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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비경 '한계산성리지' 산행기
【 1 】
설악산은 미시령에서 공룡능선.대청봉.서북능선.한계령을 지나 점봉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따라 사방
에 늘어 선 크고 작은 수 많은 능선과 계곡마다 승경(勝景)이 아닌 곳 없다. 그렇다 보니 대한민국 사람치고 설악산 한
번 안 가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만, 산이 높고 골은 깊으니 일반인이 설악산을 오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수십 곳의 개
방된 주요 인기 등산로만 해도 어느 한 곳 쉬운 곳이 없으니 자주 찾기도 또한 어렵다. 남달리 산행을 즐기는 나는 그동
안 설악산을 수십 번을 넘게 찾았으니 타인에 비해 다소 행복하다 할 수 있겠으나, 그러나 가면 갈수록 가봐야 할 곳 더
많아지는 설악산이 때로는 밉살스럽기도 해진다. 앞으로도 언제까지 몇 번을 더 찾아야 처처의 승경마다 단 한 번 씩이
라도 두루 섭렵해보게될지 아득도 하다.
설악산 비경을 찾는 산행은 등산이나 종주산행 개념이 아닌, 절경을 자랑하는 짧은 능선이나 동천(洞天)과 계곡의 승경
을 찾아 산행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그 첫 산행지로 인제군 북면 한계리에 위치한 '한계산성릿지'를 찾아
나선다. 내설악 장수대 아래 옥녀탕에서 시작하는 한계산성릿지 루터는 옥녀탕골을 올라가 '인제한계산성' 남문지(南
門地)에서 시작되는 성골에서 한계산성 동쪽 한계산성릿지를 타고 릿지정상의 1396봉을 오르고, 설악산 서북능선을 거
쳐 '안산'을 오른 후, 안산 서사면 안부 삼거리에서 성골로 돌아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하지만 이 루트는 곳곳에
위험구간이 도사리고 있어 든든한 리더가 없으면 산행하기 어려운 곳이다.
2013,05,18. 토요일 아침 10시 20분, 한계리 옥녀탕 휴게소 들머리를 출발한 10여 명의 산우들은 옥녀탕을 지나자 마자
곧바로 가파른 옥녀탕측벽 암벽을 만나게 되고, 리더가 걸어준 로프를 잡고 오르며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며
탕골을 오른다. 반일(半日)의 햇살도 받기 어려운 깊은 계곡에도 늦은 봄이 찾아들어 바위벽에 붙은 돌단풍과 말발도리
는 하얀 꽃을 피워 골바람에 나풀거리고, 개울가 길섶의 무리진 우산나물은 산위에서와 달리 한 순간의 햇살도 더 받으
려는 듯 잎을 크게하고 벌써 꽃대를 피우고 섰다. 한참을 오르니 이내 개울가에 크다란 성곽이 나타난다. 바로 인제한계
산성 남문지의 성곽이다. 천년세월이 지났어도 성곽은 온전히 옛 모습 그대로이다. 고려시대에 개. 보수를 하였다 하나
한점 흐트러짐 없는 온전한 모습으로 인적 드문 깊은 계곡을 지키고 선 모습에서 나라를 지키려는 옛 선인들에 대한 경
외감을 느끼게 되고, 성곽을 떠받치는 무수한 돌 하나하나마다에서 축성에 참가하였던 민초들의 땀과 회한이 서려있음
을 느끼게 된다. 잠시 그들을 기리는 짧은 묵념을 올리고 그 모습 눈에 담는다.
남문지 성곽에서 계곡을 건너 성골 동쪽 능선을 오른다. 한계산성릿지 성곽길이다.성곽을 따라 능선에 오르자 능선 동
쪽 건너편의 '몽유도원리지'의 승경이 이름처럼 마치 한 폭의 '몽유도원도'가 되어 눈앞에 펼쳐진다. 이어지는 능선따
라 계속 오르니 한계산성은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고, 하늘 오르는 통천문(通天門)인 듯 크다란 석문이 산을 오
르는 유산자의 동정을 일일이 살핀다. 고도가 높아지니 남쪽 하늘에 높이 솟아 신비감을 더해주던 가리봉(1519m).주걱
봉이 손에 잡힐 듯 마주하고, 몽유도원도리지 넘어에는 또다시 그림같은 '장군석봉리지'가 펼쳐지는데, 그 능선의 주봉
격인 장군석봉이 마치 한계령계곡을 지키는 대장군인 듯 위엄있게 한계천을 굽어보며 살피고 섰다. 숨을 몰아쉬며 가
파른 능선을 양발과 양손으로 오르며, 때로는 리더가 걸어준 로프를 잡고 악다구니로 암벽을 오르고 또 내리기를 반복
하다보니 한계산성 천제단에 오른다. 경이롭다. 구중궁궐의 임금은 이 변방의 산간 오지 언덕에 거석제단을 쌓고 하늘
을 우러러 제(祭)를 올리는 장수와 민초들의 충정을 짐작이라도 하였을까! 제단 뒤 능선에 감투봉이 성골을 굽어보고
서있다. 산성을 지키던 장군의 기상을 흠모 해서인가 거대한 암봉의 형상이 장군의 투구를 닮아 그 이름도 감투봉이다.
가플막 오르는 숨찬 소리에 서북능선에 우뚝한 1396봉이 어서오라 반긴다.
▼ 옥녀탕 폭포
▼ 옥녀탕과 폭포 풍경
▼ 옥녀탕위의 릿지구간
▲ 옥녀탕 위쪽 한계산성 남문지(南門地)의 한계산성 성곽
◀ 麟蹄寒溪山城 ▶
인제한계산성 (강원도 기념물 제17호,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 산 1-1)은 그 축성(築城)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삼국시대 고구려의 동남쪽 변방을 지키는 수성(守城)이라는 설이 있고, 신라 경순왕(敬順王, 56대,재위기간 927~935년)
이 축성 했다는 설과 성안의 망경대에서 경순왕이 망해가는 신라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설도 있다. 성골(城谷)의
험한 지형을 이용하여 동쪽과 서쪽 능선을 따라 길게 뻗은 산성을 축성하였으며, 산성동쪽의 천제단을 비롯하여 남문지
(南門地)의 성곽이 잘 보존되어 있다. 성터 주변의 기와 조각 등의 유물을 볼때 고려말에 개보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 한계산성
▼ 한계산성릿지와 노송
▼ '몽유도원도릿지'와 그림같은 암벽 풍경
▼ 서북능선 안산과 한계산성릿지 정상의 1396봉(우측봉)
▼ 한계산성 암릉의 통천문과 붉은 병꽃
▼ 통천문 위에서 바라본 남설악 한계천과 한계리 풍경
▼ 한계산성 서편 암릉
▼ 한계산성릿지의 직벽 구간 - 1 / 수직암벽을 타고 내리고-
▼ 한계산성릿지의 직벽 로프구간
▼ 한계산성 천제단에서 내려다 본 릿지구간
▼ 한계산성 동릉 천제단
▼ 천제단에서 바라본 성골과 안산
한계산성릿지 정상 1396봉을 올라 서북능선 안산을 오른 후, 치마바위 사이 안산안부에서 성골로 하산한다.
▼ 장군석봉릿지 풍경
▼ 장군석봉릿지의 미륵봉과 주변 풍경
▼ 표고 1,000m의 한계산성 성곽에 핀 진달래
▼ 한계산성릿지의 감투봉(소나무 뒤 암봉)과 릿지 정상 1396봉
▼ 내려다본 한계산성릿지
▼ 남설악 가리봉과 주걱봉
▼ 한계산성릿지 풍경-1
▼ 한계산성릿지 풍경 - 2
▼ 서북능선 1396봉 / 한계산성릿지 정상이다.
▼ 서북능선 1396봉 정상과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한계산성릿지"
양지꽃과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다. 우측 골이 성골임.
【 2 】
서북능선 1396봉에 올라 바라보는 내설악 조망은 한마디로 장관이다.동쪽으로 뻗어가는 서북능선 멀리 귀떼기청봉 넘어
중청과 대청봉이 한눈에 들어오고,중청봉을 내려선 백두대간은 공룡능선을 달려 황철봉을 건너 북설악 신선봉에 닿았다.
남쪽으로는 남설악 점봉산을 비롯 가리봉과 주걱봉, 삼형제봉이, 그리고 서쪽으로는 1430m의 안산(鞍山)이 서북능선의
끝자락에 치마바위를 펼쳐 세우고 푸근히 앉았다.
1396봉과 안산 사이의 일부 서북능선 고원 평탄면은 천상의 화원을 이루었다. 이곳의 봄과 여름 야생화들은 평지에서와
달리 계절을 다투지 않고 같이 피어나 장관이다. 산마루의 강한 바람에 관목처럼 키를 낮춘 교목들과 억센 관목들의 숲
에는 넓은 잎 박새들이 군락을 이뤄 녹색의 정원이다. 이른 봄에 피는 노루귀와 현호색이 앙증맞게 피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피나물. 처녀치마.얼레지가 피어 서로 미색(美色)을 다툰다. 얼어 붙은 대지에 피는 봄이 더 화려하다던 - '한응
대지발춘화(寒凝大地發春花)'- 노 신(魯 迅)의 시구처 럼, 고산에 늦게 핀 진달래의 꽃잎도 정염에 불타듯 샛빨갛게 피
었고, 노란색은 샛노랗게 흰색은 더없이 새하얗게 피었다. 천상의 화원에 핀 원색 야생화 향연이 향기롭다.
한계산성릿지를 오르는 산행은 험하고 가팔라 거리에 비해 체력이 많이 소진한다. 안산을 오르는 발걸음이 이미 무거운
데, 그 정상에 올라서 하산길 성골의 협곡을 내려다 보니 현기증이 돌만큼 아찔하다. 한계천에 가까운 한계산성 남문지
근처의 낮은 골짜기의 성골은 신록이 펼치는 녹색융단으로 부드럽기까지한데, 안산 고양이바위 아래의 성골 상층부는
오직 너들사면과 깊은 바위계곡 뿐이다. 하산길을 생각하니 근심이 어린다. 안산의 서사면 관목 숲에서 만병초(萬病草)
를 만난다. 추운 고산에서 서식하는 진달래과의 상록관목으로서 그 이름에서 풍기듯 만병에 효과가 있는 약초로 알려져
있으며 모란보다도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안산 서쪽 안부에서 건너편 북쪽 '응봉'에게 눈인사 나누고 성골 가파른
계곡으로 내려선다. 한계산성 서쪽능선이 샐쭉거린다. 자기는 찾지 않는다고-
▼서북능선 1396봉에서 바라본 안산(鞍山, 1430m)과 치마바위(좌)
▼ 서북능선 풍경 - 1
▼ 서북능선 풍경 - 2
▼ 서북능선 풍경 - 3
▼ 안산 북사면 주목
▼ 안산 아래 고양이바위와 성골/ 건너편 산은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 안산에서 바라본 139봉 넘어 귀떼기청봉과 대청봉
▼ '응봉'과 멀리 남교리
▼ 안산 서쪽 안부에서 바라본 '성골' 내려가는 협곡
▼ 성골 풍경
▼ 산양(상)과 멧돼지 시신(하)
지난 겨울 설악산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었다. 눈 쌓인 설산에서 추위에 떨며 굶어 죽은 산양과 멧돼지의
주검을 보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혐오스러움을 감수하고서도 담아 본다.
▼ 서북능선 안산 주변 야생화 - 1
- 피나물, 현호색, 괭이눈, 박새, 구슬봉이, 처녀치마, 노랑제비꽃 / 상좌부터 시계방향-
▼ 서북능선 안산 주변 야생화 - 2
- 큰앵초(상좌), 얼레지(상중), 양지꽃(상우), 노루귀(중간열), 삿갓나물(하좌),여로(하중), 족두리꽃(하우)
▼ 송화. 산괴불, 바위크렉의 진달래, 겨우살이
▼ 안산의 '만병초'와 눈향나무와 바위벽에 누워서 자라는 구상나무
▼ 만병초 분재와 꽃
▼ 함께한 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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