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은 전문직이라는 속성에 맞게 꾸준히 전문성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장학과 연수 등 기존 교육행정기관 주도의 전문성 개발 방식은 교사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 교원이 주도하는 전문성 개발체제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본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앞장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학교 현장의 다양한 컨설팅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교원 스스로에 의한 학교개혁의 바람직한 모형을 찾아보고자 ‘School Consulting, 학교를 바꾸다’ 기획을 마련했다.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 발표로 컨설팅 필요성 커져
현장 요구 맞춘 변화에 부응 가능한 최선의 방법
KEDI, 컨설턴트 양성체제 구축, 연수 프로그램 개발
데이터베이스화 등 학문․실천적 연구, 사업수행 계획
■ 학교컨설팅이란 학교컨설팅은 학교의 자생적 활력 함양과 학교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단위학교와 학교체제 구성원들의 요청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이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며,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학교 및 교원 중심의 자발적인 학교변화 노력을 자극하고 지원하는 활동이다.
■ 학교컨설팅의 탄생학교컨설팅은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을 전후해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컨설팅연구회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먼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2000년부터 3개년 간 전개된 바 있는 학교교육개혁 지원을 위한 학교컨설팅 사업은 학교를 총체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활동 모형을 개발하고, 학교가 당면한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한 효과적인 지원방법을 구안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학교컨설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는 등 학교컨설팅을 가동시키는데 요구되는 다양한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연구 사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국교육개발원 밖에서는 2003년에 ‘학교컨설팅-교육개혁의 새로운 접근방법’(진동섭 저)이라는 단행본 간행을 계기로 한국학교컨설팅연구회의 활동이 본격화되었으며, 학교컨설턴트 양성, 학교컨설팅 사례와 이론적 토대의 체계화 등 학교컨설팅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해 오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대학과 민간단체 뿐 아니라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도 학교컨설팅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대학 차원의 학교컨설팅 활동으로는 경인교육대학교의 특성화 사업과 부산대학교 BK21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으며, ‘연구컨설팅 법인 일과 교육’, ‘전북수업컨설팅센터’ 등 민간단체에서도 학교 컨설팅 사업과 연수를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다.
한편 2003년부터 시・도교육청에서도 장학, 교원 연수 등 기존의 교원 전문성 개발 방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컨설팅 원리를 장학과 수업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 현장지향적 개혁 패러다임 학교컨설팅 사업은 2008년 4월 15일 교과부가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지방교육자치를 내실화하기 위한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의 발표를 계기로 학교컨설팅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은 오랜 기간 중앙집권적 통제 구조 속에서 학교장과 교사의 전문성이 적극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학교단위 운영 체제와 풍토가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각 단위학교는 학교의 제반 여건에 맞게 교육과정 및 학사 운영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처럼 단위학교 중심 경영체제가 가능한 외적 상황은 조성되었지만 이러한 교육정책이 학교교육의 질적 수준 제고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교원 집단의 자발적인 특성을 이끌어내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개혁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만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겠다.
즉,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에 따른 단위학교 중심의 운영체제로의 변화는 과거 중앙정부 주도의 청사진식 교육개혁의 접근 방식에서 학교구성원들과 현장의 요구와 지식에 근거해 청사진을 스스로 구현하는 현장지식기반 접근 방식(ground knowledge approach)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러한 교육환경의 변화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개혁 방안이 바로 학교컨설팅이라 할 수 있다.
■ 컨설팅 통한 현장 지원이러한 교육환경 변화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학교컨설팅연구본부를 신설하고 하위 조직으로 학교컨설팅 연구실과 ER&D 연계체제운영실, 교육시설․환경연구센터와 방송통신고등학교운영센터를 두고 학교컨설팅을 적용한 다양한 과학적, 현장 지향적 연구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각 실과 센터의 학교컨설팅 관련 연구․사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컨설팅연구실에서는 학교컨설팅이 학교 현장의 변화를 위한 교육개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학교컨설팅 체제 구축을 위한 선결 과제를 탐색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2009년에 학교컨설팅 체제 구축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즉, 현재 널리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컨설팅 연구 및 활동에 대한 명확하고 체계적 분석과 교육 관계자들의 요구 및 학교 현장을 둘러싼 여건을 분석해 학교컨설팅 체제 모형을 구안한다.
또한 학교 컨설팅 실행 및 효과 분석을 통해 학교컨설팅이 활성화되기 위한 행정․제도적 지원 방안을 탐색하고자 한다. 향후에는 학교컨설턴트 양성체제 구축 및 학교컨설턴트 연수 프로그램 개발, 학교컨설팅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학교컨설팅이 학문적 차원 뿐 아니라 실천적 차원에서 실제적 학교변화 및 교육개혁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학교컨설팅에 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둘째, 교육시설․환경연구센터에서는 국가, 시도 교육청 및 단위학교의 시설 계획 및 설계부터 건설, 유지, 관리,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자문과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나아가 기존 중등학교의 교과 교실형 시설로의 전환, 생태학교 및 에너지 절감학교 조성 계획과 설계 등 학교 환경 개선에 대한 자문과 컨설팅 등 미래지향적인 교육시설․환경 관련 연구․사업 및 컨설팅 업무를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ER&D 연계체제운영실에서는 학교지원과 정책의 현장 적합성 제고를 위해 중앙과 지역의 교육-연구-행정 부문 간 연계체제 구축을 통해 정책의 현장 적합성을 높이고 다양한 연구와 현장 정보를 확산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넷째, 방송통신고등학교 운영센터는 다양한 이유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교육소외계층에게 제2의 교육 기회를 제공해 주기 위해 원격학습 지원과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교육현장 지원에 힘쓰고 있다. 이 밖에도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 사업, 방과후학교 운영사업 등 교육개발원의 여러 연구․사업 분야에서 컨설팅을 시행함으로써 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수 수업컨설턴트 양성이 학교 컨설팅 성공의 핵”
컨설턴트 1300여 명 배출해낸 조동섭 경인교대 교수
대학 특성화 사업 일환으로 2004년부터 올 2월까지 경기․인천 교육청과 함께 1300여 명의 학교컨설턴트를 양성, 배출해 낸 조동섭 경인교대 교수. 조 교수는 “멘토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학교컨설팅이야말로 현장 중심의 교육개혁 패러다임”이라며 “학교컨설팅은 교육 현장이 앞장서 변화를 모색하고 교육행정기관이 현장의 노력을 격려․지원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학․연수 등과 달리 수평적 신뢰관계 기본
기관 협력 통해 양성 과정 더 많이 개발돼야
- ‘컨설팅’이란 용어는 많이 쓰이지만 '학교컨설팅‘이란 용어는 생소한 편인데요. 학교 컨설팅은 어디까지며 무엇을 포함하는 용어인지 그 개념이 궁금합니다.
“간혹 장학과 연수 등 기존 교원전문성개발활동과 학교컨설팅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분명히 다른 활동입니다. 학교컨설팅의 영역은 포괄적이며, 진행 절차와 컨설턴트와 의뢰인의 관계 설정도 다릅니다. 장학에서는 장학사 또는 교장 등과 교사는 상․하급자 관계가 확실합니다. 그러나 컨설팅에서는 관계가 수평적이며, 의뢰인이 원하는 바를 컨설턴트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전문적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관계인 것이지요. 따라서 교원 스스로에 의한 학교개혁이라는 보다 거시적 틀 속에서 학교컨설팅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 서울은 ‘고교선택제’ 발표 이후 교육청 주도로 일부 학교에 컨설팅이 실시됐습니다. 타 시도교육청에서도 컨설팅이 실시되고 있지만, 현장이나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학교컨설팅은 시작 단계입니다. 수업분야를 특화하고, 수업컨설턴트를 양성해 교원들이 서로 전문적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업지원단을 만든 교육청도 있습니다(서울시수업지원단). 최근에는 교육청에서 5개 영역별 컨설팅 팀을 구성하고 3~4명의 컨설팅 팀을 학교에 파견, 학교의 과제를 해결해 주는 방식의 컨설팅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부산시남부교육청). 과정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학교컨설팅을 통해 교사들 간의 전문적 지원체제 구축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현재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교컨설턴트 인력풀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들이 교과별로 컨설팅 영역별로 전문성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수업지원단의 예를 들면, 학교급별, 교과별로 형성된 수업지원 단원들이 온라인을 통해 자료를 공유하고 컨설팅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컨설턴트교사집단에 대한 전문 지원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또 이들의 전문지식은 컨설팅 과정 속에서 의뢰교사와 학교 교원들에게 전수됩니다. 즉, 컨설팅 그 자체가 전문적 지원체제인 것입니다. 원활한 컨설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만으로도 전문적 지원체제는 구축된다고 봅니다.”
- 학교와 교실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하는 전문가 양성은 중요합니다. 전문 컨설턴트 양성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요. “컨설턴트의 전문성 함양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학교컨설턴트 양성 과정 및 교육프로그램들이 많이 개설되고 있습니다. 2007년에는 서울대학교 교육연수원이 주최하고 한국학교컨설팅연구회이 주관하는 총 30시간의 ‘학교컨설턴트양성과정’이 개설됐으며, 2008년에는 전주교대교육연수원이 총 60시간의 ‘수업컨설턴트양성과정’을 개설했습니다. 이외에도 각 시도 수업지원단에서 연수와 워크숍 등을 통해 전문성 함양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양성과정은 부족합니다. 연수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보다 더 많은 과정이 개발돼야 할 것입니다.”
- 컨설팅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후관리 등 학교와의 지속적 관계 정립 등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요. “컨설팅은 계약 기간이 끝남과 함께 종료됩니다. 잘 된 경우는 사후 관리 없이 돌아가지만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민간연구단체의 사례를 보면, 추후 컨설팅을 미리 계약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해결방안의 수행과정을 컨설팅하는 수행컨설턴트를 투입하거나, 학교 내부에 제시된 해결방안을 수행할 수 있는 교원들을 선정하고 이들을 교육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기적 세미나나 월례회 등을 개최해 관심 있는 교사들이 동아리 형식으로 활동하면 담당 교원 전근으로 인한 컨설팅 효과 감소부분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