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BThfyrjeaEc
성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에스라의 나무 강단이 제공하는 성경의 어휘 연구 시간 오늘도 계속하겠습니다. 우리는 요즘 여러 가지 절기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대단히 중요한 한 어휘를 중심으로 연구를 하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제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월절로부터 시작해서 절기를 쭉 밟아 내려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제사의 절기 중에 "속죄일"에 대한 공부를 하겠습니다. 속죄일은 매우 중요하고 그 행사가 길어서 오늘 전반부(A)를 다루고, 다음 시간에 후반부(B)를 말씀드려 종결을 짓겠습니다.
이 속죄일은 흔히 대속죄일이라고 합니다만, 성경 원문에는 대속죄일이라는 말은 없고 그냥 속죄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냥 속죄일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이날은 대제사장이 염소의 머리 위에 안수하고 죄를 전가하는 특별한 예식을 행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이미 봄 절기부터 시작되는 1년의 여러 제사 절기를 보았습니다. 유월절, 무교절, 초실절, 칠칠절은 봄 절기로서 예수님의 초림에 관한 이야기이고, 가을 절기는 나팔절로부터 시작됩니다. 지난 시간까지 나팔절을 공부했고, 오늘부터 속죄일을 이틀간 공부한 뒤 마지막으로 초막절을 다루면 가을 절기가 다 끝나게 됩니다.
봄 절기는 그리스도의 초림, 가을 절기는 그리스도의 재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속죄일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재림과 심판, 그리고 최종적인 죄의 도말(속죄)을 미리 예행 연습하는 의미를 지닌 절기입니다. 흔히 기념일이라고 하면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는 것을 뜻하지만, 성경 구속의 역사에서 가을 절기들은 앞으로 올 일을 미리 예행 연습하는 의미에서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그 밖에 안식일, 안식년, 희년은 나중에 공부하겠습니다. 역사적으로 모세오경을 벗어나 성경에 나타나는 부림절은 앞선 33번 강의에서, 신약에 언급되는 수전절은 34번 어휘 연구에서 이미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중복하여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러한 절기들의 성취를 보면 봄 절기인 유월절, 무교절, 초실절, 칠칠절은 초림 때 이미 성취되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시대 이후로 전개되는 가을 절기 중 나팔절은 주님의 재림을 준비시키는 경고의 나팔을 부는 시대로 성취되었으며, 오늘 배우는 속죄일과 그 뒤를 잇는 초막절은 앞으로 천년기 동안 하늘나라에서 있을 우리의 일을 미리 예행 연습하는 성격을 지닙니다.
속죄일은 영어로 'Day of Atonement'라고 합니다. 히브리어 구약 성경에서는 '욤 키푸르(Yom Kippur)' 혹은 '욤 하키푸림(Yom HaKippurim)'이라고 부릅니다. '욤'은 날이라는 뜻이고 '키푸르(키푸림)'는 속죄를 뜻하므로, 정관사 '하'를 넣어 욤 하키푸림이라 하면 '그 속죄의 날'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유대력은 우리 현재 달력과 시작과 끝이 일치하지 않고 중간에 걸쳐져 있어서 해가 바뀌는 기준이 다릅니다. 성력 7월 초하루인 나팔절은 유대인들에게 새해 첫날인 설날(로쉬 하샤나)에 해당하여 이때 해가 바뀝니다. 성력으로 제7월(민력으로는 제1월) 10일이 속죄일인데, 현대 달력으로는 대략 10월 상순이나 중순경에 해당합니다. 음력을 기준으로 삼는 유대력의 특성상 매년 양력 날짜는 일정하지 않고 조금씩 비껴갑니다.
속죄일을 지키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모든 절기에 대한 기록이 집대성되어 있는 레위기 23장 26절-32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일곱째 달 열흘날은 속죄일이니 너희는 성회를 열고 스스로 괴롭게 하며 여호와께 화제를 드리고 이 날에는 어떤 일도 하지 말 것은 너희를 위하여 너희 하나님 여호와 앞에 속죄할 속죄일이 됨이니라 이 날에 스스로 괴롭게 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백성 중에서 끊어질 것이라... 이는 너희가 쉴 안식일이라 너희는 스스로 괴롭게 하고 이달 아홉일 저녁부터 이튿날 저녁까지 안식을 지킬지니라"
하나님께서는 성력 7월 10일을 속죄일로 지정하시고 성회를 열며 "스스로 괴롭게 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여기서 스스로 괴롭게 한다는 것은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지은 죄가 없는지, 하나님께 잘못을 범하지는 않았는지 겸비하게 살피는 영적 자아 성찰과 회개를 의미합니다. 또한 이날은 어떤 노동도 하지 않는 절기 안식일이었습니다. 제칠일 안식일은 아니지만 연중 일곱 절기 안식일 중 하나로서 엄숙히 지켜야 했습니다. 날짜 계산은 구약 당시의 기준에 따라 해가 지는 때부터 새날이 시작되므로, 7월 9일 저녁 해 질 때부터 10일 저녁 해 질 때까지의 24시간이 온전한 속죄일이 됩니다. 만약 이날 스스로를 괴롭게 하며 회개하지 않는 자는 백성 중에서 끊어질 것이라는 어엄한 명령이 주어졌습니다.
경건한 유대인들은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 속죄일이 되면 얼굴에 깊은 슬픔과 근심을 띠고 회당에 모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삶을 철저히 성찰하며 자아를 괴롭게 하는 의식을 행하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회당에 모인 이들의 표정에는 수심과 엄숙함이 가득합니다.
유대인들의 역사적 유적이나 현대 사진을 보면 속죄일의 엄숙함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 있는 아얄론 고속도로 같은 대형 도로도 속죄일(욤 키푸르) 당일이 되면 자동차가 한 대도 다니지 않고 텅 비게 됩니다. 거리에 오직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나 도보로 이동하는 사람들만 보입니다. 경건한 유대인들은 안식일이나 속죄일 같은 거룩한 날에는 자동차 운전을 일절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출애굽기 규례에 "안식일에는 너희의 모든 처소에서 불을 피우지 말지니라"고 하셨는데, 자동차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하는 행위는 엔진 내부에서 불꽃 점화가 일어나는 노동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대나 현대나 이 날만큼은 철저하게 거리를 비우고 정적 속에서 안식을 준수합니다.
지나온 역사적 배경을 잠깐 돌아보겠습니다. 지난번 나팔절 공부를 할 때 '그달랴 금식'에 대해 설명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이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하고 수만 명의 백성을 포로로 잡아간 후, 유다 땅에 남아 있던 백성들을 통치하도록 세운 유대인 총독이 바로 왕족 출신의 그달랴였습니다. 그는 억지로 떠밀려 총독이 되었지만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던 유대인들은 현실의 불행에 대한 책임을 그달랴에게 물으며 그를 바벨론의 앞잡이로 오해하고 배척했습니다. 결국 또 다른 왕족이었던 이스마엘이 불량배들을 데리고 가서 총독 그달랴를 잔인하게 암살했습니다. 참으로 억울한 죽음이었습니다.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은 무고한 그달랴를 죽인 사건을 깊이 애통해하며 "우리가 그달랴 총독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철저히 반성했습니다. 그래서 포로 귀환 이후 유대인들은 7월 1일 나팔절 다음 날인 7월 2일을 그달랴를 위한 국가 금식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7월 3일부터 한 주일 동안 깊은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하여 7월 1일 나팔절부터 7월 10일 대속죄일까지의 10일간의 기간을 '회개의 10일간(The 10 Days of Awe)'이라고 부르며, 온 민족이 다가올 속죄일의 엄숙한 심판을 앞두고 마음을 찢으며 철저히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민족적 대각성 기간으로 엄수해 왔습니다.
이렇게 10일간의 준비를 마친 후 마침내 7월 10일 속죄일 당일이 됩니다. 구약의 학자들은 이 속죄일을 '희생 제도의 중추적 핵심(The keystone of the sacrificial system)'이라고 부릅니다. 1년 동안 드려진 모든 제사와 절기가 용서와 성소의 정결을 향해 나아간다면, 속죄일은 그 모든 사죄 제도의 종착점이자 최종 확인을 하는 클라이맥스이기 때문입니다.
유대 랍비들의 율법 해석을 집대성한 방대한 문헌인 『미쉬나(Mishna)』를 보면, '요마(Yoma, 그 날)'라고 하는 특별한 장(Chapter)이 있습니다. 요마 장에는 신약 시대 및 예수님 당시에 유대인들이 속죄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켰는지가 고스란히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세부 절차도 바로 미쉬나의 요마와 영국의 세계적인 석학 앨프레드 에더샤임(Alfred Edersheim)이 쓴 명저 『성전의 봉사와 제사』(The Temple)에 근거한 역사적 사실들입니다. 신학생들이 오늘날에도 필독서로 참고하는 아주 권위 있는 자료들입니다. 이 고대 성소와 제사장들의 봉사 모습을 바탕으로, 당일에 행해진 주 요 예식의 절차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대제사장은 속죄일이 오기 일주일 전에 예루살렘에 있는 자신의 집을 떠나 성전 내부에 마련된 '팔헤드린 실'이라는 특별한 골방으로 처소를 옮겨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그 방에서 한 주일 동안 머물며 먹고 자며 속죄일 대예식을 홀로 준비했습니다.
둘째, 그 준비 기간 일주일 동안 대제사장은 매일 성소 안의 등대의 불을 간검하고 향을 사르며, 번제단 위에 재물의 피를 뿌리는 의식을 연습(검열)했습니다. 혹시라도 당일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몸소 시험해 보고 깊이 명상하는 예행 연습 기간을 가졌습니다.
셋째, 장로들의 대표와 제사장 원로들이 대제사장 곁에 서서 레위기 16장을 비롯한 속죄일 율법을 큰 소리로 읽어주었습니다. 원로들은 "내 주 대제사장이시여, 당신은 당신의 입으로 이 법을 직접 낭송하시어 당일에 작은 절차 하나라도 잊어버리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라고 엄숙히 당부했습니다. 1년에 단 한 번 행하는 지성소 봉사에서 대제사장의 작은 실수는 곧 온 백성의 사죄 실패와 직결되었으므로 조금의 타협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넷째, 7월 10일 속죄일 당일 새벽이 되면, 성전 지붕 위에 올라간 감시 제사장이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새벽이 오고 있는지 감시했습니다. 시계가 없던 시절이라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거나 닭 우는 소리가 들릴 때 신호를 보냈습니다. 감시자가 "헤브론까지 하늘이 밝아왔다!"라고 외치면, 성전 안의 대제사장이 비로소 "그렇다면 행사를 시작하라"고 명령하며 대예식의 막이 올랐습니다.
다섯째, 대제사장은 특별히 구별된 욕조로 가서 전신 목욕을 했습니다. 대제사장은 속죄일 하루 동안 총 다섯 번의 전신 목욕을 해야 했고, 각 예식의 단계가 바뀔 때마다 무려 열 번이나 손과 발을 정결하게 씻어야 했습니다. 이는 인간의 외적인 몸을 씻는 것뿐만 아니라, 온 우주의 심판자이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대제사장의 영적 정결함과 거룩함을 극도로 성취하기 위한 철저한 절차였습니다.
여섯째, 전신 목욕을 마친 대제사장은 먼저 평상시의 화려한 '황금 예복'을 입었습니다. 가슴에 12 보석이 박힌 판결 흉패를 붙이고 에봇을 입은 찬란하고 위엄 있는 예복입니다. 옷을 입기 전과 입은 후에 각각 손발을 정결히 씻은 후, 매일 아침마다 드리는 정규 제사인 '아침 상번제'를 집전하고 성소 안 분향단에 향을 사랐습니다. 속죄일이라고 해서 매일 드리는 상번제를 거르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신실하게 수행했습니다.
일곱째, 아침 상번제를 마친 대제사장은 황금 예복을 완전히 벗어두고 다시 전신 목욕을 한 뒤, 온전히 세마포로만 만들어진 '백색 예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백색 예복은 일반 제사장이 입는 소박한 옷이자, 대제사장이 속죄일의 핵심 봉사를 수행할 때 입는 거룩하고 정결한 의복입니다.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손발을 씻었습니다.
여덟째, 성소 현관과 번제단 사이(물두멍 남쪽 마당)에는 대제사장 자신과 제사장 가문을 위한 대속 재물인 '수송아지(황소)' 한 마리가 남쪽을 바라보도록 서 있었습니다. 대제사장은 황소 앞으로 나아가 두 손을 황소의 머리 위에 얹고 자신의 몸무게를 실어 힘껏 누르며 온 가문과 제사장들의 죄를 전가하는 고백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때 대제사장은 "오, 여호와여! 나와 내 집이 당신 앞에 불의를 저지르고 과실을 범하며 죄를 지었나이다. 구하오니 모세의 율법에 기록된 약속대로 이 날에 우리의 모든 죄악을 사하여 주옵소서"라고 대성으로 부르짖었습니다.
여기서 매우 중대한 특징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바벨론 포로 귀환 이후 하나님의 거룩한 성호인 '여호와(YHWH)'라는 이름을 감히 입 밖에 내어 부르지 않았습니다. 성경을 읽다가 여호와라는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아도나이(주님)'라고 바꾸어 읽었고, 현대 유대인들은 그조차도 두려워하여 그냥 '하쉠(그 이름)'이라고만 부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극도로 존중하고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 년 중 오직 딱 하루, 대속죄일에 대제사장이 재물의 머리에 안수하며 고백 기도를 드릴 때만큼은 원래의 성호인 '여호와'라는 이름을 명확하고 크게 불렀습니다.
대제사장의 입에서 그 거룩한 성호 '여호와'라는 이름이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순간, 성전 마당에 서 있던 모든 제사장과 이스라엘 백성은 예외 없이 무릎을 꿇고 얼굴과 코와 입을 성전 바닥 마당에 완전히 대고 엎드렸습니다. 여호와의 거룩한 이름을 귀로 들었기에 극도의 겸비함을 몸소 표현한 것입니다. 대제사장은 이 고백 기도를 드리는 동안 하나님의 성호를 여러 번 불렀고, 그때마다 모든 백성은 바닥에 엎드려 경배했습니다. 대제사장은 속죄일 하루 동안 이 성호를 총 열 번 발음했으며, 백성들은 열 번 모두 땅에 엎드렸습니다. 오늘날 하나님의 이름을 너무나 함부로 가볍게 부르는 우리들에게 이 고대 유대인들의 경건한 태도는 큰 교훈을 줍니다. 이름은 그 존재의 인격을 반영하기에 거룩한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아홉째, 안수 기도를 마친 후 대제사장은 번제단 북쪽에 묶여 있는 두 마리의 숫염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이 두 염소는 온 이스라엘 회중의 죄를 속하기 위해 특별히 선택된 재물입니다. 제단 옆에는 '칼피(Kalpi)'라고 부르는 제비함(항아리)이 놓여 있었습니다. 대제사장은 돕는 제사장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비함 속에 두 손을 넣어 두 개의 제비를 동시에 뽑았습니다. 한 제비에는 '여호와를 위하여'라고 적혀 있었고, 다른 제비에는 '아사셀을 위하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제비를 뽑아 '여호와를 위하여'로 선택된 염소의 목에는 주홍색 실(끈)을 매어 묶었습니다. 목에 끈을 묶은 것은 이 염소가 잠시 후 온 백성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목베임을 당해 죽을 재물임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아사셀을 위하여'로 뽑힌 염소의 머리 뿔에는 홍색 줄을 매어 묶어 두었습니다. 이 염소는 죽지 않고 살아서 광야로 떠나갈 아사셀 염소임을 나타내는 신호였습니다. '여호와를 위한 염소'는 인류의 죄를 짊어지고 피 흘려 돌아가실 희생 제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완벽하게 예표합니다.
열째, 제비뽑기를 마친 대제사장은 다시 황소 앞으로 돌아가, 이번에는 제사장 가문뿐만 아니라 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까지 황소의 머리에 두 손을 얹어 최종적으로 전가하는 고백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때도 하나님의 성호 '여호와'를 불렀고 백성들은 땅에 엎드렸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황소의 목을 베어 잡았고, 흘러나오는 피를 금 대접(양푼)에 받아 다른 제사장에게 들려주어 제단 앞에서 피가 굳지 않도록 계속 흔들고 있게 했습니다.
일째, 대제사장은 한 손에는 불타는 숯이 가득 담긴 황금 향로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고운 향기로운 향가루를 담은 대접을 든 채 성소의 휘장을 지나 마침내 지성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일 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지성소 문이 열리고 대제사장이 1차로 출입하는 순간입니다. 지성소 안에는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언약궤가 놓여 있었습니다. 바벨론 포로 이후 세워진 스룹바벨 성전이나 헤롯 성전 시대에는 언약궤를 빼앗겨 분실했기 때문에, 언약궤가 있던 자리에 '에벤 셰티야(Eben Shetiyah, 기초석)'라고 부르는 바위 돌만 놓여 있었습니다. 대제사장은 그 기초석 돌 위에 향로를 놓고 향가루를 부어 연기가 지성소 천장까지 가득 피어오르게 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의 임재(셰키나)를 가리우기 위함이었습니다.
지성소에 향연을 채운 뒤 대제사장은 성소로 잠시 나왔다가, 제단 앞에서 제사장이 흔들고 있던 황소의 피 대접을 전해 들고 제2차로 지성소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대제사장은 손가락에 황소의 피를 찍어 언약궤가 있던 자리(기초석 돌 위)를 향해 위로 한 번, 그리고 바닥을 향해 아래로 일곱 번 피를 뿌렸습니다($1+7=8$회). 잊어버리지 않도록 숫자를 세어가며 정교하게 피를 뿌린 후 성소로 다시 나왔습니다.
성소 밖으로 나온 대제사장은 이번에는 '여호와를 위하여' 제비 뽑힌 숫염소의 목을 베어 잡았습니다. 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일 년간의 죄를 최종 속죄하는 피입니다. 대제사장은 그 염소의 피 대접을 들고 제3차로 지성소에 또다시 들어갔습니다. 황소의 피를 뿌렸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기초석 돌 위를 향해 위로 한 번, 아래로 일곱 번 염소의 피를 뿌려 지성소를 완전히 정결하게 속죄했습니다.
그 후 지성소 밖 성소로 나온 대제사장은 대접에 남아 있던 황소의 피와 염소의 피를 성소 휘장을 향해 각각 위로 한 번, 아래로 일곱 번씩 다시 뿌렸습니다. 그리고 두 재물의 피를 한 대접에 쏟아 골고루 섞은 뒤, 성소 안 분향단의 네 모퉁이 뿔에 각각 한 번씩 피를 바르고 분향단 표면 위에도 일곱 번 피를 뿌렸습니다. 이날 성소와 지성소 안팎에 뿌려진 피의 횟수는 총 43회에 달했습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성소에 누적되었던 백성들의 일 년간의 모든 죄를 피로써 정결하게 정화하는 예식이었습니다.
지성소와 성소의 청결 의식을 모두 마친 대제사장은 마침내 성전 뜰로 나왔습니다. 이제 제단 옆에 살아 있는 채로 묶여 있던 '아사셀을 위한 염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대제사장은 두 손을 아사셀 염소의 머리에 얹고, 조금 전 피의 예식을 통해 성소에서 완벽하게 씻겨져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든 죄와 추악함을 이 염소의 머리 위에 최종적으로 안수하여 전가했습니다.
"오, 여호와여!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이 불의를 저지르고 과실을 범하며 죄를 지었나이다. 이 모든 죄악을 아사셀의 머리에 얹나니 용서하여 주옵소서." 대제사장이 성호를 외치자 백성들은 마지막으로 땅에 엎드렸습니다.
고백 기도가 끝난 후, 대제사장은 이 염소를 끌고 황막한 광야 지대로 데려갈 미리 정해진 특별한 사람(수행원)에게 염소를 인계했습니다. 수행원이 아사셀 염소를 끌고 성전 문을 나서자, 성전 뜰에 모여 있던 수많은 백성은 염소의 뒤를 향해 크게 외쳤습니다. "우리 죄를 완전히 가지고 가거라! 지고 가거라! 우리의 모든 죄악은 다 너 때문이다! 네가 다 책임지고 영원히 떠나가라!" 백성들의 아우성 속에서 염소는 예루살렘 성문 밖 광야로 끌려갔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부터 유대 광야의 험준한 절벽 산꼭대기까지의 거리는 약 12마일(20km)에 달했습니다. 그 통로 교간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일정한 간격으로 10개의 감시 초막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수행원은 백성들의 죄를 짊어진 아사셀 염소를 끌고 험한 광야 길을 걸어 마침내 '자벨 문타르'라고 부르는 깎아지른 듯한 벼랑 끝 사막 산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수행원은 그 절벽 위에서 아사셀 염소를 밀어 아래로 굴려 떨어뜨렸습니다. 염소는 가파른 바위 절벽을 구르고 구르며 온몸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진 채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 아사셀 염소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를 대속하여 죽은 예물이 아닙니다. 인류를 미혹하여 죄를 짓게 만든 죄의 원흉이자 장본인인 사탄(마귀)을 상징하는 염소로서, 최종 심판 때 죄의 책임을 온전히 지고 우주 밖 황무한 곳으로 쫓겨나 처참하게 멸망당할 사탄의 종말을 보여주는 웅장한 표상입니다. 19세기 프랑스의 고대 성경 성화 성서 사전 삽화들을 보아도, 아사셀 염소를 광야에서 마귀 형상을 한 존재가 맞이하는 모습으로 그려놓아 사탄의 표상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염소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전령의 신호가 성전에 도달하자, 대제사장은 온 백성 앞에서 레위기 16장과 23장의 속죄일 성경 구절을 장엄하게 낭독했습니다. 그리고 율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죄 용서와 성전 봉사, 그리고 이스라엘 온 회중을 축복하는 여덟 가지 특별한 축복 선언문을 낭송했습니다. 백성들의 죄가 완전히 도말되었음을 선포하는 은혜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성경 낭독을 마친 대제사장은 다시 전신 목욕을 하고 백색 예복을 벗어둔 채 황금 예복으로 가라입고 나와 오후의 일상 성소 업무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녁 전 제사 시간이 되자 다시 전신 목욕을 하고 백색 예복으로 갈아입은 뒤, 제4차로 지성소에 마지막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침에 지성소 안 기초석 위에 두고 나왔던 황금 향로와 향 대접을 수거하여 밖으로 가지고 나오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로써 대제사장은 속죄일 하루 동안 지성소에 총 네 번 출입하게 됩니다.
기구를 가지고 나온 대제사장은 마지막으로 전신 목욕을 하고 황금 예복으로 갈아입은 뒤 저녁 분양과 등대 간검 등 일상 저녁 봉사를 마쳤습니다. 대예식이 완전히 종료되자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예루살렘의 자택으로 무사히 귀가했습니다. 하루 동안 평상복, 황금 예복, 백색 예복을 번갈아 가며 무려 여섯 번이나 옷을 갈아입고 전신 목욕을 다섯 번 행한 참으로 까다롭고 복잡하며 엄숙한 과정이었습니다.
이 복잡하고 정교한 대속죄일의 예식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바는 명확합니다. 죄라는 것은 결코 가볍게 다루어지거나 묵인될 수 없는 끔찍하고 심각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죄로 오염된 성소를 정결하게 하고 인간을 완벽하게 사죄하여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얼마나 치밀하고 면밀하게 설계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지성소의 거룩한 법궤 위 속죄소에서 흘려지는 피의 봉사는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 사역을 온전히 반영합니다.
오늘 우리는 속죄일 당일에 행해진 엄숙한 역사적 예식 절차를 위주로 상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복잡한 예식 단계 하나하나가 영적으로, 그리고 예언적으로 우리들에게 어떤 중대한 구속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며 속죄일 연구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전 우주적인 '대속죄일의 심판 기간'에 살고 있습니다. 이 엄숙한 은혜의 시기에 우리는 마음의 옷깃을 여미고, 하늘 지성소에서 우리를 위해 중보하시는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를 날마다 내 삶에 적용해야 합니다. 고대 유대인들이 나팔 소리를 들으며 자아를 성찰하고 스스로를 괴롭게 했던 경건한 자세를 기억합시다. 우리 삶에 숨겨진 죄가 없는지 살피고 통회하며,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정결한 백성으로 서 가시는 귀한 은혜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 속죄일 두 번째 강의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