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주 한옥마을 전통문화관에서 하객들의 갈채를 받으며 한 쌍의 원앙이 둥지를 틀었다. 삼현육각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집례자의 안내에 따라 등장하는 가마행렬, 그리고 연지곤지를 찍은 아리따운 새색시가 가마에서 내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극의 한 장면이다. 대청마루를 낭랑하게 울리는 소리꾼의 멋들어진 가락 등 먼 곳에서 찾아온 일가친척은 물론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옛스러운 혼례식은 특별했다. 결혼식 주인공은 정훈일씨와 김선향씨. 안면도에서 국립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선향(29)씨가 “평소에 가장 해보고 싶었던 예식”이라고 했다. 대전에서온 김동규(61)씨는 "처음 구경하는데 막내딸에게 권하고 싶다."고했다.
현대의 결혼 풍속도는 예식산업의 성장에 따라 서구적인 대형 웨딩홀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박람회까지 등장했다. 전문 컨설팅에 의해 설계되는 예식문화는 좋은 예식장을 이용하기 위해 1년을 기다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낡은 예식장은 성수기에도 파리를 날리는 곳도 있다. 농협이나 교회, 기관이 제공하는 무료 예식장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요즘 결혼식장에는 주례자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일생에 한번 하는 결혼식을 멋지고 화려하게 하고 싶은 예비 신혼부부들의 로망을 겨냥한 상업주의의 자극 때문이다. 값비싼 웨딩옵션에 이벤트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은 부모 입장에서는 ‘왕’부담으로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한옥마을에 있는 전주전통문화관에서는 년간 60여건이 혼례식이 치러진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외국인과 국제결혼을 했던 부부들이 한국에 와서 다시 전통혼례식을 치루거나 결혼 50주년을 기념하는 금혼식 등이 주를 이룬다. 이날처럼 젊은이들이 전통혼례식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이야기다. 전통혼례식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종교적인 문제로 보는데 예식 순서에서 등장하는 기러기를 전달하는 ‘전안례’나 표주박에 술을 부어 마시는 ‘합근례’ 등이 기독교 정서에 맞지 않아서 기피하는 것 같다.”며 “전통적인 문화를 미신으로 왜곡 하는 견해의 차이”라고 홍성철 마켓팀장은 말한다. 이 혼례식에는 예식 전·후의 풍물길놀이와 가마의전, 판소리, 축무, 기악 등을 이벤트로 즐기며 감상할 수 있어 한옥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는 다시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선택사양으로 추가할 수 있는 이벤트는 기본 예식비(150만원)에 별도로 건당 2~30만원씩이 추가된다. 한옥마을 구경은 전통혼례식이 있는 토요일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