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사회복지사, 그 지역에 살아야 할까?
사회복지사가 자신이 일하는 그 지역사회에 사는 게 좋을까? 살아야 할까?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타지에서 온 사회복지사보다 수월하게 일할 수 있을까? 그렇게 일하는 것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① 당사자 참여
사회사업가가 주도하는 당사자에게 서비스를 전달하는 방식과 달리, 서비스 진행 과정에 당사자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는 '당사자 참여'. 당사자가 복지 서비스의 기획과정이나 실행, 평가 과정에 사회사업가(직원) 수준으로 참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곳이다. 그리고 장애인이 장애인의 삶을 잘 알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이 복지관의 관장이어야 한다. 혹은 직원이 장애인이어야 한다.’
‘지역사회복지관은 지역주민을 위해 일하는 곳이다. 그러니 그 지역에서 사는 지역주민,
그 당사자가 지역사회를 가장 잘 알고 있으니
지역사회복지관 관장 혹은 직원은 그 지역 주민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장애인이 장애인의 마음을 가장 잘 알까요?
같은 장애인이어도 장애인의 장애도 다양하고, 장애의 정도와 장애 시기도 다른데,
장애인이 장애인의 마음을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같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공감하고 소통이 잘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사회복지사도 장애인이니 말하기 불편하거나 부탁하기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좋은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그 지역에 살아야지 그 지역사회를 더 잘 안다?
정말 그 지역에 사는 주민이 다른 이보다 그 지역사회를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역주민의 심정을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이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같은 동네 사람이기에 오히려 부담스러워 말하기 꺼려지지는 않을까요?
같은 동네 살아서 느끼는 소속감 등 좋은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동네 사람이기 때문에 나를 사회복지사로 보지 않고 동네 동생, 누구네 집 아들,
선후배 사이로 대하여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좋은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② 당사자의 눈높이
만약 복지순례에 참여한 제가 학생들과 가까워지고 친해지기 위해 학생들과 어울릴 때 젊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유행어와 가벼운 이야기로 학생들을 대하는 게 진정 학생들에게 유익일까?
그렇게 해서 허물없는 사이가 되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까?
어떤 광고에서 말하듯, 아이들의 눈높이로 대하는 선생님.
그런데 아이들의 눈높이로 아이를 대해주는 선생님이 진정 아이들에게 유익일까?
선생님은 선생님답게 행동하고 선생님답게 말했을 때,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 보고 배우고 성장합니다.
장애인을 대할 때 장애인의 눈으로, 장애인의 관점으로만 대하는 게 진정 장애인을 위한 일일까요?
지역주민을 대할 때에도 지역주민의 눈높이로 대하는 게 정말 지역주민에 유익할까요?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그를 대하는 자세가 그를 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지 장애인과 지역주민, 상대방이 누구이건 그저 나와 같은 사람으로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당사자의 처지와 상황을 존중하고 고려하지만, 그저 마땅함을 좇아 일할 뿐입니다.
③ 성의정심 誠意正心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일까요?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게 돕는 일, 그 일에 나서게 하는 방법. 즉,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이 일이 기술로써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기법이 있어도 사람을 만나는 일에 기술을 사용한다는 게 조심스럽고 불편합니다. 제가 그렇게 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움직이기 어렵다는 게 사람의 마음이랍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움직이는 게 '진정성'이란 글을 읽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일하기를 결정할 때, 그가 얼마나 그 일에 진정한 마음과 열정을 품고 있는가를 보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런 진정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듯 합니다.
그 지역 출신 사회복지사여서 분명 좋은 점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적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것이 강점이기도 하고 약점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 하는 일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영향을 주어도 뜻을 놓게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진정성'이라고는 하지만,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하려는 진정성인지 알지 못하면 또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 당사자의 자주성,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지키며 더불어 사는 사람살이를 향하는 진정한 마음으로 일하면서, 아울러 당사자보다 높은 곳에 처하지 않고 나와 동등하게, 약자라고 밑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받들려는 마음, 복지 주체로 존중하고 세워 드리려는 마음까지 보태야 합니다.
함께 살든 다른 곳에 살든, 누구와 함께하거나 어떤 일에도 되도록 이런 마음으로 일할 뿐입니다.
'복지요결' 120쪽,
성의 : 바르게 잘 도우려는 진정, 열정, 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 공생성, 그 가치를 살려 사람다운 삶, 인간적인 사람살이를 도우려는 뜻을 정성스럽게 해야 합니다.
정심 : 당사자보다 높은 곳에 처하지 않고 동등한 관계로 도우려는 마음, 약자라고 밑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받들려는 마음, 복지 주체로 존중하고 세워 드리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만약 이렇게 성의정심으로 일해도 사람들이 이해하지 않거나 오히려 일을 훼방한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가치와 이상, 정체성을 생각하며 일했으니, 스스로 떳떳합니다. 조용히 물러나 때를 기다리겠습니다.
첫댓글 다시 다듬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