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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만의 길나섬...
지난 주 토요일 (12/9)에는 마침 행사가 두 개나 겹쳐서,
어쩔 수 없이 강화도 1코스를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코스 워크는 되도록 빠지지 않는 성격이라,
한번 빠지면 연쇄 도미도 효과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되도록이면 빠지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행히 어제 토요일 (12/16)에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까지 코스를 종합해 보면
1코스, 2코스를 빼먹었기 때문에
언젠가 이 둘을 묶어 패키지로 묶어
단번이던 또는 개별이든 쌓인 숙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숙제를 하지 못한 것은 나뿐만 아니라
2주전에 처음 뵈었던 화수분님, 구름재님이 모두 같은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에
물귀신 띠로, 약간의 위안이 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또한 어제 감꽃님이 빠지셨기 때문에 결시자에 대한 모수는 좀 더 커진다.
지난 주에 빠진 1코스 영상과 사진을 보니,
눈에 익은 장소가 많이 들어왔고
그래서 일까? 내가 저기 있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 “길 중독”에 빠지면 쉽사리 헤쳐 나오기 힘든 것 같다.
배인순의 “누구나 그러하듯이” 노래처럼
나의 모바일에도 날씨 앱 하나는 있는데
요즘 즐겨찾기 업데이트를 하였고
현재 사는 곳을 비롯하여 주로 활동하는 곳뿐 아니라,
강화도 지역도 포함 시켰다.
그 후 한 월요일쯤부터 강화도 날씨를 주기적으로 체크 하여 왔는데
거의 온탕과 냉탕, 또한 맑음과 흐림, 비/눈 등을 오가며
정말 버라이티 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프로 그리면 정말 해석 불가능한 난수발생기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월요일 예보에는 강화의 토요일 날씨는 눈/비였다가
수요일이 변곡점이었는지 구름으로 바뀌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는데
급 반전하여 강추위로 바뀌었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서울보다도 2~3도 더 낮은 영하 8도로 예보가 되었다.
화수분님은 내심 강추위 때문에 취소를 기대하는 눈치가 없지 않으신 것 같았는데
수명산님의 “못 먹어도 go:” 스타일로
예상대로 진행이 되었다.
어제의 길을 한마디로 요약을 위하여
약간의 서울둘레길의 각 코스별로의 특징을 빗대어 비유하자면
“왕실묘역길을 지나 가양대로로..” 일 것 같다.
약간의 부언을 하면
고려 왕릉 몇 기를 지나서 바람 부는 물길을 따라 걷는 길로 생각하면 거의 정확하다.
북한산 둘레길의 왕실묘역길은 연산군 묘소인데
다른 왕실과 달리 폐위 되었기 때문에, 왕릉이 몹시 소박하고 한적하다.
그리고 가양대교는 서울의 끄트머리에서 김포 지역 시작 지점의 다리로
바람이 몹시 불기도 하고, 또한 지나가는
많은 고속 차량들 때문에 인공 바람이 많기로 유명하다.
강화도 나들길 전체 20개 코스에서
3코스와 4코스 등 2개의 코스를 묶어 당일에 완료하는 일정으로 길나섬을 하였다.
3코스가 “고려 왕을 가는 길”로 표제화된 코스이고, 이론적으로는 16.2km,
4코스는 “해가 지는 마을”로 표제화된 코스이고 11.5km 이다.
여기서 이론적이라고 수식하였던 이유는
원래 풀 코스는 그러한데, 숏 코스가 개발되어 실제 탐방은
주로 이 길을 따라가는 형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즉 옵션 코스가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이 점은 서울 둘레길 1코스인 수락산 코스와 유사하다.
다만 수락산 코스는 기본 코스가 당고개를 지나는 방식이고,
옵션 코스가 조금 길고 터프한 덕릉고개를 지나간다.
강화 나들길의 3코스는 수락산 코스와 반대이다.
즉 기본 코스는 길정 저수지를 오른편을 따라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여
이규보 묘를 스쳐 지나가는 코스이고
옵션 코스는 길정 저수를 왼편을 따라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기본 코스로 제안 되었지만, 지금은 옵션 코스가 오히려 청출어람하여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수명산님의 설명이다.
진짜인지 아니면 코스의 줄임을 합리화 하실려고 하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코스가 주는 아름다움은 그 말씀에 신뢰가 가기에도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옵션 코스에 대한 실거리 정보가 부재하여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추측 하건데, 수명산님께서 길동무용으로
전체 코스를 매번 약 20km 내외로 설계를 하시기 때문에
그냥 추측으로 약 10km 내외가 아닌가 싶다.
3-4 코스로 연계된 어제의 코스는 강화도의 남측에 위치한 주요 거점 마을인
온수리에서 출발하여 두 주전 5코스를 마무리하였던 외포리까지다.
즉 외포리를 또 다시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환형 구조로 코스가 되어 있는
서울둘레길이나 한양도성길과는 근본적으로 길의 형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외포리에서 서울의 각자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이제 초보를 막 땐 나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외포리 마을 회관 뒤쪽의 정류장에서 군내 버스를 타고
강화터미널로 이동 후 3000번 또는 3000A를 타고 오면 된다.
지난 주에 더블데커인 3000A는 이미 시승을 해보았으니
이제는 그냥 빨리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복귀하면 된다.
이번에도 출발 시점과 시간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 있었는데
원안은 가장 빨리 강화도에 도착하는 방식을 실험 해보고자 함이었다.
실제 가이드 투어의 가장 이슈는,
가이드가 없으면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강화 버스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 이후에 수명산님의 솔루션을 이해 하고자 한다면
비상시 또는 개인 이동 등 필요시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스마일님까지 참여하는 최초의 댓글 토론의 장을 통해
강화도 길나섬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에 관련한 많은 토의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여러 정보를 습득을 할 수 있었다.
이래서 토론이 좋은 것이다.
그런데 강추위라는 예보 때문에,
일찍 강화터미널 또는 온수리에 도착하여도
특별히 코스 워킹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송정역으로 급변경하였던 것이다.
이제 겨우 두 번째의 강화 나들길을 한 상황이지만
이제 어디선가 “강화” 라는 단어가 귀에 들리면 왠지 솔깃해진다.
나와 전혀 관계 없는 무심한 시선을 보내던 곳이
이렇게 의미로운 대상이 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길가의 무심한 돌도 누군가에게는 경모와 존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지하철 앞에 앉아 있는 이름도 모르고 처음 보는 사람이
같은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일이 진짜로 벌어졌다.
이른 아침의 등산복… 우이신설역이나 도봉산으로 향하는 1호선 및 7호선
또는 북한산 왼편으로 향하는 3호선 전철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9호선, 5호선 경우에는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이 노선의 서울의 중심 비즈니스 타운을 거치다 보니,
이른 아침에 이 전철을 타는 “등산복”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소수이다.
어제 아침
잠실역에서 송정역까지의 이동에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2호선(잠실 탑승)-5호선(을지로 4가 환승)을 결정하였다.
그런데 계단을 통해 플랫폼으로 이동 하려는 순간
플랫폼에 조금 오래 기다리는 것보다는
양방향 어느 전차나 빨리 오는 차를 타보자는
즉 시간 계산에 의한 이성 보다는 어쩌면 막무가내성 감성에 따라 순간적으로
2호선(잠실)-9호선(종합운동장 환승)-5호선(김포공항 환승)의 조합을 결정하고
종합운동장으로 향하는 방향의 전차를 탑승하였다.
물론 이런 옵션도 미리 계산을 해 둔 방식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어떻게 보면 이성에 반하는 감정이 정말로 의미 있는 직관임으로
판명 되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전철 안에서 화수분님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선정릉역에 잠시 정차 후 열차가 막 출발 하려는데
그냥 옆 눈의 실루엣에 어떤 등산객 - 화수분님은 핑크색 파카를 입고
계셔서 실제로 눈에 확 띄는 것이 사실 – 이 다가온다 싶었고
나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모바일에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
누군가 툭 치길래 보니 바로 화수분님이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정말 서로 연락하고 만나려고 해도 그렇게 위치와 시간 정보의 사전 교환 없이
쉽게 만나지지 않는데 말이다.
그래서 서울의 거의 동쪽에서 서쪽 끝으로 이동하는 이른 아침의 9호선의 지루함을
향유 해볼 겨를이 없이 강화 나들길을 메뉴 삼아서 수다를 떨고 나니
거의 목적지에 다다른 시점이었다.
평소에는 이름도 모르는 앞에 앉아 있는 등산객이
동행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이와 더불어 패셔너블 스타이신 화수분님과는 정말 인연이 깊은 것 같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세상에 알지도 못한 사람과 같이 길을 걷는다는 사실이었다.
송정역에는 이미 낮이 익은 몇 분을 포함하여
강화도 2코스 사진으로만 뵈었던 푸른님, 그리고 푸른님 옆지기를 처음 뵈었으며
그리고 처음으로 나오신다는 가장 최근 회원인
바람 (“바람부는 날”의 줄임)님 등이 이미 도착해 계셨다.
마지막으로 구름재님이 On-time으로 도착하자마자
바로 지상으로 이동하여 곧이어 도착한 3000번 광역버스에 탑승하여 강화로 출발하였다.
사실 예정 인원 보다 1人이 부족하였는데
수리산님이 반대 방향으로 전철을 타시어 약간 딜레이가 발생하였고
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버스를 타고 강화도에서 합류하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사람이 여럿이다 보니
2주전과 마찬가지로 한 차에 타서 오는 것은 아직도 요원한 이슈인 것 같다.^^
맑은 하늘 아래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 현지에 도착하니 사진으로만 익숙한 토란님은 이미 도착하여 계셨다.
화수분님과 마찬가지로 서울둘레길 댓글로만 인사를 나누던 화수분님과 토란님.
화수분님은 2주전에 만났고, 이제는 토란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래서 길은 사람도 연결 시켜주는 수단이다.
토란님은 뭐랄까 차분하고 산만하지 않고
또한 웬만한 노이즈에도 흔들리지 않은
침착하고 심오한 감성을 갖고 계신 분으로 느껴졌다.
왠지 범접하기 힘든 제다이급 포스가 느껴지는 캐릭터 소유자.
지진이 나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영화에 나오는 냉철한 캐릭터들.
그러한 그런 외모/말씀에 대한 느낌뿐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흐트러짐 없이 본인의 워킹 스타일로 그대로 유지하면서
길을 완성해 가는 모습도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곧이어 한걸음에 달려오신 수리산님까지 포함하여
총 12명의 “그 날”의 팀이 완성되었다.
길동무회의 재미있는 점은 다이내믹한 팀 구성도 있다.
기차에 비유하면
변함 없이 전체 기차를 끌고 있는 기관차량인 수명산님,
그리고 수리산님과 회양목님등 3~4명의 거의 변함없는
고정 멤버의 스테이블한 차량과
또한 그 때 그 때 사정에 따라
석탄이나 시멘트 또는 승객을 실은 차량과 같은 간헐적, 비정규적 나들꾼의 조합이다.
어찌 보면 들쑥날쑥한 멤버의 구성인데, 이것이 또 따른 재미를 준다.
누가 끼고 누가 빠짐에 따라서 예상 도착 시간이 고무줄처럼
단축 되거나 늘어나게 된다..
누가 참석하면 늘어지고, 누가 빠지면 빨라지는지는 이야기 못한다.
그렇지만 참석해보면 금새 안다.^^
사실 늘 같은 패턴이라면 안정적인 시스템이지만 변화가 부족하고 좀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물론 전체적으로 바뀌면 예측 불가한 불확실성의 논리가 지배하여
위험한 상황에도 빠질 수도 있지만,
메인이 되는 차량은 그대로이고 살짝살짝 정도 바뀌는 어떻게 보면
웨이트가 좀 낮은 멤버의 출입에 의해서
이동성이나 또는 다이나믹스가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혼자 걸을 때면
그날의 컨디션, 날씨 등에 의한 이동 상황, 조건에 변화가 생기지만
여러 명이 함께 걷는다면 각 1인의 컨디션 및 사정이
전체 시스템의 변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복잡도 높은 고차 방정식이 되는 셈이다.
고정 멤버에 의해 어느 정도 커다란 해답의 범위는 설정되지만
유동 멤버에 의해 찔금찔금 해답의 범위가
분명 살짝살짝 이동하는 그런 모양새가 될 것이다.
푸른님은 옆지기와 함께 오셨는데
어제 찍은 사진들이 얼마나 잘 나왔는지 아닌지까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거의 신혼여행 “필” 나는 다정한 사진들을 많이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길나섬을 한다면
평소에는 두 분이 함께 하기 어려운 사진을
아무런 노력 없이, 또한 돈 쓰지 않고
무진장으로 구할 수 있으니 이것 또한 부부 길나섬의 하나의
커다란 장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불륜은 참여 금지다.
바람님은, 일단 초보라고 스스로 주장을 하지만,
곁에 걸으면서 걷는 품세를 보니 절대 초보는 아닌 것이 절대적으로 확실하다.
그리고 길에서 뭔가 예쁜 것, 아름다운 것을 콕 찝어 내는 감각이 엄청 뛰어나셔
뭘 하시는 분이실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하였다..
이번 강화길은 지난 5코스와는 달리,
길나섬 도중에 다른 나들꾼 무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그 “혼자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군내 버스인 42번으로 환승을 하였는데
버스 차문이 닫힐 무렵 느지막하게 한 사람이 탔으니,
이 사람은 3000번 버스에도 이미 탑승해 있던 사람이었다.
내가 앉은 옆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강화 나들길 스탬프 북을 계속 뒤적이고 계셔서
나들꾼으로 대박 알아 보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분이 42번 버스도 같이 타게 된 것이다.
일단 “경험의 공유”가 된 사람임을 판단하신 수명산님은
단도직입적으로 궁금증 해결 차원에서 질문을 던지신다.
“어느 코스 가시나요 3,4 코스 가시나요?”
돌아온 대답은 “거기는 이미 다녀왔고 6코스 갑니다”
그리고 다른 코스 이야기를 하면서, 대장간 어쩌구 저쩌구 하신다.
아마 대장간 지나는 코스를 이야기 하시는 것 같다.
암튼 이렇게 두 분간의 계속 되는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고
이를 통해서 어렴풋하게
알아낸 사실은 이 분은 혼자서 부산에서 상경하여
이 강화길 걷기를 위해 아는 사람 집에 기거하면서 매일매일 길나섬을
통해 20코스를 완료 시키고 고향으로 내려 갈 예정이라고 한다.
그 분의 코스 완주 방식은
시작부터 끝까지 매일매일 길나섬을 통하여
완전정복 하고 마치는 방식이다.
서울 둘레길, 평화 누리길, 무슨 길 등. 모두 그런 식으로 완료했다고 한다.
서울 둘레길을 5일에 마쳤다고 하는 말을 듣고,
난 속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하루에 30km면 별로 고속 스타일은 아니지만 매일 매일 걸어야 하는 스타일이라면
그 분 나름대로 하루에 30킬로로
워킹 거리를 최적화 시켜 놓으신 것 같다.
그래서 강화 나들길도 동일 방식으로 완성 중이라고 한다.
두 분간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점차 고차원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정맥, 백두대간 등등. 이제 점점 나도 남도 모르는 이야기가 흘러가더니
무슨 회원 가입 등으로 진행되고 점점 외계인의 이야기로 발산한다.
주로 이거 아냐~ 하면서 수명산님이 공격하는 방식이고
그 분은 방어하는 방식으로, 알긴 아는데, 나는 안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요~ 하며
방어를 한다. 두 분간의 용호상박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난 머리에서 쥐나기 시작한다.
참고로 내 자리는 두 분간에 중간에 위치해 있다. 하필이면..
자리 잘못 잡았다…
그런데 이런 고차원 대화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 분께서 킬리만자로 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이다.
이건 또 뭥미?
그 대장간이던 아니면 목적지인 온수리에 도착해서야
끝날 것 같은 이야기가 순간 쏴~ 한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면 재미없다. 그리고 이렇게 끝날 길동무가 아니다.
이 묘한 순간을 화수분님이 이어받아 아프리카에 다녀오신 그간의 경험을 살려
킬리만자로 산에 대한 등정에 대한 화수분님의 질문 공세가 계속 되었다.
버스 안내 방송에서 대장간 이야기가 살짝 나온 것 같은 순간
이 질문 공세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지 아닌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그 분은 후다닥 내려 버렸다.
수명산님의 말씀에 의하면, 대장간은 좀 더 가야 한다고 하니
아마도 예측이 맞지 않을까 싶다. 예봉을 피한 것이겠지… 스스로 자위다.
이번 시추에이션을 통해 가히 길동무의 리소스와 역량은 알 수 있는 기회였고
정말로 순간적인 대응 능력이 탁월함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까페, 블로그 등에서 활약 하시는 고수님도 계시지만
강호에는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고수들도 많은 것을 알았다.
사족으로 수명산님께서는
이제는 강화 나들길이 경남/부산까지 알려져서 매우 흡족해 하시는 것 같다
또한 두 분간의 대화를 통해 수명산님께서 정맥 (정맥주사의 그 정맥이 아님)
다니실 때 하루 숙박로만 1000만원 (5만원 * 200번) 넘게 쓰셨다고 하니
왠지 사모님에게 많이 혼나셨을 것 같은 상상도 해본다.
1000만원…. 정맥이 뭔지… .
버스 안에서의 나들꾼과 조우를 하였지만
실제 길나섬에 나선 사람들과도 3코스 위 숲길에서 조우를 하기도 하였다.
숲 가운데서 만났는데
서로 간의 간단한 인사만으로
그 나들꾼들의 족보와 구력은 제대로 파악 할 수 있는 경황은 아니었지만
수명산님의 존함과 명성은 알고 있다고 하여
인사성인지 실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명산님의 고수를 또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서울 둘레길과 달리 강화 나들길의 길 위에서의 만남은
매우 드물어서 서로간에 매우 반가운 시추에이션임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길나섬에 나선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제두씨의 묘소를 지나 이건평씨의 묘소에 거의 도착할 즈음
구름재님의 발에 쥐가 나는 비상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에 발 빠른 여성 동호회(!)의 발 마사지를 통한 시간 벌기와
뒤를 이어 수명산/수리산 등 山 브라더즈의 아스피린 등
구급약 공급으로 바로 상황이 해결되었다.
또한 여기에 구름재님의 하체 보온을 위해
세상에서 처음 보는 그리고 알 수 없는 치마패션까지 등장하였으니,
길동무의 상황 대응 능력 포텐셜은 어디까지 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앞으로 전도(?)가 창창한 나머지 15개 구간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또한 그런 이슈들을 어떻게 해결 해 나갈지
흥미진진한 대목이다.
...
3코스와 4코스 모두 여러 무덤을 지나게 된다..
조금 거창하게 생각하면 이집트의 피라미드 투어라고 보면 된다.
강화가 예전 고려의 수도였기 때문에
고려 왕묘 몇 기가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고,
어제는 그 중 몇 개를 지나갔다.
사실 조선왕릉과 비교하면 참으로 소박(!) 또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화려하지 않은 심플한 디자인의 문인석이 입구 양쪽에 한 쌍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난 오히려 그런 소박한 왕릉이 좋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태조를 비롯하여 왕실묘 가득하고
또한 집에서 멀지 않은 동구릉보다는
상대적으로 소박한 연산군묘가 있는 서울 둘레길을 찾게 된다.,
사실 조선왕조에 접할 기회는 너무도 많다.
현대사에 가깝기도 하고, 또한 왕조실록이 모두 보존되어서
사실을 근거로 하는 교과서에 많이 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디 이것만 그럴까? 드라마도 완전 조선시리즈다.
학교 다닐 때는 태정태세문단세~ 하면서 조선왕조만 왕의 이름을
모두 외었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고려의 왕 이름은
왕건과 고려 말기의 쇠태기의 정권에 있던 “공”으로 시작하는 왕들 수준이다.
사실 가만히 생각하면 고려의 왕릉에 문화 탐방이나 릉으로 소풍을 간 적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길나섬은 또 고려 시대의 답사라는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다.
고려 왕릉에 더하여
조선 후기 양명학의 대가인 정제두씨와 이건창씨의 묘를 지나간다.
이 두분이 사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나는 약간 사전에 지식 쌓기를 한 계기가 있었다.
4월에 우연히 어느 지인들과 문화 해설사와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강화도에 매우 짧은
문화탐방을 온 적이 있었는데, 광성보 등 두 개의 돈대와
연미정, 고려궁 등에 대한 방문이 있었다.
그 때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바로 명미당 이건창씨의 생가였다.
그런데 어제 마침 이건창씨의 묘 자리도 볼 기회가 되어
이렇게 한 해에 생가와 묘자리를 모두 들러 보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왠지 양명학의 대가 이건창씨와 나하고는 전생에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추측도 해본다.
이와 더불어 여러 가족묘도 지나가는데, 그 중에는 아주 예쁜 묘도 있었다.
사실 서울 둘레길의 망우산 구간과 일자산 구간에는
대규모 무덤 단지가 있어 그 무덤과 강화도 무덤에 뭔 차이냐 싶지만
이곳 무덤들은 버려지지 않고 참으로 예쁘게 조성이 되어 있었다.
봉분도 밥공기 엎어 놓은 것처럼 반원의 형상으로 참으로 예쁜 곳이 많았다.
소나무/잣나무 앞쪽에 있는 가족묘가 그 중 예뻐서
렌즈에 담아보았는데, 아마도 “무덤이 예뻐서”는 처음이 아닐까 싶다.
출발 이전의 걱정을 불식 시킬 만큼
출발 시에는 날씨는 맑고 청아하였고 바람도 없이 온화하였는데
오후 들어서면서 바람이 강해졌다.
왠 바람?
바람님께서는 산들바람이 아닌
삭풍 같은 차가운 북풍한설을 좋아하신다고 하니
아마도 바람님의 좋아하시는 바람대로 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른 오후에 걸은 4코스 해넘이 길은,
시간상 해넘이 즉 낙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었던 대신에
바람 부는 가양대교처럼 바람의 길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산길과 낙엽길과 더불어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해안길,
그리고 간간히 거쳐 가는 마을길은 지난 5코스와 같은 느낌이다..
어제 코스 중 백미를 꼽으라면 그건 다름 아닌 바로 길정 저수지다.
많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국내의 가본 몇 안 되는 호수 중에서
길정 저수지가 가장 예뻤다
예쁜 호반과 그에 맞는 어울림의 파란물과
그 물위에 떠 있는 오리.
사실 이것으로도 충분하였는데
이에 더 눈이 호사를 하였으니
그건 반쯤 얼은 호수의 얼음과 태양 빛이 어우러진 빛의 향연이었으며
이의 최고의 결정체로 호수의 찰랑이는 물과 수생식물과의 엉김에서
생기기 시작한 크리스털의 영롱한 빛이었다.
마치 여인의 귀에 걸려 있는 맑고 영롱한 다이어몬드 목걸이와 귀걸이가
바로 그것을 본 따서 만든 것 같았다.
정말 그 호수 하나만으로도 강화까지 낑낑대면서 오던 모든
수고로움을 일거에 엎을 수 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10대 아름다운 호수라는 코멘트를 보았었는데
그 명성에 충분히 걸 맞는 호수의 아름다움이었다.
낚시 배도 고즈넉하게 예뻐 보이니,
정말 예쁜 짓을 하면 모든 것이 다 예뻐 보이는 것은
것은 절대적으로 맞는 말인 것 같다.
어제 처음으로 경험해 본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건 나들이 길 위에서 같이 하는 도시락이었다.
나는 보통 서울 둘레길에서 되도록 점심을 먹지 않고 한번에 완주하는 스타일이고
완주 후에 집에서 점심을 먹는 스타일이라서
길 중간에 같이 먹는 점심이 무척 생경하다.
기껏해야 잠시 앉아서 간식을 먹는 수준이었다.
거리가 40km 이상으로 긴 경우에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도 좀 터프한 코스인 경우이고, 예를 들어 고덕산 구간이나 안양천 구간이
포함된 2~3개 코스에서는 그 마저도 스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인과의 동행시에도 그날의 코스 완주 후 식당에서 함께 하는 점심이었다.
암튼
낮은 기온과 간간히 부는 바람의 추위 때문에
후다닥 해치운 점심이었지만,
그 신속하고 매우 익숙한 각자의 상차림(!)과 간간히 공유 되는 온수/커피/간식 등
이제는 몸에 배여 빈틈 없이 돌아가는 작업장 같은 느낌을 받았다.
1, 2 코스 등 두 코스를 빼먹기는 했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더니
벌써 1번부터 5번까지 전체 20코스 중 25%를 소화하였고
강화 나들길을 즐기다 보니 “벌써”를 지나 “이미” 겨울의 한 복판이다.
조지 윈스톤의 “December” 음반의 표지와 같은 눈 덮인 광경은 아직 오지 않았고
어쩌면 더 깊고 추운 겨울이 우리를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남은 75%의 강화 나들길을 마무리를 하면 어쨌든 꽃 피는 봄이 올 것이다.
그 75%가 다음에도 또 나를 강화도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이 될 것 같다.….###
첫댓글 겨울에 걷기좋은 강화나들길 264km, 20코스 중 다섯 개 코스를 걸었지요. 사실 금년 겨울은 내가 좋아하는 코스 몇개만 걷게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걷다보니 또 완주를 목표로 걷게되는 군요. 몇 명은 두 번 또는 세 번을 완주한 길동무도 있지만, 처음 강화나들길에 발을 내딛은 길동무들의 열성이 올겨울도 강화에서 보내야 되겠구나 생각했답니다. 강화의 구석 구석을 찾아 걸어보는 강화나들길. 완주 후에서 다시 걷고싶은 길이 강화나들길입니다. 이번 완주하고 나면 또 하나의 소득이 있습니다. 영상앨범을 접드라도 소그미님의 여행기가 한 권의 책으로 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글 재밋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명산님과 길을 가니까, 알바 등 길을 잃을 염려가 없어서 좋았습니다. 혼자 고즈넉하게 길을 직접 찾는 즐거움도 있지만, 여러분들과 함께 길을 같이 exploration 하는 것도 재미난 추억인것 같습니다. 제주 필 나는 강화도 길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그리고 책~ 은 아니구요. 그냥 찌라시 수준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생생후기 넘잘 봣습니다. 여기서 뵈니 또 새롭네요. 우린 이번주3,4코스 갑니다. 암만 강추위라도 일단 나서면 추위를 잊게 되요. 집에서 나오는 그순간까지는 여전히 힘들고 갈등 하지만 ~
여기서 뵈니 더욱 반갑습니다. 매식할 곳이 없었던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정자에서 한 것이고요... 이번주에는 수명산님이 6코스가 계획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 어느 길에선가 만나 뵙겠지요?
참 어디 코슨지... 천상병님 귀천 사진을 본거 같은데...이번코스가 아니 었나요? 꼭 보구파서요.. 매식할곳이 없나 보네요 우리도 도시락 준비 해야 겟네요~ 감사^-^
예 4코스 말미쯤 산길에서 해안길을 만나게 되는데, 그 곳에 바로 있습니다. 해안가 시작 할 부근입니다. 다들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그랬습니다...
5기 7조 분들 잘 계시지요?
네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열심히 걸으며~ 감사합니다.
예 언젠가 뵈어요. 다음 주에 3,4 코스 걸으실때 날이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6코스입니다.