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5 반야암 일요가족법회 지안큰스님 법문
청명한 가을날씨가 사람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오늘입니다. 벌써 10월 중순이 되어 한가을이 다 되어 가는 때입니다. 예로부터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가을을 ‘수학의 계절’이라 말해 왔고, 또 서양에서도 추수감사절이라는 날을 정해서 가을에 농사지어 거둬들인 수확물을 감사하는 날로 특별히 날을 정해서 행사를 하기도 하였지요. 영어로는‘Thanksgiving Day’라 했습니다. 그래서 가을은 수확하는 계절 또 감사드리는 계절입니다.
불교에서는 감사드린다는 마음을 은혜를 아는 마음이라 이렇게 말해 오기도 했습니다. 여러 종교가 있지만 불교는 은혜에 대해서 매우 광법위하게 설합니다. 은혜를 느끼는 대상의 폭을 가장 넓게 설해 왔습니다. 보통 우리가 은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옛날 유교 윤리 도덕에 의해서 부모에게 효도하는 孝(효)와 또 표현은 다르지만 - 옛날에는 왕조였으니까 - 나라·임금에게 충성하는 忠(충)의 두 가지 요소를 가장 크게 다루어서 ‘충효사상’이라고 말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경전에 보면 ‘四恩(사은)’이라 하여 네 가지 은혜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 은혜를 보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잘 알고 있는 말이겠습니다마는 종교적 목적을 교화·제도에 두고 있습니다. 교화·제도 - 중생을 제도한다 - 라는 부처님께서 하신 이런 말씀은 익히 들어온 말 아닙니까. 그 제도의 대상을 三界(삼계) 중생 전역에 미치게 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三有(삼유)라고 합니다. 그래서 두 말을 합쳐서 사자성어처럼 ‘四恩三有(사은삼유)’라고 말을 해왔습니다.
四恩(사은)은 네 가지 은혜 내가 항상 은혜를 갚으려고 노력하고 또 은혜에 감사드려야 한다는 어떤 윤리적인 지침을 설해놓은 법문이지요. 三有(삼유)는 欲界(욕계)·色界(색계)·無色界(무색계)로 三界(삼계)를 三有(삼유)라고도 하는데 이 三有(삼유)에 내가 제도하려는 원력이 미쳐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보통 우리는 제도한다고 하면 인간 중심으로 사람이 사람을 교화하고 제도하는 것으로 범위를 좀 좁게 생각하는데 사람이 죽으면 모두 알고 있듯이 불교에서는 돌아가신 분을 ‘靈駕(영가)’라 하고 일반적으로는 죽은 분을 ‘귀신’이라 부르기도 하죠. 죽은 사람인 영가도 중생이기 때문에 영가도 교화의 대상·제도의 대상입니다. 수행의 경지가 높아서 마음이 고요해진 그런 경지에 이르면 色界(색계)에 간다고 하는데 色界(색계)라는 세상은 禪定(선정)이 이루어지고 닦아지는 세상을 뜻합니다. 그래서 四禪天(사선천)이라 하여 네 천상 세계를 이야기합니다. 禪天(선천)에 있는 중생도 제도해야 될 대상이에요. 또 色界(색계)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無色界(무색계)가 있는데 五蘊(오온) 중 色, 受, 想, 行(색수상행)의 四蘊(사온)은 없고 識蘊(식온)만 남아있는 세계라 합니다. 이 無色界(무색계)의 중생들도 내가 교화하고 제도해야 될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원력이 삼계의 전역에 미쳐진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유교에서 내세우는 충효정신을 소개했습니다만 四恩(사은)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부모에 대한 효도예요. 오늘날 이 孝(효)의 정신이 다시 되살아나야 한다는 말을 도덕적인 문제를 이야기할 때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기도 정근을 했는데 기도하는 게 무엇입니까? 이는 다르게 말하면 감사드리는 겁니다. 기도는 감사하는 것입니다. 감사드리는 건 좋은 일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 수없이 많아요. 지금은 부모 은혜를 이야기하면서 말을 하고 있습니다마는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마음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항상 감사 특히 우리는 일상생활 경계 전반에 걸쳐서 감사하는 마음 - 우리말로 하면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활해야 됩니다. 첫 번째는 부모에게 그 다음 두 번째에는 國恩(국은)이라 하여 나라의 은혜입니다. 나라의 은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왕조 시대는 임금의 은혜입니다. 나라의 은혜 - 나라가 있어야 나라 안에서 백성들이 어떤 제도 속에서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가 있잖아요. 요즘 뉴스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라는 집단과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나왔지요. 이스라엘 민족이 역사적으로 보면 나라가 없어서 한참 떠돌았습니다. 원래 그곳이 아랍 영토였던 곳이었다가 국제사회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도움을 받아서 나라를 세운 것이지요.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마는 남의 땅에 너희가 왜 나라를 세웠느냐며 나가라는 요구를 팔레스타인 쪽에서 한 것인데 이스라엘은 수많은 박해를 받아왔잖아요. 2차 세계대전 때에는 독일 히틀러 정권 때 얼마나 많은 유태인이 학살되었습니까? 제가 동유럽을 여행하다가 폴란드에 있는 유태인 학살과 수많은 유태인 포로들이 수용되었던 곳인 아우슈비츠라는 곳을 한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가면 옛날 모습을 흑백 신문에 실렸던 사진 같은 것을 올려서 딱 붙여 놓았는데 죽은 사람들의 이름과 안경, 신발들이 다 남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하튼 역사적으로 600만 여명의 유태인이 살해되었다고 통상적으로 말해 왔습니다. 전쟁이 일어나 나라가 없어진다면 나라 안에 살던 전체 국민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이 제도권 안에서 생활보장을 받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편으로 생각해 볼 때 큰 은혜입니다. 이처럼 나라의 은혜가 아주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경전에 따라서 四恩(사은)의 내용이 조금 차이가 있지만, 부모, 나라 그다음에는 스승인 師長(사장)의 은혜입니다. 인간은 배워서 정신적으로 성숙하기 때문에 나를 가르쳐 준 스승의 은혜가 있다는 겁니다. 四恩(사은)의 마지막으로는 중생의 은혜라고 말합니다. 중생의 은혜는 이웃의 은혜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또 다르게 말하면 사회적 은혜입니다. 그래서 중생은 이웃이므로 내가 남의 은혜를 지고 산다는 것으로 남의 은혜를 지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이지요. 경전에 따라서, 『心地觀經(심지관경)』 같은 경전에는 四恩(사은)에 부처님 은혜라고 말한 곳도 있고 三寶(삼보)의 은혜라고 말해 놓은 곳도 있습니다. 이렇듯 四恩(사은)의 내용을 경전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해 놓기도 합니다. 어떻든 은혜를 생각하는 마음, 이것은 아름다운 마음이고 여기에서 善根(선근)이 심어지는 것입니다. 四恩(사은)은 부모의 은혜·나라의 은혜·스승의 은혜·이웃의 은혜, 혹은 불자들은 佛法僧(불법승) 三寶(삼보)의 은혜, 또는 부처님 은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네 가지로 이렇게 쓰기도 하고, 저렇게 쓰기도 합니다마는 불교에서 은혜의 범위를 가장 넓게 말하고 있습니다.
가을을 정서적으로 말할 땐 ‘사색의 계절’이라는 말도 하지 않습니까? 우리 마음에 생각하는 게 좀 넓어져야 된다는 거예요. 러시아의 문호인 뚜르게네프가 한 말이 있어요. “이 세상에 가장 불행한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번도 기도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앞서 기도는 감사를 드리는 일이라고 다르게 표현해 보지 않았습니까? 항상 은혜로운 마음을 쓸 줄 알아야 하고, 이 마음에서 善根功德(선근공덕)이 닦아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자의 기본 윤리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을은 사람 마음을 맑게 하지요. 생각도 맑아지는 계절입니다. 이런 계절의 정서를 느끼며 불자로서의 공부를 착실히 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공부하는데 계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을은 계절적으로 좋다는 거예요.
雲捲秋空月印潭(운권추공월인담)
구름 걷힌 가을 하늘 달이 못에 도장을 찍었네.
寒光無際與誰談(한광무제여수담)
물에 비친 차가운 달빛 누구에게 말해 줄까?
豁開透地通天眼(활개투지통천안)
하늘과 땅을 뚫는 눈을 활짝 뜨면
大道分明不用參(대도분명불용참)
대도는 분명하여 참구할 필요 없네.
雲捲秋空月印潭(운권추공월인담)
구름 걷힌 가을 하늘 달이 못에 도장을 찍었네.
雲捲秋空은 구름 걷힌 가을의 맑은 하늘이라는 뜻으로 우리 마음이 가을 하늘처럼 맑아지는 걸 말하는 겁니다. 月印潭은 달이 못에 비친다는 뜻입니다.
寒光無際與誰談(한광무제여수담)
물에 비친 차가운 달빛 누구에게 말해 줄까?
寒光無際는 맑은 빛이 계속 비춰져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달밤의 경치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지요. 낮에도 하늘이 맑으면 맑은 기운이 온 사방에 넘쳐 납니다. 與誰談은 앞에서 말하고 있는 경치를 누구와 이야기해 볼까 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심중에 어떤 생각이 일어나면 그 생각을 꼭 나누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래서 벗이 필요하고 상대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고독을 이야기할 때 내가 나를 전달할 곳이 없을 때 나는 더욱 외로워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장 필요한 것이 내가 나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이게 묘한 말인데 문학적인 정서를 앞세운 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豁開透地通天眼(활개투지통천안)
하늘과 땅을 뚫는 눈을 활짝 뜨면
豁開(활계)는 활짝 연다는 뜻입니다. 透地通天眼은 천지를 관통하는, 즉 하늘과 땅을 다 볼 수 있는 툭 트인 눈을 말합니다. 우리는 산에 오면 산색을 보기도 하고, 도시에서 매일 보고 듣는 것들이 일상의 보편적인 일이잖아요. 보고 듣는 거 보고 듣는 속에 다 나를 깨우치는 도가 있다는 거예요. 豁開透地通天眼은 하늘과 땅을 관통하는, 하늘에서 땅까지를 다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 열린다는 뜻입니다.
大道分明不用參(대도분명불용참)
대도는 분명하여 참구할 필요 없네.
不用은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요. 대도는 분명하여 참구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제 가을의 계절 정서를 가슴에 느끼면서 맑은 마음으로 그리고 항상 은혜를 갚아야 되겠다 라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 계절을 잘 살아 보았으면 합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사은삼보의 은혜가 막중합니다.
마침내 열반의 언덕에 이르러
활개투지통천안하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법회에 참석 못해도 좋은말씀 들을수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법회에 참석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큰스님의 법향을 나누고자 올립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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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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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_()_
큰스님 법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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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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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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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