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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 모든 협약을 비준하라! 강제노동제도 고용허가제 폐기하라!
정부가 “ILO 미비준 4개 핵심협약 중 3개 협약에 대해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결사의 자유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제29호 등 3개의 협약에 대해서는 비준 절차를 진행하지만 강제노동 제105호 협약은 우리나라 형벌체계, 분단국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제외한다”면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ILO 핵심협약 비준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협약과 배치되는 국내법과 제도의 개선을 함께 추진 할 것”이라 밝힌 것에 있다. 지난 4월에 나온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을 포함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친절한 설명은 짐짓 법이 노조 우호적으로 바뀔 것처럼 비춰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발표된 공익위원 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 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 경영계의 요구가 다수 반영돼 있다. 이 안 자체가 ILO 협약에 미달할 뿐만 아니라 협약 위반 소지까지 품고 있다는 점은 공익위원들 스스로도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처벌도 삭제하는 등 경총 요구만을 담은 무소불위의 자유한국당 개악안까지 포함된 논의가 가능하다. 지난 해 발의한 여당의 유력 환노위원인 한정애 의원의 발의안도 ILO 협약에 정면으로 반한다. 국회에 득실거리는 경영자 이해집단은 자유한국당, 민주당 가릴 것이 없다. 노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막아놓고 노조를 하라는 게 이들의 의도다. 동의하지 않을 국회에 비준안을 넘기는 것은 이미 정부도 밝힌 바, 선비준의 의도는 절대 없다는 뜻이다. 비준과 입법을 동시 논의하면서 기존에 발의된 노동 개악안들을 통과시키려 하지 않을지도 우려된다.
ILO에서는 수차례 한국 정부에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제한에 대해 권고하며, 이주노동 정책과 제도개선을 촉구해왔다. 정부가 비준 의지를 밝힌 강제노동 협약(29호)에서 가장 많은 예를 들었던 것이 중동의 ‘카팔라 제도’이기도 했다. 이는 중동 국가들이 시행하는 이주 노동 제도로 국제적으로도 악명 높은 강제노동 제도다. 비자 발급을 사업주가 보증해야 입국할 수 있으며 사업주의 허가 없이 일을 그만두거나 옮길 수 없고 출국도 할 수 없다. 현대판 노예제도로 비난받는 카팔라 제도와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매우 닮아 있다.
잠시 일하고 떠나는 열악한 현장의 노동력으로 이주노동자들을 수급해오는 제도의 특성 상 저항하지 못하게 묶어두고, 결사하지 못하게 통제하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취약한 이주노동자의 상태와 극도의 권리 침해에 대한 규율과 원칙들이 국제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ILO에서도 균등 처우 등 이주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협약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비준하지 않고 미뤄왔었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조차 105호 비준은 다루지 않았다. 105호는 주되게 노조의 정치적 견해 표명을 이유로 한 제재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협약이며 인종, 사회, 민족, 종교적 차별대우의 수단으로써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유예의 이유인 형벌 체계나 분단국가의 특수성이라는 근저에 결국 국가보안법, 집시법 등 자유로운 정치 의사를 제한하는 구시대 악법이 자리하고 있다. 정치 탄압은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박탈한 채 강제노역을 시키는 형벌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 ‘분단국가 특수성’을 거론하는 입으로,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할 수 있는가?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면서까지 이주노동자들을 차별하고 착취해야 하는가? 정부가 비준하겠다는 87호 협약 중 파업권에 대한 기준에는 파업에 대한 형사 처벌 자체를 금지한다. 그러나 비준하지 않겠다는 105호 협약에는 파업참가자에 대한 규율로 노역이 포함된 징역형을 금지하고 있다. 비준하겠다고 한 협약과 비준 못 하겠다고 한 협약의 내용이 서로 대치되는 모순, 파업은 할 수 있는데 재갈은 물리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노동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 말고도 여러 요구들을 하며 쟁의할 권한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쟁의를 하면 손배가압류가 떨어지며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은 구속을 감행하는 등 각종 불이익을 당한다. 정부 정책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게다가 신분적인 취약점까지 있는 이주노조는 더한 상황에 처해질 것이다. 일말의 제약이라도 존재하는 한 노동기본권이 제대로 행사될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다른 꼼수 부리지 말고 즉각 모든 핵심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노동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논의함에 있어,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는 중요한 쟁점이다. 그러나 극심한 기본권 침해에도 이주노동자 스스로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도록 만들며, 인종 차별과 혐오 발언이 넘쳐나는 사회상을 한국 정부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기본권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부터 보장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ILO 권고대로, 직장 선택의 자유가 없고 사업주에 극도로 종속시키는 고용허가제를 폐기하는 것부터 실행해야 한다.
ILO 핵심협약 조건 없이 비준하라!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즉각 보장하라!
강제노동 고용허가제 철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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