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갑부 오한순, 비법으로 개발한 만물새우수제비 전국적으로 유명
입맛도 나이를 먹는 걸까.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음식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즐겨먹는 음식이 되곤 한다. 그중에서 바글바글 끓는 국물에 밀가루 반죽을 한 점씩 떼어내 넣은 뒤 끓여낸 별미음식 수제비가 그렇다.
예전에는 양반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었으나 한국전쟁 후 다량의 밀가루가 구호물자로 유입되면서 서민들의 중요한 주식으로 변형되었다. 그래서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가난했던 지난날의 향수가 어린 추억의 음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맛도 있고 싸면서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별미로 즐겨 찾는다.
대전시 서구 갈마동 둔산여고 뒤편에 자리한 ‘오한순손수제비’ 본점은 홍합과 민물새우가 들어간 해물손수제비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수제비전문점이다. 특히 채널A 서민갑부에 등장해 전국적인 인물이 된 오한순(71) 대표가 국산재료만 사용해 자신의 비법으로 개발한 만물새우수제비로 유명하다.
민물새우수제비는 기존에 맛봤던 수제비와 달리 독특한 맛을 낸다. 비법 육수에 직접 손 반죽을 해서 쫀득쫀득한 수제비와 민물새우, 홍합을 넣어 맛과 함께 영양까지 살린 한마디로 이 세상에 하나뿐인 오한순표 수제비다. 넓은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데 언뜻 보면 전골같이 보일 정도로 푸짐하고 또 매운탕 같은 느낌도 난다.
수제비의 맛은 반죽과 함께 육수가 중요하다. 육수는 북어대가리를 비롯해 황태, 파뿌리, 무, 양파, 볶은 멸치 등 8가지 정도를 넣고 4시간 정도 끓여내는데 보약 같은 육수다. 특히 기존 방법과는 다르게 멸치를 볶아서 사용하는 것이 특이하다. 이 육수에 손수제비를 넣고 고추장, 고춧가루, 액젓과 각종과일을 갈아서 한 달 정도 숙성시킨 특제비법 양념장과 민물새우와 홍합, 부추, 대파를 넣고 넓은 뚝배기에 끓여낸다. 여기서 중요한건 공장에서 찍어내는 유통수제비가 아니라 손수제비 말 그대로 일일이 손으로 치대고 떼서 손수제비를 넣고 충분히 익힌 다음 손님상에 낸다.
벌겋게 끓여진 국물은 인공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그대로 전해져 속이 시원해진다. 전날 과음한 속이 한꺼번에 달래진다. 사실 수제비는 국물과 함께 후루룩 떠먹어야 수제비 맛의 진수를 느낀다. 국물을 한 입 머금으니 맛이 깔끔하다. 말랑말랑 탱탱한 수제비가 혓바닥과 장난질한다. 입 안에 쫄깃함이 확 퍼진다. 시식을 목적으로 점잖게 몇 숟가락 뜰 요량이었지만 체면 불구하고 한 그릇 뚝딱 비워버렸다. 밀가루 반죽과 육수라는 특별하지 않은 재료이지만 그 맛은 자꾸만 생각나게 만드는 중독 된 맛이다.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밥을 볶아 먹으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쫄깃한 수제비, 보약 같은 육수, 감칠맛 나는 양념장의 조화- 오한순손수제비
이런 맛으로 식사 때가 되면 몰려드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어려웠던 시절 수제비를 신물 나게 먹었던 사람도 이집 수제비만큼은 먹는다고 하니 그 맛이 보통이 넘는 건 틀림없다. 밑반찬은 직접 담은 김치와 배추겉절이다. 특히 배추겉절이는 그때그때 묻혀서 나오기 때문에 신선함과 양념 맛이 별미로 수제비와 찰떡궁합을 이룬다.
수제비의 질감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는 반죽의 쫄깃함이다, 이집은 수타, 족타 등을 사용해 치대는 힘든 손 반죽을 한다. 기포가 형성되는 것을 막아야 반죽이 쫄깃해지기 때문인데 정말 힘이 든다고 한다. 반죽을 오랫동안 치댄 뒤 숙성시켜 주문 즉시 사용하기 때문에 쫄깃함의 극치를 이룬다. 혼을 담은 궁극의 졸깃함이다. 이런 정성은 줄서서 먹는 대전 대표 수제비맛집으로 우뚝 서게 한 원동력일 것이다.
수제비는 물의 분량이 많아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영양분을 섭취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수제비를 먹을 때는 되도록이면 수육과 촌돼지두루치기 등 육류를 함께 섞어 먹는 것이 좋다.이집의 수육은 국내산 암퇘지 삼겹살을 사용해 엄나무 등 한약재와 된장, 양파 등 7가지 재료로 삶아 부추를 얹어 손님상에 낸다. 특히 부추를 곁들여 상추쌈을 싸면 존득한 육질이 담백해서 질리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다.
오한순 대표는 전북 남원이 고향으로 40년 동안 외식업에 종사하면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칼국수, 추어탕 등 여러 외식업을 통해 음식의 달인 소리를 듣는다. 수제비를 선택한 사연도 가슴 뭉클하다. 오 대표는 자녀들이 일 그만하고 쉬라는 권유에 2년 동안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어머니는 수제비를 워낙 좋아했다.
그래서 늘 수제비를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해서 드리곤 했는데 그 수제비를 다 드시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됐다. 못다 드신 수제비를 붙들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만들어 드린 그 수제비 맛으로 2013년 지금의 자리에 오한순손제비를 탄생시킨다.
오한순손수제비 직영점 죽동점, 노은점 며느리와 동생이 운영
자녀들도 모르게 시작한 손수제비 식당은 당시 탁자 5개의 조그만 매장이었다. 그러나 먹어본 손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밀려들게 된다. 오래 동안 기다리는 손님들과 멀리서 찾아와 먹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손님들을 안쓰럽게 생각한 오 대표는 매장을 조금씩 늘리게 된다. 그래도 줄서서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아지자 2016년 대전 유성구 죽동로 279번길89 푸르지오아파트 정문 앞에 2호 직영점 죽동점이 탄생한다.
그러다 2017년 서민갑부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면서 전국에서 손님들이 밀려들면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위해 식당 옆에 대기실을 만들었는데 그곳이 뜻하지 않게 오한순손수제비 사랑채 3호 직영매장이 됐다. 그리고 올해 직영 4호점인 대전 유성구 노은로161 노은역 동편광장 환승주차장 지하 1층에 노은점이 오픈했다.
이곳에서 반죽과 육수, 양념장을 만들어 4개 매장에 공급하면서 어디서나 똑같은 맛을 내는 오한순손수제비가 됐다. 지금은 며느리 정윤정 씨가 죽동점에서 대를 잇기 위해 수업을 받고 있다. 갈마동 본점은 대전시 서구 신갈마로230번길 36에 있다.
불과 30-40년 전만해도 쌀이 풍족하지 못할 때 끼니를 때우기 위해 식탁에 가장 많이 올렸던 메뉴가 수제비였다. 오늘은 오한순의 정성과 혼이 담긴 추억의 민물새우수제비를 먹어보자. 오한순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토요일 휴무, 죽동, 노은점 일요일 휴무, 부추손수제비, 부추전 6000원, 민물새우손수제비(소) 1만5000원, (중)2만원, (상)2만6000원, 수육2만5000원, 촌돼지두루치기 2만3000원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