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ade from 12 plastic bottles
나는 한때
투명한 갈증이었다 목젖을 타고 내려간 욕망이었다
비워질수록 또렷해지는 존재감으로
목마른 손에 쥐어졌다가 일회용처럼 버려졌다
내가 잃은 것이 투명함뿐이었다면
언덕 아래 공장 굴뚝을 통과하며
고온에 눌리고 섞인 상처
그 속에서 나는 직물로 짜였다
흉터를 꿰매듯 실밥 하나하나 꿰어진 기억
다시 태어난다는 건 기적이 아니라
쓰레기에서 시작해 쓰레기로 돌아가는
반쯤 방치된 채
잊혀도 무방한
그린피스는 말한다
지구를 위한 착한 선택이라고
그 착함이 얼마나 하품 나게 하는지
헤라클레스의 12가지 노역 따위는 잊힌 지 오래
I’m made from 12 plastic bottles
Made with 50% recycled polyester, 50% polyester
마지막 경로는 이미 인쇄되어 있다
윙태그를 단 맹금이 아니라
항공사 로고를 달고 추적당하는 마케팅으로
영혼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바닥에서 올려다보면 문득 이지러지는 구름
오십 퍼센트의 기억
오십 퍼센트의 망각
나는 기내용 담요다
[시작 노트]
남편의 암 재발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이었다.
“I’m made from 12 plastic bottles. Made with 50% recycled polyester, 50% polyester.”
기내용 담요를 펼치다 접힌 라벨에서 발견한 문구였다.
남편은 이미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된 듯 존재 자체가 고통으로 환원되고 있었는데, 병에서 시작해 또 다른 병으로 이어지는 시의 경로 속으로 스며들고 있던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 상황과는 별개의 소재에서 시가 시작되었다.
김인옥
2017년 [문학나무]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시집으로 『햇간장 달이는 시간』과 『힐 엔드』가 있다.
<재외동포문학상><시드니문학상>을 수상했다.
stellain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