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 성당을 보고 오르막을 바라보니 신자들이 성당 문 앞에 모두 나와 계신다. 차에서 내려 언덕을 오르는데 머리를 들어 올린 순간 깜짝 놀라 버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누가 또 이렇게 앞 서 갔을까?
사람들이 모두 가슴에 세월호 리본이다.
신자분들이 부임하는 신부성향을 파악하고 뭐 준비했구나 싶어 내심 복잡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갔다.
그런데 아뿔사!
이 동네에서 2014년 4월 16일 환갑이라고 동네 사람들이 제주도로 부부동반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단원고 아이들이 탔던 그 배. 단원고 꽃같던 아이들과 함께 물 속에 잠기던 세월호에 11명의 동네 환갑 친구들이 배에 탔던 것이다. 사제관 뒷 집이 그냥 비어 있는 것도 그 내외가 다 물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미사 내 눈물을 닦던 분들이 바로 그 세월호에 친구들과 친지. 살갑던 이웃들을 잃었던 살아남은 자들이었던 것이다.
나는 깊은 연대의 고리에 묶이는 느낌을 아주 강하게 느꼈다. 페친 한 분은 세월호의 304명의 아이들과 소신공양을 한 성원스님을 지향에 둔 연미사를 봉헌하셨다.
세월호가 잠기던 날 난 티브이를 바라보며 이게 무슨 일이지? 아니 왜 저렇게 잠기기만 하지? 현장이 아니니 내가 모르는 무엇이 있겠거니 그렇겠지? 생각하며 사람들이 빨리 구조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벌써 천 날이 흘러버리고 배는 아직도 물 속에 잠겨있다. 그리고 책임자는 온데 간데 없고 모두 사라졌다.
대통령의 7시간은 그렇게도 대단한가! 저런 인간같지 않은 것들에게 우리의 생명과 안전 미래를 맡겨주었던 것이 과연 바른 판단이었나? 난 요즘도 길 위에서 탄핵은 무효라고 외치며 군대야 일어나라 소리지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것이 인간인가' 라는 깊은 자괴감에 빠져든다. 이게 나라냐 이전에 이것들이 인간인가! 아님 그 무엇인가!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과 무엇일까 막막하기만 하다.
내가 세월호 천 날 이렇게 바닷가 성당 용유에 온 것은 이유가 있었구나! 그 첫날 깨달은 것이다. 바다에서 죽은 아이들의 여정이 시작되었던 인천 앞 바다에서 제사 지내며 보속하라는 것이구나! 세월호의 아이들과 희생자들을 바라보며 인간답게 사제로서 살아가라는 것이구나! 더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두 눈 똑바로 뜨고 살라는 것이구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가슴에 두고 울음을 참아야 했던 미사였다.
미사가 한 사제의 슬픔이었고 고통이었다. 그것은 미안함과 부끄러움. 수치심 분노 등이ㅡ온통 얽혀있는ㅡ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였다.
첫댓글 가슴아픈 세월호이야기를 지성용신부님께 들어봅니다
진실은 밝혀 집니다.그곳에선 부디 이런 아픔들은 없길~~기도해 봅니다.
함께 세월호의 별이된 아이들과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