히 그러듯이 빛나는 지그재그가 보인 후 두통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대신 극심한 복통과 구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빅토리아 용어인 '복부편두통'. . .p187
뇌염후증후군환자~~~~증상이 환자마다 제각각 다른 다양한 양상을 띠며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사실. . . . . . . . 생리학적 연옥에 갇혀 있던 화석행동이 원시성 뇌줄기 신경계가 뇌염에 손상되어 민감해졌다가
파킨슨병 치료제 엘도파에 의해 깨어나면서 되살아난 것. . .p208~209
안정제는 도파민 수용체를 둔화시키고 엘도파는 활성화시킨다. . . p212
립반 윙쿨은 미국작가 워싱턴 어빙이 1819년 발표한 동명의 단편소설 속 주인공이다. 20년간 잠들었다가 깨어나 이해할 수 ㅇ벗는 세상과 마주친~~~. . . p213
어머니의 죽음은 내 삶에서 가장 충격적인 상실, 아마 어떤 면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관계의 상실이었다. . . .p233
신경의들은 어쩌면 다른 어떤 전문의들보다 더 많이 비극적인 환자(완치가 불가능한 가혹한 병으로 극심하게 고통받는 환자들)들을 만나는 사람. . .p252
'삶의 마지막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이 고마운 생각이게 하라'는 위스턴 휴 오든의 시구~~~~
죽음의 코앞에서 구조되는 것보다 더 달콤한 삶의 순간은 없으리라. . . p259
이번 다리사고는 내게 사람의 몸과 몸을 두러싼 공간이 뇌 안에 어떻게 구획되어 잇는지, 사람의 사지 하나가 손상되었을 때, 특히 그 손상으로 운동 능력과 신체의 자유를 상실하는 경우에
이 중추적 지도가 어떻게 심각하게 교란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엇다. . . p261
육감, 고유수용성감각~~~~ 오감 중의 어느 감각보다 아니 어쩌면 오감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감각~~~
공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각하고 팔다리의 움직임을 지각,~~ 자신의 존재를 지각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능력~~~~
고유수용성감각의 붕괴가 야기한 증상~~~~내 왼쪽 다리가 어디에 잇는지 눈으로 보지 않고는 알 수 없었고 눈으로 봐도' 내 것'으로 느껴지지 않아 그것이 내 다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 . .p272
기억상실로 인해 끊임없는 작화증(자기 공상을 실제처럼 말하면서 그것이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 -코르샤코프증후군. . . p273
저는 여전히 세가지 문제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유대를 형성하는 문제, 어딘가에 소속되는 문제, 사람들의 말을 믿는 문제. . . . p280
틱 경련과 틱장애행동은 뇌줄기나 선조체 신경계 병변에 의한 반응이거나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발작. . .
나는 많은 틱과 틱장애 행동이 불수의 행동과 고의적 행동, 경련과 동작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며, 기원은 대뇌피질하 구조이지만 때로는 의식으로든 잠재의식적으로든 의미와 의도가 부여된 결과물이라 생각. . . .p292
뚜렛증후군이 그 뿌리는 신경 이상이지만 그럼에도 환경과 문화에 따라 얼마나 크게 완화될 수 잇는지를 배운 시간. . p310
대니피질의 부위들이 다른 기능에 재할당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대뇌피질의 사소성이 기존에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더 높고 설계는 훨씬 더 느슨할 수 있음을 시사. . . p319
질환이 그들 삶의 근본 조건이었으며, 그것이 독창성이나 창조성의 원천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 .p395
지각 작용은 감각 정보가 단순히 눈이나 귀를 통해 재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뇌에 의해 구성되는 것. . . .
기억과 개연성과 맥락에 따른 예상이 부단히 입력되면서 뇌 안의 하부 조직이 작용함으로써 그 정보가 구성된다는 것. . .
우리가 지각이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뇌가 구성하고 가지고 노는 "지각적 가설"이라 주장. .. p397
몸이나 정신이 병든 이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보내놓고 없는 척하며 살려는 우리 '문명' 세계의 의학, 우리 사회의 관습은 얼마나 야만적인가?. . . p400
색을 보는 능력이 아니라 색을 상상하는 능력까지 상실한 것이 분명~~~~이제 꿈도 흑백으로 꾸었고
편두통 전조증상에서마저 색이 빠져버렸다. . . p416
유전암호(genetic code)~~~ 일란성쌍둥이라도 서로 상당히 다른 신경마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들은 주어진 상황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각기 다른 두 개인이다. . . . . . 자연선택~~~~개체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특정 신경세포들의 연결망 또는
집합은 강화시키고 다른 신경세포 집합들은 약화시킨거나 소멸시킨다고 본 것. . . p438~439
우리는 각자의 범주화를 통해 각자의 지각능력을 형성한다. "모든 지각 행위가 창조의 행위"라고 ~~~~
우리가 성장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감각기관들은 세계의 표본을 수집하며 이것으로부터 뇌에서 지도가 형성된다.
그런 다음 성공적인 지각 활동에 해당하는 지도들이 선택적으로 강화되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 때 성공적이라 함은 '실제'를 건설하는 데 가장 유용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되었다는 뜻. . . p442
고차원적 지식; 일반화와 성찰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전례없는 능력을 획득함으로써 마침내 우리는
자의식을 갖게 되며 세계 안에 존재하는 자기의 의미를 자각하게 된다. . . p445
광의적으로. . . . .신경다윈주의는 우리 스스로 원하건 원하지 않건, 저마다 독자적으로 자기를 계발하며 평생에 걸쳐
각자의 특성에 맞는 길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이릐 운명임을 암시. . .p448
새로운 관계에는 새로운 욕구, 새로운 두려움도 둥지를 틀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욕구,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이 새로운 관계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 . .p463
내게 글쓰기는 정신생황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 요소이다.
생각이 또오르고 그 생각이 꼴을 갖추어가는 과정 전체가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 . .p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