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에서 만나는 예수님 : 마태오 복음을 중심으로
수난 사화(마태 26장)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임마누엘 예언(이사 7,14)은 인간이 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됩니다.(1,23) 우리와 함께하시고자 친히 인간이 되어 오신 하느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시고(4,17) 말씀과 행적으로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우리에게 생생히 드러내 보이십니다.(4,18-25,46)
예수님은 결정적으로 하느님 구원 계획의 절정인 당신의 파스카 사건을 통해서(26-28장)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보여 주십니다. 앞서 종말에 관한 설교(24-25장)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최후 심판의 기준임을 알려주시며 사랑과 섬김의 삶으로 제자들을 초대하신 사람의 아들은, 이제 당신 스스로 ‘가장 작은 이’(25,45)가 되시어 모든 이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고자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에게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이다.”(26,2)
마태오 복음 26-27장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전합니다. 이는 세 번에 걸친 예수님의 수난 예고(16,21-23; 17,22-23; 20,17-19)에서 뿐만 아니라 1-2장의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에서도 이미 예고되었습니다. 교부들에 의하면 아기 예수님께 바쳐진 ‘몰약’(2,11)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상징하며,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던 헤로데(2,13), ‘아기의 목숨을 노리던 자들’(2,20)과 같은 표현은 예수님의 죽음을 미리 암시합니다.
특히 “그분(예수님)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1,21) 라고 하셨던 천사의 예언은 성찬례를 제정하시며(26,26-30)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몸과 피를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서 기꺼이 내어 주시는 예수님을 통해서 완전히 성취됩니다.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26,28)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구원의 희생 제물로 바치시는 이 중요한 사건 속에서 우리는 또한 베드로와 유다를 비롯한 제자들의 배신을 목격합니다.(베드로의 배신: 26,31-35.69-75, 유다의 배신: 26,14-16.20-25.47-55, 제자들의 배신: 26,56) 예수님을 그렇게도 가까이서 보고 그분으로부터 숱한 가르침과 위로를 받으며 동고동락했던 주님의 제자들은 이렇듯 예수님을 팔아넘기고 모두 예수님을 배반하며 도망쳐 버립니다.
“그때에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다.”(26,56)
이런 상황을 아마도 미리 알고 계셨을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에 가시어 극심한 고통과 번민, 외로움 속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하십니다.(26,36-46)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26,39)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26,42)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모든 것을 다 맡기십니다. 그래서 마침내 죄인들의 손에 자신을 넘기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십니다. 겟세마니에서의 이같은 번민과 가늠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과 함께”하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니라는 곳으로 가셨다.”(26,36)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26,38)
“이렇게 너희는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26,40)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니로 가신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나와 함께” 깨어 있기를 거듭 부탁하십니다. 우리와 함께하시고자 인간이 되신 하느님께서(1,23) 이제는 우리가 극심한 고통과 외로움 속에 계시는 당신과 함께 머물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것입니다. 인류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수난 이야기는 이제 주님의 제자인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머물며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동참하도록 촉구합니다.
- 월간빛/ 이민영 예레미야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