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통째로 짜는 원액기 50개국 수출
엔유씨전자 : 김종부 대표이사 회장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 있는 엔유씨전자 2층 대표이사실 한쪽 전시 공간에는 다양한 주서기들이 전시돼 있다. 김종부 대표이사 회장(63세)은 자체 개발한 모델을 앞세워 2007년부터 한 해에 30회 이상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2013년 연말에 출시한 ‘쿠빙스 원액기’를 앞세워 지난해 5,000만불 수출탑을 받는 등 전형적인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거듭났다.
"올해도 참가하셨군요.”
엔유씨전자가 주서기 제품을 앞세워 2007년부터 미국 시카고 하우스웨어 전시회에 3년째 참가했을 때 일이다. 담당자의 말에는 반가움과 함께 가시(?)가 숨어 있었다. 부스 규모도 일반 부스의 몇 배나 크게 잡은 탓에 매년 참가 비용만 2만 달러가 넘었지만, 3년간 수출 실적을 전혀 올리지 못했다. 자체 브랜드도 없었을 때여서 드문드문 찾아오는 바이어마저 상담이 끝나기도 전에 발길을 돌렸다. 김종부 대표는 “담당자의 인사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출 실적이 전혀 없는데도 망하지 않고 잘 버틴다는 뜻이 아닌가 싶어 충격을 받았다”고 되새겼다.
해외 전시회 매년 30회 넘게 참가
2010년 시카고 전시회에 참가한 지 4년 만에 건진 수출 실적은 컨테이너 한 대 분량에 불과했지만, 이것이 시작이었다. 2012년 19억 원에 머물렀던 수출은 3년간 30배나 늘어났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회사의 매출이 급증한 데는 수출 물량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엔 전체 매출의 80%인 566억 원어치가 해외시장에서 팔려나갔다.
엔유씨전자는 1978년부터 녹즙기·발효기·주서기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온 제1세대 주방 가전 기업이다. 생활 가전 분야에서 30년 넘게 지속해 온 기업은 국내에서 대기업을 합쳐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전북 익산 출신인 김 회장은 일찌감치 사업을 시작해 1978년에 창업했다. 그는 대학 재학 시 가전 세일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차를 끌고 다닐 정도로 짭짤하게 돈을 벌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사업을 떠올렸고 ‘한일내쇼날’이라는 이름으로 분쇄기 등을 만들어 판매했다. 바람 잘 날 없는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김 대표는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03년에는 요구르트 제조기를 개발해 대히트를 쳤다.
“가정에서 냄새 없이 청국장을 제조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만든 게 요구르트 제조기입니다. 요구르트는 물론 청국장도 가능한 기계여서 홈쇼핑 등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당시 매일 홈쇼핑 방송에서 저희 제품이 나올 정도였고, 한때 국내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지요.”
하지만 특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경쟁 업체가 난립하면서 시장이 혼탁해졌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밖에 없었다. 2007년부터 시카고 하우스웨어 전시회를 비롯해 매년 30회 이상 전시회에 참가했다. 2년 전에는 전시회에만 43회 참가하며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해 역시 지난 3월 말까지 15번의 해외 전시회에 나갔다. 김 대표는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전시회가 아니면 바이어를 만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에 매우 중요한 행사”라며, “세계 첨단기술의 흐름을 확인하고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도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입구 넓힌 주서기 원천기술 개발
김 대표는 수출시장 개척 초기부터 현재까지 주요 전시회에는 대부분 직접 참석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전시회에서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시카고 전시회라는 큰 시장에 가서도 4년간은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잖아요. 만약 국내에 앉아서 보고만 받았다면 매출이 전혀 없는데도 매년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한편 자체 제품과 브랜드 개발에도 나섰다. 주력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매년 기술 개발에 수십억 원씩 투자했다. 거듭되는 해외 전시회 참가와 개발 비용으로 2013년에는 부채 비율이 800%에 달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나빠졌지만, R&D 투자를 지속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했지만 목표는 단 한 가지였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주서기 원천기술 개발이었다. 그 결과 2013년 말에 세계 최초로 과일을 자르지 않고 통째로 넣어 짤 수 있는 ‘쿠빙스 원액기’를 출시했다. “과일을 통째로 넣을 정도로 투입구를 넓히면 스크루와 모터도 함께 커져야 하기 때문에 용기가 지나치게 커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비용도 많이 들고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소 직원들과 매일 머리를 맞대고 고민 했습니다.” 김 대표는 “흔히 하는 얘기로 ‘코끼리를 어떻게 냉장고에 넣을까’에 대한 고민이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온갖 종류의 아이디어와 실험을 거쳐야 했다. 다행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가상시험을 진행함으로써 스크루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각도와 동력, 속도 등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착즙률을 기존 75%에서 82%로 향상시켰다. 또한 투입구를 넓힘으로써 주스 만드는 시간을 3분의 1 정도 단축시킬 수 있었다.
지속적으로 자체 기술을 개발해온 엔유씨전자는 국내외 특허출원 건수가 1,000건이 넘는다. 김 대표는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꾸준한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연구소 외에도 바이오연구소를 운영하며 전문 디자이너를 대폭 확충해 디자인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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