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장석용 문화비평가] 지난 20일부터 오는 25일까지 대전 '고도' 소극장에서 한상근 명작 추진위원회(회장 최석권)가 주관하는 '명작을 그리다'-그 두 번째 이야기가 공연되고 있다. 한상근의 춤을 그의 청년시절부터 보아온 필자로서는 감회가 깊은 공연이다. 대전 현불사에 묻힌 고인이 된 그의 춤은 대전에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지금에 이른다.
그가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서 활동하였던 기억을 후학들, 동지들이 살려낸 것이다. 또 하나의 울림, 한상근의 뜻을 기린 전통 춤판은 35명의 춤꾼들을 무대로 불러들인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춤꾼들은 숨길 수 없는 역량으로 신명의 춤판을 연다. 춤 동지들의 의로운 참여와 다양한 전통춤을 한자리에 모아 볼 수 있는 기회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지난 봄,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난 고(故) 한상근 선생의 마지막 작품인 『명작을 그리다』는 그 두 번째 이야기로 그가 추구했던 전통춤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의 뜻과 정신을 이어가고자 지난 7월 '고 한상근 명작추진위'가 발족되어 대전과 충청의 춤꾼들을 초대, 전통춤판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는 안양예고 연극영화과, 한양대 무용과, 중앙대 교육대학원(석사), 한남대 대학원(박사)까지의 학업과 서울시립무용단 지도단원, 창원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등의 단체활동,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최우수예술인상, PAF예술상 수상자로써 『무초』, 『투쟁』, 『적색경보』, 『비행』, 『녹두꽃이… 』,『꽃신』, 『어화신명』, 『우화등선』, 『농가월령가』 등의 안무작을 낸 한국무용가다.
창작으로 단련했던 춤꾼, 전통을 선보였던 춤꾼,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춤꾼, 홀로서기에 힘겨웠던 춤꾼도 모두 모여 소통의 춤을 춘다. 이번 전통춤사위를 선보이는 전통 춤꾼 35인은 30대부터 쉰을 바라보는 춤꾼들로 독립 전통춤꾼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번 춤판은 제도적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이 지역에서 전통춤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공연에 참가하는 춤꾼들은 다음과 같다.
11월 20일(수): 사회자/최석권, 윤민숙(김란류 살풀이), 조희열(김숙자류 도살풀이), 박숙자(강선영류 태평무), 이화선(이매방류 살풀이), 이경숙(이매방류 승무)
11월 21일(목): 사회자/이찬주, 박창호(고성오광대 큰어미춤), 김경화(김란류 장검무), 현보람(한영숙류 태평무), 김은주(이매방류 살풀이), 안선영(진주 교방굿거리), 윤보람(강선영류 태평무)
11월 22일(금): 사회자/이정애, 최석권(이매방류 승무), 김정화(이매방류 살풀이), 구진순(정명숙류 교방무), 김서연(최승희 쟁강춤), 정연실(김숙자류 도살풀이), 윤옥주(김란류 산조)
11월 23일(토): 사회자/강민호, 양찬희(진쇠춤), 문치빈(이매방류 살풀이), 박향남(박재희류 입춤), 박혜정(최종실류 소고춤), 박신영(국수호류 입춤), 정미영(한영숙류 태평무)
11월 24일(일): 사회자/안문영, 이미례(강선영류 태평무), 방혜정(박병천류 진도북춤), 박소원(한영숙류 승무), 권유리(풍류가인), 유혜리(한영숙류 태평무), 송민숙(궁중정재 춘앵무)
11월 25일(월): 사회자/엄정자, 강은주(박병천류 진도북춤), 안향신(유청자류 채선향), 박아림(밤길), 김진희(김백봉류 부채춤), 권혜영(궁중정재 춘앵무),염혜정(이매방류 입춤)
'명작을 그리다'-그 두 번째 이야기는 지역 춤 문화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로서 남을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진전이 있는 작업으로써,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총감독 권영국의 의지와 한상근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사람들의 작업들이 '한여름 밤의 꿈'같은 낭만과 '폭풍우' 같은 열정을 잘 보여주기를 바란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