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을 이용하여 배추벌레를
퇴치 할 수는 없을까?
아침에 일어나니 임진강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다.
아마 비가 온 후
밤과 낮의 기온차이가 심해서 안개가 끼는 모양이다.
안개는 강을 덮고
산을 덮고,
나무들을 덮으며 우리
집 텃밭의 작물들까지 덮고 만다.
나는 두꺼운 재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침에는 제법
쌀쌀하기 때문이다.
먼저 양배추 밭을
살펴보았다.
양배추 하나하나를
살펴보니 그중 한포기에 배추벌레 두 마리가 달라붙어 온통 다 갉아 먹고 말았다.
녀석들은 아침
일찍부터 맛있게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다.
어찌할까?
그대로 두면 양배추
한포기를 다 먹어치우고도 부족해서 옆에 있는 양배추로 옮겨 다시 또 먹을 것이다.
그뿐인가?
번데기가 되어 나비가
되면 또 얼마나 많은 알을 깔 것인가?
갓 부화된 배추벌레는
배추,
무,
양배추 등
십자화식물을 먹이식물로 삼기 때문에 양배추나비(Cabbage
Butterfly)라
불린다.
녀석들은 몸집이
커지면서 양배추 잎줄기만 남기고 폭식을 하며 모두 먹어치운다.
배추벌레의 폭식은
고옛날부터 유명하다.
고대 로마시대의 농부들도 배추벌레를 막아내기
위해 양배추 한가운데 막대기를 세우고 햇빛에 색이 바라서 희끗해진 말 머리뼈를 올려놓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배추벌레의 피해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속설을 19세기 농부들도 믿었다.
알껍데기를 매달아
놓고 피해가 사라지기를 기원하기도 했다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나는 한랭사를 걷어 올리고 배추벌레를 잡기로
했다.
양배추를 얼마나 뜯어
먹었는지 제법 통통하다.
녀석들은 계속 똥을
싸면서 끊임없이 먹고 있다.
하긴 하늘을 나는
배추흰나비가 되기 이해서는 부지런히 먹는 수밖에 없다.
배추흰나비가 되면
아름답게 보이지만 벌레 상태에서는 결코 유쾌한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촉감은 매우
부드럽다.
조금만 딱딱한 것이나
날카로운 것으로 누르면 피부가 곧 터져서 죽고 만다.
나는 녀석을 차마 죽일 수가
없었다.
양배추 잎 하나를
따서 그 위에 배추벌레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양배추에서
멀리 떨어진(약 30m)
퇴비장에
놓아두었다.
말하자면 방생을 하는
것이다.
그 잎이라도 먹고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주라고…….
허지만 배추벌레들은 매우 놀랬는지 양배추
잎에 머물지 않고 혼비백산 자꾸만 도망을 친다.
아마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껴 살기위해서 움직이는 것 같다.
1시간 후에 다시
가보았더니 배추벌레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과연 이 배추벌레들은
어떻게 될까?
양배추가 있는 곳까지
기어서 갈까?
모든 동물은 회귀
본능이 있다고 하는데,
이 배추벌레도 자기가
태어난 양배추를 인식을 할 수 있을까?
농약을 전혀 살포하지 않는 나는 배추벌레
방제를 위해 양배추 밭에 한랭사를 씌워 두고 있다.
그래도 어디로
들어갔는지 배추흰나비들이 알을 깐다.
배추벌레 방제를 위해
아침저녁으로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려주기도 한다.
때로는 새들이 그물사이를 뚫고 들어가
베추벌레를 쪼아 먹기도 한다.
그러다가 나갈 곳을
잃고 퍼드득 거리며 몸부림을 치기도 한다.
나는 한랭사 그물
속에 갇힌 새들을 여러번 풀어주기도 했다.
천적으로 배추벌레를
방제할 수는 없을까?
배추벌레의 천적은 거미,
사냥벌,
침노린재,
기생벌 등 배추벌레를
먹이로 삼는 곤충들이 있다.
그런데 농약을
무작위로 살포를 하면 이런 이로운 천적들까지도 모두 몰사를 하고 만다.
그러니 배추벌레를
잡기 위해 더 강한 농약을 살포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자연의 천적을
보호해서 친환경으로 방제가 자연스럽게 조절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