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위법이 여몽환포영이라는 말씀에서
마지막 <영>이 곧 그림자를 말하고, 그 상세한 설법이 바로 아래 내용입니다.
용수보살(나가르주나)의 설법은 참으로 오묘하고 훌륭합니다.
‘그림자 같다’ 했는데, 그림자는 단지 볼 수만 있지 잡을 수가 없다.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눈과 감정 등으로 보거나 듣거나 느껴 알 수 있으나 실제로는 얻을 수 없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이 진실한 지혜는
사방에서 잡을 수 없나니
마치 큰 불 덩어리같이
만질 수 없는 것 같다.
법은 받아들일 수도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또한 그림자는 빛이 비추면 나타나고 비추지 않으면 없어지듯이,
모든 결(結)과 번뇌가 정견(正見)의 빛을 가리면 곧 나라는 모습ㆍ
법이라는 모습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또한 그림자는 사람이 가면 곧 가고, 사람이 움직이면 곧 움직이고,
사람이 머무르면 곧 머무른다.
선업과 악업의 그림자도 그와 같아서 뒷세상으로 갈 때에는 또한 가고,
금생에 머무를 때는 역시 머무른다. 과보가 단절되지 않는 까닭이니, 죄와 복이 익어지면 곧 나타난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허공 가운데라도 따라 가고
산중 바위 속이라도 따라 가고
땅 밑이라도 따라 가고
바다 속이라도 따라 들어간다.
어디라도 항상 따라다니니
업의 그림자는 떨어질 줄 모른다.
이런 까닭에 ‘모든 법이 그림자 같다’고 한다.
또한 그림자는 공하고 없는 것이어서 실체를 구하여도 얻을 수 없으니,
일체의 법도 그와 같아서 공하여 실체가 없다.
- 대지도론/용수보살 지음/구마라집 한역/김성구 번역/동국역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