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는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를 담은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을 함께 읽었어요.
청년 여성들이 가족과 노동시장에서 직면하는 차별과 폭력, 빈곤, 경쟁 풍토 등을 분석하면서 ‘사회적 질식’의 문제를 여성주의로 그려냈어요.
청년여성의 이야기이지만 어느 세대의 여성이 읽어도 연결되어 있는 삶임을 담박에 알아차리겠더라구요, 20대든 50대든 그 누구라도 말이지요. 작가(연구자)는 ‘나’라는 존재들이 ‘우리’로 묶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 것처럼 민우회 사무실에 앉아 이 책을 읽으며 여성 청년 더 나아가 여성의 삶이, 우리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질문들을 나누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근로자의 90%가 경제에서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파업을 벌였고 아이슬란드 의회는 다음 해에 '동등 임금법'을 통과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8세계 여성의 날 여성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결론은 이렇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민우회라는 공간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로 흘러갔어요. 힘들 때 서로 위로받고 지지해주는 그 누군가가 있는 따뜻한 공간과 한 사람만 있다면, 작은 끈으로라도 연결되어 있다면 사회구조적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녹녹치 않은 삶을 꿋꿋히 때론 헐렁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년 여성들이 삶을 ‘리셋’하거나 숨통틀 대안적 틈새를 만드는 일은 또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말이지요.
저자의 에필로그가 참 와닿았어요. 후기를 마무리 하며 그 중의 일부를 옮겨 봅니다.
‘나는 여성들이 더 이상 참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기주장을 하기보다 주어진 분위기에 순응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거부하는 법을 잘 모른다. 거부할 때마다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기분 나쁘지는 않을지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낙담하고 만다. 그러고는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속이면서 상대늬 요구를 들어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당신을 병들게 한다. 어디서든,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인내를 보여왔다. 인내하지 않아도 된다. 화를 내라는 의미가 아니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함으로써 우리는 분위기를 파괴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를 던져버릴 수 있다. 우리는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모든 건 당신의 탓이 아니다. 당신의 탓이라고 여기는 그 모든 것 중에서 아주 조금만 당신의 몫이다.‘ (정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