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찾아왔을 때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가는 테마가 크게 두 가지 있다.
단풍 그리고 억새
산에서 만나는 가장 확실한 가을의 풍경으로서 이 시기를 기다렸다는 듯 찾아가는 이들이 매우 많다. 안타깝게도 일이 많아 단풍 시즌은 놓쳤지만, 억새를 찾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움직이는 뚜벅이인 나로서는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었다. 다행이도 억새로 유명한 산들 중에서 대중교통으로도 갈만한 곳이 몇 곳 있었다.
경기도의 명성산
강원도의 민둥산
충청도의 오서산
3개의 산 각자가 가진 매력이 분명하지만, 나는 가장 교통적 편의성을 더불어 지인도 만나기 위해 충청남도에 위치한 홍성군으로 향하게 되었다.
오서산은 충청남도 홍성에서 갈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산이기에 홍성군과 보령군에 걸쳐 있는 곳이며 들머리가 여러 곳에 있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 가느냐에 따라 정상을 향한 길의 난이도도 시간도 달라진다. 내가 갈 곳은 정암사 혹은 상담주차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오서산을 즐기기 위해선 가벼운 트레킹을 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도 나는 백패킹을 하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듯 이유는 단순하다. 하루를 온전히 아침부터 밤까지 만나며 밤에는 별빛 가득한 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나는 집에서 가까운 수원역을 통해 수원->광천으로 이동했다. 홍성역을 지나 다음역인 광천역이 오늘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광천역에는 식당도 많고, 편의점도 하나 있어 필요한 물품들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 정상에서 따로 음식을 해먹지 않는 비화식으로 하루를 보낼 예정이었기에 간단한 먹거리를 포장해 가기로 했다.
*꿀팁 – 집에서 뜨거운 물을 미리 보온병에 담아가면 도착해서 식을 때가 많다. 그렇기에 편의점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간다면 좀 더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편의점이 있는 곳에서 상담주차장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4km가 조금 넘는 길인데 차도를 따라 걸어야할 길이 많으므로 택시를 타는 게 좀 더 용이하다. 택시를 타고 간다면 주차장과 정암사 두 가지의 방향 중 선택을 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출발시 약 2시간~2시가 30분이 걸린다.
*자차로 이용시 쉰쥘바위라는 곳을 통해 산 정상까지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날 카메라 조작 문제인지 오류인지 몰라도 들머리에서 정암사 그리고 유명한 1600계단의 사진이 없어졌다.
1600계단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가파른 등산로에 새로이 만들어진 나무 데크 계단이다. 실제로 1600개의 개수를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많은 업힐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인데 그만큼 빨리 올라 능선 길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오서산에서는 서해 바닥 한 눈에 보이는 멋진 장소에 위치해 있다. 그렇기에 멋진 일몰을 볼 수 잇는 명소기도 했다. 오늘 내가 목표로 한 곳은 정상 근처의 넓은 데크로 풍경을 즐기며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산을 오르며 꽤 괜찮은 자리가 몇몇 보였지만 그래도 정상이 좋을거란 생각에 힘내어 올라갔다.
딱 트인 능선을 지나 드디어 마주한 오늘의 목적지. 사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도착했다. 그럼에도 풍경이 좋고 기대하던 억새가 펼쳐지니 얼른 배낭을 내리고 커피 한 잔과 포장해온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억새와 갈대가 비슷한 모양을 보이기에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산에서 만나는 것은 억새고, 습지나 강가에서 만나는 게 갈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데크의 이름은 오서정. 예전에는 정자가 있던 곳이었으나 태풍으로 인해 부서진 후 새로이 만들어진 전망데크라고 했다. 이곳에는 한 안내문이 있었으니 데크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텐트 설치는 삼가달라는 말이 있었다.
사실 오서산은 백패킹 명소로 유명한 곳이었고,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넓은 데크덕인지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전혀 예상치 못한 문구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도 금지가 아닌 게 다행이겠지...?’
해가 질 무렵 더 이상 사람이 오지 않을 즈음에 텐트를 치는 게 등산 백패킹에서의 예의다. 물론, 평일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지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일몰에 맞춰 내 집 마련에 성공한 후 서해를 바라보며 준비해온 저녁을 주섬주섬 꺼냈다.
버너를 사용하지 않는 비화식 백패킹이기에 저녁으로 준비한 것은 단순한 족발이었고, 거기에 약간의 음주를 더 했다. 가을임에도 산 정상이라 그런지 차가운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왔고, 혹시 하고 준비한 겨울철 패딩을 입어가며 추위를 피하게 되었다.
심플하지만 이정도면 충분하다. 족발 그리고 소주
약간 아쉬웠던 것은 딱 트인 데크다보니 주변의 산 아래 마을들이 많이 보였고, 예상치 못한 야경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별빛을 찍기 위해선 야경이 하나의 공해로서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면 별빛이 많이 나왔지만 실제로 내가 본 별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어려울 만큼 큰 차이가 있었다. 얼마 후 떠오른 달빛마저 멋진 오서산의 전망대. 동쪽과 서쪽 모든 방향이 멋진 곳이 오서산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갑자기 엄청 강한 바람이 불어왔기에 서둘러 텐트를 정리 후 빨리 내려왔다. 이럴 때 가장 조심해야하는건 잘못하면 텐트가 순식간에 바람에 날라간다는 점이다.
엄청 휘어있지만 텐트 폴대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래서 좋은 텐트와 폴을 사용해야한다.
오서산은 백패킹 명소다. 하지만 백패킹을 삼가달라는 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만큼 텐트 파손도 이어지고, 일반 등산객에게 피해를 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백패커들은 늘 기본적인 것을 지켰으면 좋겠다.
1. 등산객이 내려간 뒤 텐트를 설치하고, 올라오기 전에 철수를 해서 등산객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된다.
2. 화기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동계 시즌에는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고도 생각하는 편이지만 1박 2일 같이 간단하게 갈 때는 굳이 많은 음식을 챙겨가 화장실도 없는 곳 에서 오물을 처리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3. 텐트를 고정할 때 나사를 돌리는 데크팩 보다는 데크 사이사이에 넣어서 고정시키는 팩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데크 손상을 방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올 가을은 아쉽게도 오서산 하나 밖에 가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또 다른 명소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때까지 아무 탈 없이 백패킹을 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